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1

순영의 싸늘한 주검 앞에 순임은 오열하고 있었다. 시신이 보관된 차디찬 병원 사체 보관소엔 망자의 원혼이 구천을 헤매는 듯 한 서린 냉기마저 감돌았다. 냉동고에 보관한 시신을 꺼내 덮여있던 하얀 천을 아래로 내렸다. 핏기가 가신 순영의 얼굴을 보자 춘삼의 심장은 멎는 것 같아 도저히 눈물도 나지 않았다. 모든 게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상과 잠시 마주한 것만 같았다.

“아이고 이것아! 네가 왜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져야 해! 이 언니는 어떡하라고 이것아! 이제 남은 여생, 너랑 행복하게 살려구 이 언니가 준비를 다 해 뒀는데 왜 이런 짓을 했어!”

순임은 죽은 순영의 얼굴을 부여잡고 하늘이 무너질 듯 오열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는 춘삼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실임을 느끼고 주검으로 돌아온 순영의 얼굴을 원망이라도 하듯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순영의 주검을 마주하고 있을 때 복도 먼발치,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와 중년의 수첩을 든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검정 안경을 쓴 의사는 시종일관 초조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중년 남자의 눈치만 살피더니 누워있는 순영의 시신 앞에 다가가 순영의 얼굴을 다시 하얀 천으로 덮었다. 의사와 동석한 중년의 사내가 순임과 춘삼을 바라보며 다소 사무적인 어투로 명함을 건네며 말문을 열었다.

“정순영씨 가족분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넋 나간 순임을 대신해 춘삼이 중년 남자의 명함을 받아들고 화답했다.

“전 이번 사건을 담당하게 된 양평경찰서 수사과 이선엽입니다. 먼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아마도 고인의 죽음을 저희로서는 자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순영의 시신이 있는 병원으로 오기 전 양평경찰서 당직 경관에게 그녀가 양수리 방향으로 차를 몰다가 난간을 들이박고 한강으로 추락, 익사했다는 비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순임이 다짜고짜 형사, 선엽에게 다가와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이봐요. 형사님 우리 순영인 죽을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어요! 알겠어요?”

“유족의 슬픔은 저희로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프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말인데 하루빨리 유족의 품으로 시신을 가져가시는 게 어떤가 싶은 마음에…. 이봐요 의사 선생 뭐라 이야기 좀 해주세요!”

선엽은 검안을 담당한 젊은 의사를 쏘아보며 자신을 도와 달라는 표정으로 그를 다그쳤다. 젊은 의사는 담당 형사인 선엽과 유족인 춘삼 일행을 번갈아 보며 검정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다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체를 부검해봐야 알겠지만…, 사사 사인은 아마도 자 자살일 가능성이 큽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