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24>‘지붕없는 미술관’고흥 연홍도

“섬 곳곳‘자연그대로’ 묻어나는 그림이구려”

사진박물관이 주는 메시지…마을 역사 그 자체

연홍도서 바라본 금당도 ‘한 폭’산수화 연출

폐교 활용 미술관도 예술 관광객 유인 ‘한 몫’
 

당집전망대에서 바라본 연홍도는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50가구 80여명이 살고 있는 연홍도는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사이에 펼쳐진 아주 작은 섬이다.

‘지붕없는 미술관’이라 일컬어지는 고흥 연홍도를 찾아나섰다. 연홍도는 고흥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사이에 펼쳐진 작은 섬이다. 50가구에 80여명이 살고 있다. 10여년 전 만해도 녹동항에서 뱃길을 이용해야 했지만 거금도를 잇는 대교가 만들어져 가는길이 훨씬 수월했다. 그래도 뱃길을 이용해야 연홍도를 들어갈 수 있다. 배로 5분이면 족하다.

취재진은 계속된 폭염을 조금이나마 피해보려고 광주에서 새벽 6시30분께 승용차로 출발했다. 승용차로 1시간 20여분 달리니, 소록대교를 거쳐 거금대교를 지났다. 대교가 없을 때는 뱃길을 이용해야 했는데, 승용차로 진입하니 왠지 가슴이 뻥 뚫린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소록대교를 지나면서 문득, 마음 한 켠이 무겁게 짓누른다. 한센인에 대한 애환이 생각나서다.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나니, 승용차는 어느 덧 연홍도 관문인 신양항에 도착했다. 하루 일곱차례를 오가는 아담한 선박 연홍호가 반긴다. 연홍호는 여느 선박과 달리 형형색색 아름답게 단장됐다.‘지붕없는 미술관’을 오가는 배 다웠다. 섬에 들어가기전부터 벌써부터 마음이 설랜다.
 

형형색색 물들여진 연홍호.

▶어린시절 떠올리는 ‘향수’마을벽화

아름다운 연홍호에 승선했다. 3분여를 달렸을까, 연홍도에 도착했다. 아침 이른더위에 잠시 뱃길은 시원함을 주었는데, 그 느낌을 단숨에 없애버린다. 그래도 마음만은 즐겁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소라고동과 소포츠 조형물.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왼쪽 입구에 큼직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커다란 흰색 모형의 소라고동 두개와 각종 스포츠를 연상케 하는 빨간색 형상들이다. 달리기와 공굴리기 등 뭔가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다. 더위에 지친 마음에 활력을 더해준다.

마을 벽면은 온통 타일로 그려진 조형 미술품이다. 폐가에도, 창고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담에도, 각종 미술품으로 치장돼 있다. ‘지붕없는 미술관’임을 실감케 한다.

방문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는 ‘연홍 사진박물관’이 눈길을 끌었다. 족히 300~400여장에 달하는 추억의 사진들로 가득차 있다. 흑백과 컬러사진이 함께 어우려져 있는 것도 이채롭다. 마을 역사를 한 눈에 담아놓은 역사관이나 다름없다.
 

마을 역사를 알려주는 사진박물관. 선호남 연홍미술관장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다양하기만 하다. 이미 작고하신 분도 있고, 일부는 여전히 마을주민으로 건재한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각 시골 마을 입구에 이런 작품이 설치됐으면 하는 희망을 잠시 가져본다.

연홍 미술관으로 가는 길목 벽면에는 이렇듯 갖가지 모형의 벽화가 작은 감동을 안긴다. 재료도 다양하다. 바다에서 건진 폐품이나 쓸모없는 노, 그리고 조개껍질을 이용한 조형품들. 여기다 미술관의 도움으로 그려진 벽화에는 어릴적 뻥뛰기 장면, 말뚝박기, 풍선날리기 등이 방문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향과 친구들의 얼굴을 떠 올려본다. 소꼽친구가 미치도록 보고 싶다.

▶또 하나의 선물 ‘김일 레슬링’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 마을 벽면에는 또 하나의 잊혀진 장면이 추억을 생각케 한다. 어릴적 마을 친구들과 함께 즐겨봤던 흑백 텔레비젼 속 프로레슬링의 주인공들이다. 김일의 제자로 알려진 노지심(본명 김주용)과 백종호의 레슬링 장면이다. 이들의 고향이 바로 이 곳이다.
 

추억의 한 장면인, 프로레슬링 장면. 노지심과 백종호각 이 곳 출신이다.

17세에 김일 체육관에 입문한 노지심은 대머리가 인상적이다. 세계프로레슬링 챔피언 대회 극동 챔피언으로 등극할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과시해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백종호 역시 김일 도장에 입문한 레슬러로 영화 ‘반칙왕’의 실제 모델이다. 낮에는 은행원으로, 밤에는 레슬러로 활동했던 우리은행 지점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김일의 고향인 금산이 여기서 멀지 않다.

▶‘자연으로 소통하는’포토존

마을 벽화을 뒤로하고 잠시 걸으면 해변 입구에 도달한다.‘소나무 쉼터’가 있다. 막걸리와 커피 등 간단한 음료가 준비돼 있다. 섬에 슈퍼가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잠시 머물면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이처럼 팬션이나 식당, 쉼터는 마을주민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익금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곳 쉼터에서 미술관까지 가는 200여m에 달하는 해안거리는 자연이 준 포토존이다. 포토존에 들어서자, ‘한국화’가 한 눈에 쏙 들어온다. 한 손에 잡힐 듯 펼쳐진 금당도는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취재진과 동행한 연홍미술관 선호남 관장은 “금당도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미술이다”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장관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고 극찬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해안가는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됐다. 일몰이 백미다. 금당도 앞을 배경삼아 떨어지는 낙조 모습은 섬의 어느 각도에서든 각기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폐교 활용’연홍미술관

연홍도가 ‘지붕없는 미술관’이라 한다면, 연홍미술관은 ‘지붕이 단단한 미술관’이다. 폐교된 연홍분교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꾸몄다. 지난 2006년 11월 개관했다. 관장은 선호남씨다. 주로 여수에서 활동한 재야 미술가였으나 2005년 김정만 출향인사의 소개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벌써 13년째 생활하고 있다.
 

연홍 미술관 전경.

선 관장은 개관 이래 매년 8차례씩 기획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이날도 ‘삶과 바다’라는 주제로 류임석 초대전이 한창이다. 올해로는 세번째다. 방문객 가운데는 전시회 일정에 따라서 섬 방문 일정을 조절할 정도로 점차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한다. 지붕없는 미술관과 지붕있는 미술관은 묘한 조화로 다가왔다. 바로 앞 바다에는 수상조형물인 ‘은빛물고기’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미술관 앞 바다위에 세워진 은빛물고기 조형물. 멀리 그림처럼 보이는 완도 금당도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해안 산림길’좀바끝·아르끝

미술관에서 오른쪽으로 해안가를 타고 가면 숲길이 나온다. 전망대 가는 숲길에 두개의 ‘LOVE’조형물이 젊은 연인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 20~30년생으로 추정되는 후박나무 숲은 여름철 쉬어가는 곳으로 안성맞춤이다. 이어진 2층 가량 높이의 전망대는 금당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였으나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아르끝은 좀바끝과 정반대 위치다. 다시 마을을 가로질러 소원오름길을 지나 당집전망대까지 올랐다. 가는 길목에는 참깨밭과 누렁소가 소를 뜯고 있었다. 특히 섬마을 특성상 농기계 대신 소를 이용해 경작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곳에서는 연홍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성과 장흥, 강진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취재후기

그림만 있을 뿐 자연이 전혀 훼손되지 않은 섬이 전남도에 있다는 것이 행복으로 다가왔다. 여기다 언덕에는 억새와 갈대 등을 심어 ‘언덕의 바람’과 같은 운치 있는 섬으로 가꾸는게 선호남 관장이 하고 싶은 일이다. 선 관장은 체험학습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동아리 형태로 섬을 찾는 것에 착안했다고 한다.

이런 시설들이 보완된다면, 일몰과 밤바다 풍경을 느끼게 하는 필수요소로 생각됐다. 연홍도에는 미술관이 2개 존재한다. 지붕이 있는 미술관과 지붕없는 미술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글·중서부취재본부/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사진·위직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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