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22>‘작지만 매력 넘치는’고흥 쑥섬

야생화·다도해 어우러진 해안 절경 ‘일품’

기암괴석·원시림·돌담길 오롯이 보존

부부가 일군 손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정상에 ‘섬타는 길’…연인의 만남도 기대
 

야생화와 다도해가 함께 어우러진 해안 절경이 일품인 고흥 쑥섬이 남도의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개방 3년만에 2만여명의 관광객이 넘어섰다. 사진은 쑥섬의 야생화가 활짝 핀 가운데 손죽도 기암괴석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난대림 원시림이 울창한 곳. 별 모양의 정원이 다도해와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 수 백년된 돌담길이 아직도 오롯이 보존된 곳. 숱한 세월동안 해식작용에 의해 이뤄진 기암괴석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 무덤이 전혀 없는 곳. 개와 닭은 없고 고양이만 있는 곳.

이 곳이 고흥군 봉래면의 작지만 매력이 넘치는, 애도이다. 옛부터 쑥의 질이 좋아 외지인들이 쑥을 캐러 많이 왔다해서 불리는 ‘쑥섬’이 애칭이다. 지금은 애도보다는 쑥섬으로 더 알려졌다. 한 여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11일, 취재진은 고흥군 문화해설사 김선미씨와 함께 쑥섬을 찾았다.
 

나로도 축정항구서 바라본 쑥섬 전경.

쑥섬은 나로도 여객터미널 인근 측정항구에서 배로 5분 거리 남짓에 있다. 한 눈에 잡힐 듯 보이는 쑥섬은 보기에도 앙증맞기만 하다. 원래 쑥섬만 있었지만 왼쪽 손죽도와 방파제로 연결돼 있어 지금은 2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15가구, 25명의 주민들이 오손도손 살고 있는, 그야말로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의 섬’ 그 자체다.

▶섬마을 유래

애도는 1665년 조선 현종 때 장흥 관산에서 박종립이 처음 들어왔다. 원래는 돌산군에 속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고흥군 봉래면에 속해있다. 이 곳은 1970년대만 해도겨울 삼치가 많이 잡혀 파시가 형성될 정도로 부촌이었다. 하지만 70가구에 달하던 마을은 젊은이가 하나, 둘씩 떠나면서 초라한 섬으로 쇄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분위기 반전이 일기 시작했다. 이 곳에 김상현 중학교 교사와 고채윤 약사가 이사를 오면서 부터다. 김상현씨의 외가이기도 한 이 곳에 야생화를 심고, 길을 만들고, 탐방로 곳곳에 스토리텔링이 가해졌다. 김씨 부부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어김없이 섬을 가꾸는 작업에 몰두했다. 무려 16년간 진행됐다.물론 주민들도 가세했다.

2016년 섬이 일반인에 개방됐다. 첫 해에 2천여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지난해에는 10배가 늘어난 2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섬지기’김상현 씨는 “자연 그대로의 섬이 사람들에게 준 축복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마을 상징물로 자리잡은 ‘갈매기’카페.

▶첫 눈에 반한 ‘갈매기’카페

축정항구에서 애도를 가는 배에 승선했다. 폭염으로 긴 호흡을 몇 번 가다듬었는데, 배는 벌써 애도에 도착함을 알린다. 선착장 입구 정자 반대편에 안내판이 눈에 들왔다. 김상현씨가 정성들여 만든 입간판이다. 탐방 이용료 5천원을 담은 무인 돈통이다. 이 돈은 세금과 꽃정원, 탐방로, 원시림 가꾸기사업으로 전액 투입된다고 한다.

이처럼 섬 곳곳 이정표에는 김상현씨가 직접 쓴 글씨로 외지인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섬의 포근함과 곁들여 더욱더 찾는이들로 하여금 정감을 더해준다.

쑥섬 선착장 입구에 마련된 무인돈통. 섬 가꾸는 사업비로 활용된다.

탐방로에 들어서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갈매기’카페다. 이 곳 섬에는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미리 여기에 들러야 한다. 간단한 음료수나 생수를 파는 무인판매대도 마련돼 있다. 카페 바로 옆에는 돌게 팬션이 있는데, 아쉽게도 물이 부족해 지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행운목’푸조나무

곧바로 탐방에 돌입했다.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탐방로는 거친 듯 하면서도 잘 다듬어져 있어 초행길인 사람들에게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난대원시림이 무성해서 땡볕을 막아 폭염도 아랑곳 하지 않을 정도다. 육박나무와 길을 가로 지른 후박나무를 지나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푸조나무가 반긴다.

지난해 5월5일, 이낙연 국무총리(당시 전남지사)가 이 곳을 방문해서 푸조나무의 행운을 안았다고 마을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이 말을 들은 기자도 귀가 쏠깃했다. 사람 두 팔 크기의 푸조나무를 한참동안이나 끌어안고 행운을 빌었다. 자연이 주는 또다른 매력이다.

▶손죽도 ‘포토존’

이어 동백나무와 잣밤나무 터널을 지나니 환희의 언덕에 다다른다. 나로도 항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잠시 쉬어가는 코스다. 지척에 손죽도를 배경삼는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숱한 세월동안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기암괴석과 파도가 아름다운 포말을 이뤄 더위를 한층 식혀준다. 손죽도를 따라 펼쳐진 남해안 비경이 애도를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보기만 해도 젊어진다는 천선과 군락지를 따라 가다가 무덤 모양의 풀봉분을 만났다. 문화해설사는 무덤이 아니라고 했다. 이 섬만이 갖는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무덤 자체가 없단다. 설령 무덤을 만들더라도 곧바로 육지로 이장한다고 했다.

원시림 속으로 다도해 풍경이 들어온다. 숲을 통해 본 다도해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원시림 탐방로에는 사계절 바뀌어 가면서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봄에는 금계국이 피었더니 이제는 자두리두베키나가 만개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상현씨 아버지가 직접 만들었다는 ‘아버지의 길’을 따라 가니 소사나무 군락지와 자귀나무, 돈나무 군락지가 자태를 드러냈다. 가장 보고 싶었던 ‘별 정원’이 한 눈에 들왔다.
 

별 모양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별 정원. 멀리 다도해 풍경이 보인다.

▶야생화 천국‘별 정원’

애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로도 우주센터가 있다. 그래서 착안한 정원 이름이 ‘별 정원’이다. 1천평 규모에다 300여종의 야생화가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별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에는 수선화, 돌갓꽃과 튤립, 꽃잔디, 금계국이 저마다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여름에는 상사화와 황화코스모스, 매리골드, 백일홍, 칸나, 백합이 오가는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청화국화와 천일홍, 한련화, 라벤더허브가 만발해서 해안 정원의 정수를 기대케 한다.

별 정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수평선과 야생화가 조화를 이룬 장관은 여기 아니면 만끽할 수 없다. 그야말로 ‘별 정원’은 ‘별 천지’다.
 

쑥섬 정상을 알리는 이색표지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쑥섬 정상‘83m’

‘별 정원’을 따라 오르다보니, 여자산포바위가 있다. 남자산포바위에 비해 바위가 평평하다. 여기서 말하는 ‘산포’는 경치가 좋으면 놀거나 잠시 쉬는 것을 의미한다. 마을에 사는 여인네들이 명절이나 보름날 달밤에 음식을 싸와서 노래와 춤을 즐기기도 하고 가정과 미래에 대한 꿈과 안녕을 기원하던 곳이다.

여기서 남자산포바위까지는 5분 정도 걸린다. 이 길을 ‘섬타는 길’이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주로 만나는 장소로 이용돼 붙여진 이름이다. 남자산포바위가 이 섬의 정상이다. 무려(?)83m다. 이 곳 정상 안내판이 관광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에베레스트(8천848m), 백두산(2천750m), 한라산(1천950m) 정상과 별 차이가 없다고 적혀있다. 정상은 정상끼리 통한다는 ‘개그 아닌 개그’로 받아들여졌다.

▶무인등대

마을로 내려가는 해안가 길목에는 무인등대가 있다. 멀리 거문도는 물론 초도까지 보인다. 등대를 따라 해안가에 내려가보면 해안절경이 멋지게 수 놓여 있다. 탐방로의 마지막 코스이기도 하다. 마을을 향해 내려가다보니, 우끄터리 쌍우물이 나온다. 우물을 복원하는 작업이 마을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앞에 사양도가 펼쳐진다. 지난 5월 사양도는 나라도와 연륙이 돼서 주민들의 삶이 향상됐다.

▶취재후기

400여년 된 마을 돌담길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돌담길만 있고 가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사람은 살지 않더라도 돌담길을 그대로 살려준 것은 김상현 선생과 마을주민들의 합작품이다. 돌담길은 마을의 역사와 자연을 고히 간직한 살아있는 전설로 느껴졌다.

400여년된 돌담길. 마을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2시간 탐방하고 나니 기진맥진이다. 옷은 땀투성이고 살갗은 카맣게 탔다. 그래도 마을 정자에 들어서니 마을 어르신이 얼음이 가득찬 쑥식혜를 건넨다. 모든 피곤이 사라진다. 아직도 때묻지 않은 시골인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오는 11월에는 쑥섬만 오가는 전용배가 운항된다.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한편 고흥군은 내년까지 10억원을 들여 애도 관광자원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원 조성과 함께 해안도로 정비와 그리고 조경 사업 등이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사진/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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