날개에 태극·물결무늬 계절따라 각각 달라
색상·무늬 심한 특성 가져 혼돈
겨울나고 봄에 우화 개체 ‘희미’
여름철 우화 대체로 색상 ‘뚜렷’
봄·여름형 나방 공존 아직 몰라

 

 

사진-1 자귀나무(2017년 8월 26일, 함평생태공원)
사진-2 자귀나무(2015년 1월10일, 무등산)
사진-3 태극나방애벌레 3령(2017년 8월 26일, 함평생태공원)
사진-4 태극나방애벌레(2018년 9월 18일, 완도수목원)
사진-5 태극나방(2013년 8월 20일, 순창 임도)
사진-6 태극나방(2014년 8월 2일, 병풍산 임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자귀나무는 이름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가 있다.

 

나무를 깎는 연장의 하나인 자귀의 손잡이 즉 ‘자귀대를 만들던 나무’, 해가 지면 잎이 포개어져 금슬 좋은 부부 같다고 하여 ‘합혼목(合婚木)’, 밤에 나뭇잎이 변한다고 하여 귀신나무, 납작한 긴 통꼬투리 열매들이 겨울바람에 서로 부딪힐 적에 그 소리가 여자들의 수다와 비슷하여 ‘여설수(女舌樹)’, 소가 그 잎을 잘 먹어 ‘소쌀밥나무’라고도 한다.

자귀나무의 잎은 밤이 되면 서로 포개지는데 잎이 모이는 중요한 이유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다.

첫째, 자귀나무는 더위를 좋아하는 나무이기에 밤에는 열을 발산시키는 잎의 표면적을 될수 있는 한 적게 하려고 잎을 모은다.

둘째, 잎을 모아서 폭풍우 같은 피해에 대비하여 최선의 방어 자세를 갖춘다.

셋째, 잎을 모아서 밤새 날아드는 벌레의 침입을 막는다.

자귀나무의 꽃을 보면 다른 나무의 꽃과 다르게 꽃잎이 안 보이고 길이 3cm쯤 되는 많은 수술과 암술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명주실을 묶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Silk Tree로 불린다. 수술의 위쪽 반은 분홍빛, 아래쪽 반은 흰빛인것도 인상적이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6~7월에 꽃이 피며, 떨어져 있는 꽃들도 상당히 멋지다.

이런 자귀나무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가 몇종 있는데 함평자연생태공원(2017년 8월 26일)에서 처음 녀석을 만났다. 아마도 나무 위에서 떨어졌나보다. 한가닥 줄에 메달려 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3령 애벌레다. 집으로 데려와 키워보려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한다. 밤이 되면 잎이 포개어져 먹이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항상 신선한 먹이공급이 가능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음이리라.

2018년 9월 18일, 허운홍선생과 함께 갔던 완도수목원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거의 다 자란 종령이다. 3, 4배마디의 배다리는 짧고 머리 가운데 흰 줄이 2개 있다. 어린 유충은 녹색이고 가는 줄무늬들이 있으며 자라면서 황갈색이거나 짙은 갈색으로 변이가 있다. 자귀나무 잎의 주맥에 붙어서 먹고, 자라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잎을 여러장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12일여가 지나면 우화한다.

태극나방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8월 20일 순창 밀재 임도에서다. 여느 어른벌레와는 다르게 태극무늬가 선명하지 않았다. 날개의 물결무늬도 밋밋하다. 왜 그런 것일까?

1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4년 8월 2일, 병풍산 임도에서 태극나방을 다시 만났다. 날개에 태극무늬와 물결무늬가 뚜렷하다. 워낙 색상과 무늬의 변이가 심한 나방이라 햇갈리지만 겨울을 나고 봄에 우화한 개체는 태극무늬가 희미하거나 잘 나타나지 않고 여름에 우화하는 것은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몇 권 되지않은 도감을 뒤져보면 유충시기는 8월, 우화시기는 9월 그리고 이듬해 4월로 되어있는데 태극나방을 관찰한 시기를 보면 7월과 8월이다. 여름형과 봄형의 나방이 공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애벌레가 더 이른 시기에 활동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할수만 있다면 여러 개체를 사육하여 봄에 우화시킨후 알을 받아 부화과정부터 관찰해 보고 싶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이런 결과물도 나올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기대를 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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