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그리운 고향 땅으로…

추석특집-서울의 봄과 평양의 가을…

가자! 그리운 고향 땅으로…
 

“어서 오너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명절은 고향 어머니 품에서 지내고 성묘를 해야 제맛이 난다. 사람들은 고향에 내려와서 어머니와 더불어 한가위를 지내려 한다. 고향의 추석은 어머니의 얼굴 그 자체인 만월처럼 넉넉한 품으로 도회지 생활에 지친 사람들 가슴속에 활력을 충전시켜준다. 추석 연휴가 다가올수록 시골 어머니는 대문 밖에 나가 하염없이 자식들이 오기를 기다리신다. 전남 화순군 북면 서유리에서. 화순/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제자(題字)=담헌 전명옥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사랑하는 사람들’

박용철 시인의 ‘떠나가는 배’의 일부분이다. 타의에 의해 고향을 떠나는 이의 심경을 잘 표현한 대목이다. 그렁~ 눈물 어린 눈으로 고향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과의 이별에 목메어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그대로 느껴진다. 젊은이가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사뭇 많다. 일제강점기, 저이의 출향사연은 비장한 듯싶다.

추석이다. 추석은 떠났던 이들이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나이 드신 어머니는 부엌일을 하면서도 귀는 싸리문으로만 열려 있었다. 인기척이 나면 부리나케 정개 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곤 했다. 등이 굽은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계면쩍음을 감추느라 일을 핑계 삼아 일찍 동구에 나섰다. 그러나 하염없이 자식들 걸어올 길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60~70년대에는 유독 고향을 노래한 유행가들이 많았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된 타향살이를 향수를 달래주는 노래를 들으며 이겨냈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어딘 들 못갈까? 하루에 서울을 두 번도 오가는 세상이다. 북한 땅만 못갈 뿐이었다. 그런데 19일 열린 남북한정상회담으로 실향민들의 한도 곧 풀릴 전망이다. 너무도 긴 세월이 흘러 묏부리와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기억할지가 걱정이다.

추석날, 우리는 무엇을 볼까? 오래 보지 못했던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건성으로 인사만 나누고 제각각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을까? 정을 나누는 추석인데도 정작 정이 실종돼 있는 것이 요즘 세태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어디든 걸어보는 추석이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이마의 깊은 주름살이 몇 개나 되는 지 헤아려보는 추석이면 좋겠다. 보름달 같은 사랑이 저마다의 마음에 떠오를 것이다. 정과 사랑을 회복하는 추석이 되기를……

/최혁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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