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적극행정' 예상밖 결과 
개인·법인·단체서 골고루 접수
주민친화형 친환경 모델 ‘주목’
市, 1천억 규모 당근 제시도 주효
부지 적합도·민원 등 과제 많아

 

지난 23일 마감된 광주시의 친환경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입지 후보지 공모에 6곳이나 신청한 것은 강기정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적극 행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시가 지난 3월 29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 센터에서 자원 순환형 폐기물 처리체계 구축 계획 수립 중간 용역보고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모습./광주시 제공
지난 23일 마감된 광주시의 친환경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입지 후보지 공모에 6곳이나 신청한 것은 강기정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적극 행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시가 지난 3월 29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 센터에서 자원 순환형 폐기물 처리체계 구축 계획 수립 중간 용역보고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모습./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가 지난 23일 마감한 친환경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입지 후보지 공모 결과, 총 6곳이 신청했다. 신청 주체별로는 개인과 법인, 단체(유치위원회)가 골고루 참여했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1, 서구 2, 남구 1, 북구 1, 광산구 1곳 등 5개구 모두 신청지에 이름 올렸다. 광주시는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 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위한 신규 입지를 찾기 위해 지난 4월25일부터 6월23일까지 60일간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전국적 재공모 상황서 가장 많은 신청

쓰레기 소각장이 그동안 기피시설로 인식된 상황에서 6곳이나 신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광역지자체나 기초지자체에서 진행한 쓰레기 소각장 공모에서 가장 많은 신청 수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시 안팎에서 ‘대박’ ‘흥행 성공’이란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성숙한 시민의식 ▲광주시의 적극 행정 ▲자치구의 협조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공모에서 6곳이나 신청지가 나온 것은 시민들이 쓰레기 소각장을 더 이상 기피시설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쓰레기 처리시설은 대표적인 환경기초시설이다. 각 지역에 필수적인 시설이지만 악취, 대기오염과 같은 공해를 유발하고 지가 하락 등 재산상 손해까지 가져올 수 있어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공공 이익에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다고 보고 반대하는 행동)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1999년 상무 쓰레기 소각장 사태와 2000년 양과동 쓰레기 매립장, 2021년 나주 SRF 시설에 보듯 이른바 ‘더럽고 냄새나는 시설’이란 이유로 내 지역에 들어서는 걸 반대했다. 최근에도 서울 마포구를 비롯 쓰레기 처리 시설을 놓고 전국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광주시가 쓰레기 소각장 공모에도 ‘과연 신청지가 있을까’ 우려가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 쓰레기 처리시설이 기술혁신으로 주민친화형 친환경 시설로 주목 받고 있긴 했지만 전국적으로도 자치단체에서 실시한 쓰레기 시설 공모에 신청이 없어 재공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었다. 경기도 고양, 충남 횡성, 세종시 등이 대표적이다. 고양시는 3차 공모까지 진행할 정도였다.

경기도 하남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니온타워’./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경기도 하남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니온타워’./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공모 시작과 함께 관심 이어져

그런데 공모가 시작되자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광주시 담당부서로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직접 방문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도일보가 <이슈 포커스>를 통해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여론 환기에 나서자 한 시민은 남도일보에게 ‘그린벨트내 지역도 가능하느냐’고 문의를 할 정도였다.

특히 시민들은 쓰레기 소각장이 주민친화형 친환경 시설이라는 데 주목했다. 쓰레기는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발전과 주거 환경을 개선할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받아들였다. 남도일보에게 문의를 한 시민도 “내가 가지고 있던 땅에 친환경 시설이 들어서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고지고, 관광지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실제 경기도 하남시 쓰레기 소각장인 ‘유니언 파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은 시설이다. 폐기물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물놀이 시설과 공연장 등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조성해 환경분야 신개념 성공사례로 꼽힌다.

충남 아산시 생활자원회수센터는 자원회수시설과 함께 장영실과학관, 생태곤충원, 소각굴뚝을 활용한 전망대 ‘그린타워’ 등 일대를 생태공원(환경과학공원)으로 조성했다. 소각시설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을에서 운영하는 세탁공장에 열원을 공급하고 있다. 인근 산단에는 스팀을 판매해 연간 30억~40억원 수익도 창출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열병합 발전소인 ‘아마게르 바케’는 세계적인 명소다. 이른바 ‘코펜힐’로 불리는 이곳은 쓰레기를 태워 전기와 열에너지를 얻는 열병합 발전소이면서도 야외공연장, 스키장, 암벽등반, 음식점 등 각종 여가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시·자치구 ‘적극 행정’ 뒷받침

강기정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적극 행정’도 시민 인식 전환에 크게 작용했다. 시는 공모를 시작 전후 주민설명회를 열고, 선진 시설 견학을 진행하는 등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특히 코펜힐, 유니온파크 등 세계적인 성공사례를 모델로 제시하며 주민친화형 친환경 처리시설을 제시했다. 여기에 입지 후보지 공모에 주변지역 주민을 위한 600억~800억원 규모의 편익시설 설치, 300억원의 주민숙원사업과 해당시설이 입지할 자치구에 200억원 교부 등 총 1천억원 이상 지원이라는 당근도 약속했다.

5개 자치구는 보이지 않는 협조로 공모 성공을 뒷받침했다. 이번 공모에서 자치구가 직접 신청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각 자치구는 관내 입지 가능성 있는 토지 소유주들에게 참여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시설이 들어서는데다, 소각 시설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로 자치구 현안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예상외의 공모 결과가 나왔지만 쓰레기 소각시설 최종 부지 선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광주시가 제1 조건으로 내세운 주민수용성을 비롯 신청 부지의 적합성, 집단 민원 발생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청지가 공개될 경우 인근 주민들의 민원 발생 가능성도 있어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광주시는 신청지에 대해 공모기준에 따라 주민동의요건, 면적 등을 1차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1차 확인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입지후보지 조사대상을 확정하고 타당성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최종 입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송용수 광주시 기후환경국장은 “자원회수시설(소각) 설치 사업에 많은 관심과 참여해 준 주민에게 감사드린다”며 “사업추진 과정에 가장 중요한 입지 선정이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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