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판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왜 내 행동의 자유를 막습니까. 수사관님 도우려고, 예쁜 여자 데리고 오고, 기왕이면 창고에서 쓸만한 선물꾸러미를 뽑아오려는데, 나를 인질극 삼으려 하십니까. 그게 싫습니까?”

“오, 그렇다면 미안한 일이군. 하지만 오야지가 장난질을 많이 치는 것 같아서리…”

김도창이 한발 물러서서 좀 느긋해지자 강대판이 재빨리 사무실을 나왔다. 그는 보헤미안으로 달려가 정봉필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정봉필이 화를 냈다.

“고 새끼덜 오냐오냐 받아주면 이렇게 덮어씌운단 말이요. 고분고분 받아주면 고것들 권리가 되어분단 말이요. 이렇게 나도 모르게 계급이 형성되면 우리는 평생 하수인으로 살게 되지라우. 그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도 나가 가서 조자버릴라요.”

“그건 모험이지 않을까. 위험하단 마시.”

“이래 디지나 저래 디지나 디질 팔자면 깨갱 하고 소리라도 한번 내질러야지라우. 위험은 감수하라고 있는 것이고요. 고새끼덜 쎄게 한번 욕보여주어야 우리도 배짱이 있고, 만만치 않다는 걸 안단 말이요. 맞짱 뜨는 건 공권력이든 깡패조직이든 상관할 바 아니요. 조폭 뜯어먹는 공권력은 한번은 혼내줘야지라우. 우리도 쓸개가 있고 가오가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단 말이요.”

정봉필이 똘마니 넷을 선발해 본부 사무실로 보내면서 여러 가지 정황을 일러주고, 세부 지시를 내렸다.

“무장해라. 쇠몽둥이, 도끼, 일본군도, 모두 갖추어라. 닥치는대로 사무실 기물을 부수고, 앉아있는 놈을 아작내부러라. 우리는 강대판의 반대파다. 무슨 뜻인 줄 알겄냐? 우리 구역을 침범한 죄를 묻는 거이다.”

행동대들이 일제히 복창했다.

“알것습니다, 형님.”

“당장 나가서 행동 개시해라.”

행동대들이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나가자 정봉필은 약간의 시차를 두어 본부 사무실 뒷문으로 숨어들었다. 자작극을 지휘 감독하는 한편, 김도창이 뒷문으로 도망쳐 나오면 주먹으로 박살을 내버릴 작정이었다.

행동대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소파에 앉아있는 김도창을 조지기 시작했다. 김도창은 방어 한번 못하고 묵사발이 되었다. 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강대판이 보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괴한들이 한 말은 의외였다.

“이 새끼 우리 구역을 넘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러면서 한 놈이 칼을 책상 위에다 힘껏 내리꽂았다. 꽂힌 칼이 파르르 떨었다.

“너 강대판 참모여?”

“이놈들!”

김도창이 소리쳤으나 패거리들이 묵살하고 달려들어 그를 패기 시작했다.

“이놈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니가 뭐간디, 호통이여? 우린 강대판 사무실을 뽀사부리는 것밖에 아는 것이 없어!”

김도창은 신분을 밝힐 수 없었다. 그는 단독으로 사무실을 찾은 것을 후회했다. 단독으로 사건을 처리해 공을 독점하려는 것이 이런 낭패를 가져오고 말았다. 과유불급인가. 행동대 중에 한 놈이 따져물었다.

“너 밀수업자지? 접선해서 물건 빼돌릴라고 찾아온 거지? 우리가 모를 중 알고? 야, 이 호로 상놈의 새끼야, 고걸 가지고 시장, 지검장, 경찰서장, 정보책임자 놈들한티 상납해서 범죄를 은폐하고, 공생하려는 것이지? 그러면 국가 경제가 어떻게 되것냐? 겉으로는 산업 일으키자 해놓고, 속으로는 이렇게 국가경제를 좀먹는 밀수를 묵인해준다? 에라, 이 개새끼. 디져바라.”

완전히 뒤집어 씌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한동안 살아왔다. 밀수 천국은 부산과 여수지만, 목포 또한 재미가 적지 않았다. 단위가 적고, 밀수 행위가 잦은 것은 아니니 그만큼 허점이 많았다. 이런 허점을 이용하니 부산, 여수에 못지 않은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한 놈이 갑자기 그의 얼굴에 주먹을 가격했다. 그의 콧등이 무너지는 듯하면서 주루룩 코피가 쏟아졌다. 다른 놈이 그의 어깨를 잡아 비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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