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순천대학교 교수)

 

김현덕 순천대학교 교수

일촉즉발 세계의 화약고 중동.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처참하게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인을 이끌고 갔다는 가나안이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이다. “내가 말하였거니와 내가 너희를 애굽(이집트)의 고난 중에서 인도하여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땅으로 올라가게 하리라”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히브리 민족에게 주기로 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가나안이다.

젖과 꿀이 흐른다던 약속의 가나안 땅. 지금 이곳엔 피와 분노, 증오만이 절절히 흐르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역은 피와 증오, 분노가 솟구치는 얼룩진 땅이 되었는가? 증오의 당사자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살아온 아랍계 팔레스타인과 1948년 건국한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 민족, 종교, 영토, 주변국의 이해관계 갈등 등 모든 갈등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유대인은 기원후 2세기경 로마 황제에 의해 이 지역에서 추방된 후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지로 흩어져 2000년 동안 온갖 박해와 차별을 받으며 산다. 그러다 19세기 유럽을 휩쓸던 민족주의 운동에 영향을 받아 독자적인 유대인 나라를 세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19세기 후반부터 팔레스타인으로의 이주가 시작된다. 이 지역에 ‘굴러온 돌’ 유대인이 갑자기 나타나 자기 조상들의 땅이라고 하니 팔레스타인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 지역은 제1차 세계대전까지 오스만 제국이 지배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중 영국은 아랍인에게 오스만을 상대로 싸워주면 전후 아랍의 독립을 돕겠다고 약속한다. 이것이 ‘맥마흔 선언’이다. 영국은 전쟁 자금을 얻어내기 위해서 유대인에게도 유사한 약속을 한다. 이것이 ‘밸푸어 선언’이다. 같은 지역을 놓고 두 국가 건설을 약속한 영국의 ‘이중 행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본격적인 시작의 도화선이 되었다.

영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책임을 유엔으로 넘긴다. 유엔은 1947년 이 지역을 유대인 구역과 팔레스타인 구역으로 나누어 각각 나라를 세운다는 방안을 내놓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 국가들은 유엔 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유대인은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한다. 이에 1948년 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전쟁은 2차(1956년), 3차(1967년), 4차(1973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 테러, 보복 공격, 증오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이 거세다.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 세종시보다 작은 약 365㎢ 면적에 230만명 가량이 산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높이 8m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약 65㎞에 달하는 분리 장벽을 설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생필품 반입도 통제하고 있다. 하마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최근 그 통제 및 수위는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 나가고 있다. 학살을 멈추어야 한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하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9년경 이집트 아랍해양대학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아흐마드였다. 나의 정착을 많이 도와준 친구였다. 귀국 후 거짓말같이 또 다른 아흐마드를 한국해양대 교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무작정 해양대학교를 찾았는데 운 좋게도 필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집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아흐마드 생각이 나 그를 내가 잘 알던 교수님에게 소개했다. 이후 아흐마드는 박사 학위를 받고 나중에는 몇 년 동안 강의까지 하다 본국으로 귀국했다.

두 사람 모두 선한 눈빛의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 오늘따라 선한 눈빛과 환한 미소를 짓는 그 친구들의 모습이 유난히 또렷하다. 그들의 안위가 궁금하다. 유대인이 믿는 유대교와 팔레스타인인이 믿는 이슬람교는 뿌리가 같은 아브라함계라고 했던가. 뿌리가 같은 사람들끼리 폭력과 보복, 증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들에게 진정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은 요원한가? 피와 증오가 흐르는 가나안 땅에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는 공존의 해법은 진정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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