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6

그 내용은 최 총리가 어젯밤 총리 공관에서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유명을 달리했다는 내용이었다. 춘삼은 자기 눈이 의심스러워 다시 한 번 긴급 속보로 전하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춘삼은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시각, 성북동 이 회장의 저택에서 해용이 TV를 보다 최치우의 사망소식을 접하곤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비서, 정숙이 화들짝 놀라 해용이 큰일을 저지를까 걱정스러워 해용의 방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큰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정숙의 염려와는 달리 햇볕비치는 창가를 바라보는 해용의 모습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마치 온실 속 화초가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평온하게 자라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덧 해용의 얼굴엔 그녀를 괴롭혔던 악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평온한 모습이었다.

“언니 나 이젠 괜찮아요. 너무 염려 안 해도 돼요.”

“아가씨 정말 괜찮아요?”

해용은 창숙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창가를 한참 동안 응시하다 팔짱을 풀며 정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언니 내가 오랫동안 꿈을 꾼 것 같아. 이젠 나도 내 삶을 살아 볼래요!”

“아가씨 그 말이 무슨 말이에요?”

“오빠가 하는 일을 도와 볼래요.”

그 말이 떨어지자 비서 정숙은 해용을 껴안으며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동생인 양 기쁨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초겨울 찬기가 칼바람과 함께 양수리 강가에 앉아 있는 춘삼의 온몸을 에워싸고 있었다. 춘삼은 오랜 시간 장승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햇볕은 강물에 반사돼 마치 은갈치가 춤추는 것 같아 보였고 강물만 애처롭게 바라보는 춘삼의 뒷모습은 중년의 쓸쓸함만이 묻어나고 있었다. 춘삼은 장고를 거듭하다 불현듯 순영이 죽기 전, 코끼리 대폿집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빠! 혹여 내가 오빠 곁에 없더라도 오빤 날 용서해 줄 거지?’

그녀의 말은 이런 상황이 오리란 걸 예견이라도 한 듯, 한강만 바라보는 춘삼에겐 예삿말로 들리지 않으며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순영의 죽음에는 의문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녀가 연락이 끊긴 적도 많았고, 그 이후 합당한 대답을 들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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