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가동 중단·영암 대불공장 신축
노조 “멀쩡한 회사 폐쇄…이유 밝혀져야”
사측 “경영 악화로 불가피… 최대한 고용 승계”
1천500억원대 부지활용 ‘뜨거운 관심사’

 

1973년 준공해 지역경제 발전에 일조해 온 50년 역사의 고려시멘트 전남 장성공장이 노조 파업과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고려시멘트는 최근 장성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근로자 77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진은 고려시멘트 장성공장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지난 50년 동안 전남 장성군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지역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고려시멘트 장성공장’ 폐쇄를 놓고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고려시멘트는 업계에서 호남을 주무대로 견고한 입지를 다져왔지만,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경영실적 악화 부담 등으로 결국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수십년 동안 땀을 흘리며 일을 해온 공장 근로자들만 일순간 직장을 잃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장성공장이 적자에 허덕이는 시기 노동조합측은 사측에 ‘임금 인상 문제를 회사에 일임’하는 등 전향적 태도로 회사 정상화에 협조했지만, 직장폐쇄로 이어져 법적조치 및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장성공장 폐쇄 배경엔 철저한 ‘자본 논리’가 자리한다. 공장폐쇄에 따른 부지활용에 대해 회사는 회사대로, 관련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개발수익 및 지역발전을 따져가며 밑그림을 그려내는 분위기다.

29일 고려시멘트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고려시멘트는 최근 장성공장 생산라인 가동 중단 및 전면 폐쇄를 결정했다. 고려시멘트는 높아진 시설 투자 비용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지난해 말부터 장성공장 폐쇄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고려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액 699억원에 영업적자 12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시멘트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원가 부담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영압박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측은 경영진의 운영 미숙에 따른 리스크로 판단하고 있다.

박선일 고려시멘트 노조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시멘트 업계는 1분기(1~3월)를 비수기로 보고 있고 이후 2~4분기(4~12월)까지 매출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성수기로 판단한다”며 “장성공장은 월 평균 시멘트를 8만~10만톤을 판매해 80억~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2012~2021년까지 52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단기간 적자가 발생한 것 뿐이다”며 “그 뒷 배경엔 회사가 원재료 거래처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가격 폭등 전 물량을 제때 확보 못한 것이 경영악화의 주된 원인이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잘 운영된 장성공장을 경영진이 잘못 판단해 회사를 위기로 몰았다는 주장이다.

노조측은 장성공장을 폐쇄하고 영암 대불산단으로 공장을 이전해 고용 승계하겠다는 회사측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확고히 했다.

박 위원장은 “영암으로 공장을 옮겼을 경우 한 달에 고작 1만~2만톤 판매가 예상되고 매출은 기존 10% 정도인 8억~1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 자체(장성공장과)가 비교 불가이고, 기존 인력 고용문제 역시 매출이 떨어져 가능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조측은 근로자 77명의 고용 승계와 곧 만료되는 단체협약 갱신, 정년 연장 및 임금 피크제 폐지, 공장 이전 관련 퇴직 위로금,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적조치는 물론, 매주 전남도청과 장성군청에서 집회시위를 계획 중이다.

총 면적 37만2천624㎡(자산가치 1천500억원대)에 달하는 현 장성공장 부지 활용방안도 뜨거운 관심사다.

장성군과 고려시멘트는 이미 한 차례 공장부지 재개발 용역 결과 보고회를 개최해 부지활용 밑그림을 구상 중이다. 일반공업지역으로 지정된 공장부지는 용도 변경을 통해 다양한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현재 주거·상업·관광휴양 시설을 조성하는 복합형 개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고려시멘트측은 “경영 악화와 정부 환경규제에 따른 시설투자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장성 생산공장 운영을 내달 중순께 중단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이 같은 결정을 노조에 공지했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규제가 덜한 시멘트 가공 공장을 영암에 준공하고 최대한 기존 인력을 고용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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