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광주지역에 조성한 여성안심귀갓길이 도입 11년째를 맞았으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홍보가 시급하다. 특히, 안전장치마저 규정 때문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도일보 취재 종합 결과, 현재 광주지역에는 동구·서구 각 7곳과 남구 11곳, 북구 17곳, 광산구 13곳 등 총 55곳이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됐다. 여성들의 야간 통행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광주 서구의 한 여성안심귀갓길은 안심할 수 없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비상벨과 방범용 폐쇄회로(CCTV) 등이 수십m 간격을 두고 설치됐으나 한켠에 작게 부착된 비상벨은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비상벨이 설치돼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도 따로 없었다. 인근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살아온 여대생은 여성안심귀갓길이 있는지도 모르는 등 주민들의 인지도가 낮았다. 홍보 부족과 눈에 잘 띄지 않은 비상벨과 표지판 탓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자체가 추진해온 여성안심귀가 동행서비스 역시 예산 부족과 실효성 등을 이유로 중단되는 추세다. 광주 서구와 북구는 올해 관련 사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 등 여성 대상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당초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실제로 광주경찰청 스토킹 112 신고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2019년 79건인 스토킹 범죄는 2022년 415건으로 3년새 무려 5.3배나 늘었다.

여성안심귀갓길 조성 여부를 알지 못하거나 비상벨 등 안전장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 여성안심귀갓길은 무용지물이다. 경찰과 지자체는 관련 비상벨과 표지판 설치 규정 개선 등을 건의해야 한다. 여성안심귀갓길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 여성들의 야간 보행권을 보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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