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광주·전남지역구 총선 총평은 기대와 우려로 극명하게 갈렸다. 문풍(文風·문재인 바람)을 타고 더불어민주당이 18석(광주 8석·전남 10석)을 싹쓸이했다. 민주당 심장부에서 예견된 결과였다. 지역구 18명 중 15명(83%)이 물갈이됐다. 민생당 6선의 천정배, 4선의 박지원·박주선·김동철, 3선의 장병완 후보 등이 고배를 마시면서 호남 정치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초선 의원이 13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정치·국회 개혁 분야 등에서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공룡 여당’ 탄생 속에서 지역 예산 확보 등엔 ‘빨간불’이 켜졌다는 걱정도 컸다.

시간이 흘러 제22대 2024년 4·10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가 멀다고 출마 예정자는 물론 현역 의원들의 내년 총선 준비용 출판기념회 개최 안내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출판기념회가 시민과 만남의 장인데다 정치 신인들에겐 합법적 홍보 수단이다. 하지만 세 과시와 법망을 피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 된지 오래다. 대필을 하거나 짜깁기 일색인 일부 책자 내용도 시민들에 피로감을 주는 등 각종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책을 팔면서 책값 이상의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모금 한도가 없고 수입 내역을 공개하거나 신고할 필요도 없다. 선거일 전 90일부터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어 선거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창구’로 안성맞춤이다.

‘출판기념회 홍수’ 속에 오는 12월 12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내년 총선 열기는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현역 의원 18명(민주당 17명·무소속 1명)의 조바심도 커질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교체 희망 응답이 절반을 넘은데다 전원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바닥 민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광주·전남지역 역대 총선 현역 물갈이 폭은 16대 61%, 17대 66%, 18대 52%, 19대 35%, 20대 47%, 21대 83% 등이다. 야권연대로 치러진 19대와 현역 중진들이 대거 국민의당 바람에 편승해 살아남은 20대 총선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새 인물로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3년 전 21대 총선에서 새 밀레니엄 총선 이후 최대 교체 폭의 수혜자(?)인 현역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이다. 실제로 KBC 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광주·전남 주요 선거구 9곳(광주 5곳·전남 4곳)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현역의원 선호도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조사에서 광주 서구갑 송갑석 의원과 광산구갑 이용빈 의원,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서동용 의원을 제외한 6곳의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들이 고전하거나 경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피 참조)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재 거주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53.3%가 “다른 인물을 뽑겠다”고 답했다. “현역 의원을 뽑을 것”이란 응답은 27.7%, “모름·무응답”은 19.0%로 각각 조사됐다. 특히, 광주·전라(66.1%)에서 인물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컸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피 참조)

이들 여론조사 결과는 현역 의원들이 지역 현안 해결 등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심 반영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일색의 현역 의원들이 중앙당 눈치를 보면서 호남정치 복원에 소극적이고 광주 군공항 이전과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입을 닫거나 늑장 대응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분석이다. 유력 입지자들끼리 후보 단일화를 통해 1대1 구도가 형성되면 당내 후보 경선부터 현역 의원들의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광주·전남에서 최소 1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국민의힘의 거센 도전도 받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 텃밭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의 여파가 내년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 ‘문풍’에 이어 친명계 인사들의 돌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공천은 국민 50%, 당원 50%를 반영하는 국민참여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은 ‘현역 50%, 다선 75%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소위 ‘반명계 공천 배제설’ 등이 나돌면서 계파 간 공천 다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과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 변수는 남아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남 지역구 현역 의원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 살아남을지는 유권자 손에 달려 있다. 유권자들은 온전한 인격과 도덕성,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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