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7·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죽음>-6

잠시 생각에 잠기다 테이블에 놓은 휴대전화를 집어 정보국 김수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차장 난데 ”

“네 어르신 총리에 지명되신 거 우선 감축드립니다.”

“어찌 김 차장이 그 사실을 알고 있나?”“어르신 정보국에서 밥을 먹은 지 십 수 년이 넘었습니다. 그 정도 정보야…. 아이쿠 죄송합니다. 어르신 주제넘은 행동을 해서….”

“그건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미찌코가 연락이 되지 않아 비밀리에 소재 파악을 부탁함세.”

“네 어르신.”

최치우는 새벽 3시를 알리는 괘종소리를 들으며 김수창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미찌코는 구로동 언니 집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전화 끊기가 무섭게 미찌코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 치우씨 미안해요. 구로동 언니 집에 왔어요. 요즘 언니가 몸이 안 좋은지 잘 먹지 못해 위로차 들렀어요. 언니랑 있어서 비즈니스 전화를 받기가 그래서 아예 전화길 꺼 놓았어요. 먼저 전화드린다는 게 그만….”

“아니야 괜찮아. 잘해드려. 내게 좋은 소식이 있어 함께 지낼까 하고 생각했었지! 그럼 추후에 하지. 언니 잘 보살펴드리고 이번 주에 한번 보지!”평소 같으면 분기탱천한 험상궂은 얼굴에 불호령으로 으름장을 놓을 치우였으나 기분이 좋았는지 순영을 대하는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였다. 사실 순영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틀 전 청와대 이영만 실장으로부터 최치우가 총리로 지명된 사실을 사전에 전해 들었다. 코끼리대폿집을 정리한 순임은 춘삼과 순영의 팔장을 끼며 가로등이 놓여있는 골목길을 걸었다. 멀리서 보이는 골목길 파란 양철 대문은 언제 봐도 편안해 보였다.

“언니 이 길이 난 너무 좋아.”

“이것아 터진 입이라고 옆에 춘삼이 아니 박 대표가 네 곁에 있으니까 좋지? 흐훗”

“누나 편하게 부르세요. 전 누나가 춘삼이로 부르는 게 좋아요. 늘 파란 대문집에 세 들어 살았던 문간방 청년. 누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우리 함께 오붓하게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춘삼아 이곳도 머지않아 재개발된데. 이젠 이 골목도 영원히 사라지고 우리 기억 속에만 살아 숨 쉬겠지!”

순임의 푸념 섞인 말 한마디가 파란 대문을 향해 걸어가는 세 사람 발걸음을 덧없이 무겁게 만들었다. 순간 춘삼은 생각했다. 세상에는 영원(永遠)이란 없으며 단지 가슴에 고이 간직한 추억의 그림자만 기억 속에 남을 뿐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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