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올해 개항 16년을 맞은 무안국제공항을 국제공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방공항 유일의 ‘커퓨타임(야간 이착륙 금지)’ 없이 24시간 내내 이착륙 가능한 공항임에도 ‘불 꺼진 동네공항’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무안공항은 개항하자마자 서남권의 허브공항으로 꿈에 부풀었다. 2007년 11월 8일 개항식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무안국제공항은 서남해안 발전의 견인차 역할과 함께 광주·전남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김해공항과 더불어 대한민국 항공 물류 산업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장관을 맡았던 건설교통부도 무안공항을 호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주공항과 같은 수준으로 개방, 외국 항공사가 무제한으로 취항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개일수도 연간 16일 안팎에 그쳐 인천공항의 대체공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물론 16년 전 ‘장밋빛 미래’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국제공항으로 자리 잡기에는 활주로 등 주요 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주변 인구·접근성·경제력 등 제반 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인근 광주공항 국내선 존치도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무안공항 이용객은 2019년 89만5천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4만6천 명에 머물렀다. 2007년 1만5천 명, 2021년 2만1천 명에 이어 개항 이래 3번째 최저 실적이다. 16년 동안 하루 평균 이용객은 573명 수준이다. 하루 평균 운항 편수가 5편에도 못 미쳐 국제공항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최근 6년간 누적적자도 930억 원에 이른다. 가장 큰 요인으로 국내선과 연계가 되지 않아 공항 이용에 제약이 많은 점이 꼽히고 있다. 반면, 지난해 김해국제공항의 경우 이용객 1천2만 명 중 국내선이 88%를 차지했다. 청주국제공항도 이용객 317만 명 중 99%가 국내선 이용자로 나타났다.

국제선과 국내선이 분리된 ‘반쪽 공항’으로 추락한 무안공항의 미래는 더더욱 어둡다.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전북 새만금국제공항이 각각 2029년께 개항된다. 2030년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도 문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5년 내에 무안공항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성장할 기회를 다시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죽하면 최인묵 광주여대 교수가 지난 17일 열린 ‘무안공항 활성화 전문가 토론회’에서 현재 무안공항이 사망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활성화의 불이 꺼져버린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을까. 최 교수는 전국 8개 국제공항 중 이용 실적이 가장 낮은 무안공항의 경우 민간공항을 합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공항 수요의 선택지로서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활성화 정책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무안공항 활성화 문제는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과 맞물려 지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함평 지역이 급부상하면서 무안공항에 국내선을 통합·이전시켜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남도의 방침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급기야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15일 큰절까지 올리면서 무안군이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국내선) 이전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지사는 이날 발표한 ‘무안공항 활성화와 서남권 발전을 위해 도민께 드리는 담화문’을 통해 “무안군민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이전지역 피해를 충분히 상쇄할 획기적 지원대책 마련에 온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전남도가 응급 처방에도 나섰다. 기반 및 편의시설 확충, 항공사 재정 지원, 지역 안배 슬롯(항공기 운항시각) 배정 건의, 동남아 노선 특화공항 육성, 무사증(無査證) 입국제도 운영 등을 통해 무안공항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과 연계한 활성화 방안이 최상책임엔 분명하다. 군공항 이전 후보지 결정은 전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 의사에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광주 군공항과 국내선이 함께 와야 이전 지역 발전의 상승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어 ‘무안국제공항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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