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김현덕 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올해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3개월의 폭염을 세계인이 경험하였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무더위는 역대 최고의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가을로 접어든 지금까지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9월의 중반을 넘어선 현재 시점에도 지구촌 곳곳은 여전한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지구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문제 삼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warming) 시대가 끝나고 이제 지구가 들끓는(boiling) 시대가 시작되었다”라고 경고했다. 바야흐로 지구온난화를 넘어 가열화 시대로 접어든 것인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인류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12월 파리에서 195개국 대표가 모여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였다. 파리협정의 주요 골자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로 제한하고 가능하면 1.5도로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폭우, 해저 화산폭발 등 기상 이변 발생 빈도와 강도가 커지면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마지노선인 1.5도선도 뚫린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운 부문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유엔 전문 조직인 국제해사기구(IMO)는 글로벌 해운 부문의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IMO 회원국들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에서 해운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실질적인 제로인 탄소중립을 만들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전략 개정안(2023 IMO GHG Strategy)’을 채택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온실가스는 200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최소 20%(30%까지 노력), 2040년까지 최소 70%(80%까지 노력) 감축하여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보다 50% 감축하겠다는 기존 목표보다 훨씬 강화된 안으로 각국 회원국과 해운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방안 마련이 당장 시급해졌다.

하지만 사안의 시급성과 달리‘온실가스 감축 전략 개정안’에 따른 단계적 감축량이 기존 대비 대폭 강화된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구속력을 갖는 의무 목표가 아니어서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왜냐하면 해운업계는 항공업계와 더불어 파리기후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이견을 좁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가마다 서로 다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이유이다.

한편, 해운은 전 세계 무역량의 90%를 전담하는 탄소 집약적 산업으로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3%가 해운업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해운업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독일 1개국의 총량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무역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것이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고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적 기준을 갖춘 탄소중립 해운으로의 선제적 전환은 역행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선택 영역이 아닌 불가피한 필수 영역이다. 우리나라 해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향상,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탄소중립 해운의 단계적 전환,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도 명확히 명시하여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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