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올 설 명절은 최강 한파와 폭설 속에 끝났다. 출향인들은 안전한 귀경을 위해 일찍 고향집을 떠났다. 지난 설 보다 하루 짧은 나흘 연휴여서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비록 하루나 이틀간의 귀향이었지만 고향의 정을 듬뿍 안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설 연휴 사흘째인 23일 귀경길에 오른 인파와 차량이 몰리면서 광주 종합버스터미널, 광주송정역, 고속도로는 종일 붐볐다.

이번 명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설이어서 기대에 부풀었다. 귀성객들은 고향에서 가족·친척 등을 만나 3년 만에 진한 정을 나눴다. 지역을 찾은 이들은 광주·전남 민선 8기 1호 공약인 첨단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을 비롯해 고향사랑기부제, 가뭄 극복,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 광주 군공항 이전, 전남지역 의대 유치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열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기부하면, 지자체는 주민복리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는 세제혜택과 기부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다.

광주시는 지난 20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광주송정역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홍보활동을 펼쳤다. 전국에서 유일한 무형 답례품 ‘네이밍 도네이션’과 김치, 우리밀 가공품, 농축산 꾸러미, 쌀, 김부각, 잎차류, 공예품, 광주상생카드 등 총 9개 답례품 알리기에 나섰다. 전남도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연이은 기부 소식과 함께 118개 답례품목 및 114개소 공급업체 선정 등 고향사랑기부제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전국 최초로 전담조직인 ‘고향사랑과’를 신설해 조례 제정, 답례품 선정, 홍보 등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출향인들은 민선 8기 2년차를 맞아 역사적이나 문화적으로도 한뿌리인 광주·전남이 상생 발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여당인 국민의힘 의정 활동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거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구 국회의원 18명(광주 8명, 전남 10명)이 호남 정치력 실종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으론 민생 정책 우선을 외치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국힘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부 출향인들은 고향 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조차 모른다며 존재감마저 잃은 의원들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처럼 고향을 찾아 내년 4월 제22대 총선 ‘현역 물갈이론’에 힘을 보태 향후 파장을 예고했다.

실제로 지역 국회의원들은 새해 벽두부터 윤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남도일보가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12~17일까지 모바일로 진행한 ‘광주·전남 국회의원 정치 개혁 의향조사’ 결과, 18명 중 4명이 현행 ‘소선거구제’(1인 선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4명, ‘중대선거구제’(2∼4인 선출)·‘대선거구제’(5인 이상 선출)는 각각 2명이었다. ‘기타’ 2명, ‘유보’ 4명으로 집계됐다. 지역구 사정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대선거구제’를 선택한 의원이 윤영덕(광주 동남갑)·조오섭(광주 북구갑) 의원에 그친데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 당 내부는 물론 여야 합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면 18명 중 8명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했다. 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3명, ‘연동형 비례대표제’ 2명이었다. ‘기타(연동형 및 권역별)’ 2명, ‘유보’ 3명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의원들이 비례대표 선거제도의 보완과 개혁 등에 대해선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설날 밥상 민심의 화두는 호남의 민주당 1당 독점 구조 타파와 실종된 정치력 복원이었다. 이번 설 연휴에도 광주·전남 거리 곳곳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불법 명절 인사 현수막은 어김없이 내걸렸다. 다만,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와 오는 3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입지자들의 불법 명절 인사 현수막과 함께 걸려 있다는 점이 다른 명절 때와 다를 뿐이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