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산업용 전기요금, kWh당 평균 10.6원↑
주택용 소상공인·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동결
‘반쪽짜리’ 전기료 인상…총선 앞두고 부담(?)
부동산·지분 매각·인력감축 등 조직 쥐어짜기
지금 당장 재무구조 개선 도움 될 지 ‘미지수’
경기불황 고금리 등 부동산가치 하락 ‘헐값’ 우려
희망 퇴직 재원 마련·노조측과 협상 등도 걸림돌
3분기 흑자 냈지만 4분기 다시 적자 전환 예상
당분간 재무위기 지속…허술한 미봉책 논란 거듭

 

한전 본사 전경

총부채 201조원·올해 상반기 누적적자 47조원 등 천문학적 재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의 빚 문제가 갈수록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최근 4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자산매각·인력감축 등을 주된 골자로 한 추가 자구 방안을 발표했지만, 빚을 탕감하기엔 실효성이 떨어지고 근본적인 대책으론 미흡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한전측은 제시된 자구책을 통해 직면한 부채 문제 등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간다는 입장이지만 반쪽짜리 ‘산업용 전기 인상 방안’과 경기 불황에 따른 부동산 ‘헐값 매각 불가피’, 임금 상승분 반납 노조협상 문제 등 난해하고 수월치 않은 대책들이어서 한전이 짊어진 부채 문제를 얼마나 털어낼지 미지수다. 3분기 결산 결과 매출액 24조 4천700억·영업이익 1조 9천966억을 기록해 10분기 만에 흑자를 냈지만 4분기 다시 적자전환 예상과 다음달 내년 1분기 전기요금 결정까지 코앞으로 다가와 허술한 자구책 논란은 거급될 것이란 지적이다.

◇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

한전은 지난 9일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평균 10.6원(6.9%) 올렸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를 이용하는 고객은 약 4만2천호로 전체 이용 고객의 0.2% 수준이지만, 이들 전력 사용량은 26만7천719GWh로, 총 사용량 54만7천933GWh의 절반(48.9%)에 육박한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악화를 우려해 4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무게를 뒀지만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전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산업용 전기’만 인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번 자구안으로 대기업 등 산업계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정부와 한전은 물가와 서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주택용 및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도 손대지 않았다. 한전이 사실상 반쪽짜리 전기요금 조정을 단행하면서 재무 위기 해소는 내년 총선 이후로 늦춰지게 됐다. 때문에 일각에선, 선거 전까지 주택용 등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미뤄 뒀다가 선거 이후 일괄적으로 인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인상안이 한전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적정 추가 인상액인 25.9원의 5분의 1 정도에 그친다는 데 있다. 실제,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전기 판매량 등을 감안한 적자 감소액은 올해 연말까지 4천억원, 내년 한 해 2조8천억원 수준으로 누적적자 해소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 부동산 등 지분 매각

한전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 당시 25조 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 재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선, 지난 5월 자구안 발표 당시 매각 대상서 제외된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한다. 해당 부지 면적은 64만㎡(약 19만3천600평)에 달한다.

인재개발원은 한전 직원의 입사부터 퇴사까지 교육을 책임지는 곳으로, 한전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여겨진다. 한전은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이 자연 녹지(99.3%)인 인재개발원 부지 용도를 변경한 뒤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2천500억원 수준인 해당 부지 가치를 7천800억원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다만, 해당 부지 매각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연구용 원자로 해체 및 고압 지중송전선로 이설과 대체 시설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여의도 소재 한전 남서울본부 부지 매각과 함께 강남 소재 한전 아트센터 임대 등도 적극 추진한다. 하지만, 규모가 큰 자산 매각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단기간 내 현금 유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상황서 매각 시점은 이미 늦어 무리하게 매각을 강행할 경우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전KDN 지분 20%도 민간에 매각될 방침이다. 한전KDN은 전력 산업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전담하는 자회사다. 지분 가치는 1천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전KDN 지분 매각을 위해선 국내 증시에 상장돼야 한다. 이에 지분 매각까지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이처럼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될 자금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 현실적 전기요금 조정 논의 절실

한전은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 등 본격적인 ‘조직 군살 빼기’에도 나선다. 현재 ‘8본부 36처’인 본사 조직을 ‘6본부 29처’로 축소하고, 유사 조직 통합, 비핵심 기능 폐지 등 본사를 정예화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본부장 직위 5개 중 2개를 축소하는 등 본사 조직 20%가량 줄이고, 희망퇴직 등을 통해 2천명 가량을 감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1월 발표한 감축 정원 488명 이외에, 설비 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 인력을 추가 감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희망퇴직 관련 재원 마련과 노조측과의 협상 등이 걸림돌이다. 한전은 2직급 이상 직원들의 내년도 임금 인상분 반납과 일반 직원들의 임금 인상분 반납 여부를 두고, 노조와의 협상 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한전이 발표한 부동산 매각과 인력감축 등 여러 자구책들이 지금 당장 재무구조 개선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깊어진다. 한전 스스로 전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내년 총선 등 정치권 안팎의 영향으로 산업용 요금만 건드린 채 주택용·일반용 요금은 손도 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자구안은 한전의 재무 위기 해결에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한전의 총 부채는 201조원·올해 상반기 누적적자는 47조원에 달한다. 재무 위기만 놓고 보면 ‘파산’ 수준이다. 올해 내는 이자 비용만 무려 약 4조원이 훌쩍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전기요금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안이 적자폭을 줄이는데 약간의 기여는 하겠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며 “한전 자구 대책이 단기간 내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엔 무리인 만큼, 현실적인 전기요금 조정 논의가 무엇보다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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