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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7·혁명속 인연>

그는 하얀 와이셔츠를 입었으며 키는 평범하게 보통이나 골격이 단단하게 보였다. 어깨엔 권총띠를 두르고 있었으며 선글라스를 벗자 선한 인상이 취조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할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너무 차분한 어조로 이름, 주소, 그리고 시시콜콜한 내용을 지나 이내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뇌물을 준 공무원과 정치인은 누구지, 그리고 액수는 얼마인지 정길은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아는 한도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얘기했고 그 남자는 무표정한 말투로 정길이 말한 사실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도 했다.
“이 사장님 왜 양곡 전대업을 하면서 다른 업체는 100% 이상 높은 고리의 사채를 적용하는데 이 사장은 30%를 넘기지 말라고 하셨나요?”
“뭐 대답 안 하셔도 좋습니다.”
“아닙니다. 얘기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정길은 그의 삶의 좌우명을 먼저 꺼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쟁이 끝나고 종로상회를 재건하면서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종로상회의 비슷한 동종업계는 너무나 가혹한 살인적인 이자를 받아챙기며 부를 가난한 이에게 빼앗았으나 정길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절대 30%이상을 넘지 않았으며 거기에서 나온 이윤으로 전쟁 고아들의 무상급식과 장학사업에 힘을 기울였다고 떨어놓았다. 이는 헤어진 윤희와의 약속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정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 남자는 그만의 휴식을 취하려는 것인지 밖으로 나갔으며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길은 피곤이 몰려 왔다. 열 시간 이상을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신문을 받았다.
지금 밤인지 낮인지 정길은 인지할 수 없었다. 단지 환히 밝혀주는 백열등만이 적막을 함께 나누는 친구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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