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2

그의 행동은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어 보이며 목소리 또한 확신에 찬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형사, 선엽의 눈치를 보며 말을 더듬고 있었다.

“이것 봐요. 의사 양반! 좀 정확하게 이야길 해줘요! 제기랄!”

선엽은 검안을 담당한 의사의 답변이 시답지 않았는지 핀잔 섞인 말투로 쏘아붙이는 순간, 사체로 누워있는 순영의 오른팔이 힘없이 늘어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순간 춘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순영의 가운뎃손가락에 착용한 용가락지였다.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의 징표를 바라보자 춘삼의 눈가엔 눈물이 고이며 먼저 간 순영에 대한 원망뿐이었다. 마치 이 공간이 가상이 아닌 현실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승의 끈을 놓지 못해 춘삼을 향해 마지막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주검 앞에 춘삼은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어루만지다 결국, 설움에 복받쳐 오열하고 말았다. 그녀의 손등에 자신의 볼을 비벼대며 마지막 가는 길,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손목을 하얀 천 안으로 넣으려는 순간, 죽은 순영의 손목 둘레로 동그랗게 난 검푸른 멍 자국을 발견했다. 불현듯 춘삼은 온갖 상상이 나래를 물고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목에 난 멍 자국을 유심히 지켜보다 검안을 담당하는 젊은 의사를 불렀다.

“이봐요. 의사 선생! 여기에 난 멍 자국이 뭡니까?”검안의가 춘삼의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한 표정을 짓자, 선엽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춘삼을 바라보더니 이내 수첩을 좌우로 흔들었다.

“사고 당시 승용차에 탄 고인이 난간을 부딪쳐 한강으로 추락했을 때 생긴 멍 자국 같은데 유사한 사건들도 그 이상 멍 자국이 생겨요!”

“이봐요! 형사 양반 내가 당신한테 묻는 게 아니잖소!”“자세히 부검을 해봐야….”

검안을 담당한 젊은 의사는 선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선엽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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