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조선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이영란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트롤리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선로에서 5명 인부가 일하고 있는데 기차가 달려오고 있다. 그런데 비상 선로도 없고 하나밖에 없는 선로에서 기차를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때 이 기차를 막을 방법은 다리 위에 서 있는 덩치가 큰 구경꾼을 당신이 밀쳐서 기차를 세우는 것이다. 또 다른 상황으로 선로가 둘인 경우이다. 한 선로에서는 인부 한 명인 작업을 하고 있고, 다른 선로에서는 5명의 인부가 작업하고 있는 경우에 당신이 기관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가 바로 트롤리 딜레마이다.

우리는 이 두 상황에서 답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어떠한 답도 옳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롤리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도덕적 판단, 즉 동일한 도덕 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는 지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갈등을 갖기 때문에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도덕이라는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이처럼 어떠한 상황에서 그것을 선택해야 해야 할 때 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만 그러한 다른 생각이 결국은 하나 지점을 바라보는 같은 마음이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했지만, 같은 마음으로 국가를 구하고자 하였던 송씨 집안의 세 자매 이야기인 ‘송가황조(宋家皇朝)’는 중국 근현대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청왕조가 서구 열강 세력에 의해 반식민지화되어갈 때 1911년 신해혁명으로 중국을 되살리고자 하였던 같은 마음의 세 자매 이야기이다. 그 세 자매는 바로 송애령(宋愛齡·쑹아이링), 송경령(宋慶齡·쑹칭링), 송미령(宋美齡·쑹메이링)이다. 돈을 사랑한 여인 송애령, 나라를 사랑한 여인 송경령, 권력을 사랑한 여인 송미령, 이 세 자매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살리고자 하는 같은 마음을 가졌다.

제일 큰 언니인 송애령은 국가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은행을 경영하는 부자에게 시집을 가서 국가의 자금줄 역할을 하였다. 둘째인 송경령은 중국의 국부인 손문(孫文·쑨원)의 비서로 새로운 나라는 건설하는 데 손문과 결혼까지 하며 그를 보좌하고 국가를 위해서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 송경령은 27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손문의 부인이 되어 적극적 내조로 공화국 건설에 동참하였다. 손문 사망 이후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은 송경령은 농민, 노동자의 입장에 선 사회주의, 즉 공산당과의 연합 아래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하였다. 막내인 송미령은 황포군관학교 출신이자 교장으로 부임한 손문을 추종한 장개석(蔣介石·장제스)의 부인이 되었다. 철저한 국민당 입장에서 중국을 구하고자 하였던 장개석은 군대를 기반으로 공산당을 탄압하였고, 이러한 장개석에 대해 송경령은 반기를 들었다. 장개석은 일본의 침략에도 오로지 공산당을 몰아내는 일에만 전념하였다. 이러한 선택에 기로에서 결국 공산당을 택한 송경령과 국민당 입장을 고수하였던 장개석과 결혼한 송미령은 자매이지만, 끝까지 서로를 보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중국을 구하고자 하는 같은 마음을 가진 이 세 자매의 방법은 각자 달랐다. 결국 중일전쟁 이후 세 자매 중 첫째 딸 송애령은 홍콩(香港)으로, 둘째 딸 송경령은 대륙에 남고, 셋째 딸 송미령은 1949년 중국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건너갔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지혜와 용기가 조화를 이룰 때 정의가 실현되고 또한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이상 국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는 이상국가론을 말하였다. 이상 국가의 목적은 나라 안의 전체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데 있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할 때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들은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길을 선택하게 된다. 플라톤의 말처럼, 송가황조 세자매의 같은 마음처럼, 이상 국가를 이루고자 하는 지점이 정의, 즉 도덕이라는 같은 마음으로 이루어졌을 때 국민 전체의 진정한 행복이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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