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스펙 각종 시험 응시료 ‘껑충’
해외취업 필요한 아이엘츠 응시료 27만3천원
학원비·교재비도 감당 어려워
‘알바’로 시간 뺏겨 응시기회만 늘어

■기획-청년 취업난 해결 방안 없나
1 무더위도 잊은 취준생
2 스펙 쌓다 등골휜다
3 일자리 미스매치 심각
4 일자리 찾아 떠나는 청년들
5 지원기관·전문가 해법은

 

이른 아침부터 전남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취업준비생들의 모습. /이서영 기자

#1. 올해 하반기 공기업 채용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A씨는 토익스피킹 시험을 예약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7만7천원이던 토익스피킹 응시료가 2일부터 8만4천원으로 7천원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시험의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본 스펙 중 하나라 울며 겨자먹기로 시험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고득점을 받아야 하는 시험이라 지금까지 응시료만 20만원이 넘었다”며 “이번에 꼭 원하는 점수를 받아 시험을 그만 치루고 싶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 취업준비생 B씨는 취업준비와 함께 주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로 했다. 취업준비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어학시험 준비에만 60만원 가까이 지출했기 때문이다. B씨는 “부담되는 취업비용에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내린 판단”이라며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아르바이트와 시험 준비를 병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와 더불어 취업 필수 스펙인 시험 응시료마저 줄줄이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 가벼운 취업준비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졸업 후 임금근로자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10개월에 달했다. 취준생들은 10개월동안 특별한 수입이 없는 한 취업준비로 인한 지출만 발생하게 된다. 각종 시험 응시료 상승은 토익스피킹 시험 뿐만이 아니다. 작년 3월 컴퓨터활용능력(필기·실기)은 3만8천800원에서 4만1천500원으로 올랐다. 토익 응시료도 작년 5월 4만5천원에서 4만8천원으로, HSK(중국한어수평고시) 응시료도 3월부터 급수에 따라 5천원~2만2천원 인상됐다. 해외취업을 위한 아이엘츠 응시료 또한 4월부터 일반 기준 26만8천원에서 27만3천원으로 상승했다.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응시료 인상에 대해 “2012년 이후 10년만의 응시료 인상”이라며 “물가상승과 지속적 시험 관련 제반 비용의 증가 때문에 부득이하게 인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돈이 없으면 취업조차 하기 힘든 무전무업(無錢無業) 시대다’, ‘응시료 상승폭 제한이나 할인 제도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질 정도다.

취업비용은 단순히 시험응시료 뿐만이 아니다. ‘필수 스펙’으로 불리는 점수와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학원비, 교재비와 함께 수차례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취업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 독서실비, 식비, 교통비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입이 없는 취준생에게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좁은 취업길을 뚫기 위한 취준생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취준생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취준생 딜레마란 구직 활동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구직활동에 전념하지 못해 취준 기간이 길어진 교착 상태를 의미한다.

대학 졸업생 박모(28)씨는 “시험 하나만 준비해도 통장이 텅 빈다”며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에는 힘들지만 스펙 쌓는 준비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잇다”고 말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