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교육학 박사)

 

최성광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교육학 박사

“너에게 중독된 것 같아. 항상 네가 보고 싶고, 하루 종일 네 생각만 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한 번쯤은 주고받았을 대화이다. 사랑에 빠지면 온 세상이 연인의 모습으로 가득 차고 눈을 감아도 연인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른다.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심해지면 입맛도 없고 잠도 이룰 수 없는 상사병에 시달릴 수도 있다. 사람에게 중독되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야말로 ‘인간중독’이다.

중독(中毒)의 사전적 의미는 술, 마약 등을 지나치게 복용해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또는 신체가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중독은 크게 독으로 지칭되는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적인 중독(intoxication)과 알코올, 마약과 같은 약물 남용에 의한 정신적인 중독(addiction)을 동시에 일컫는다. 또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빠져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등을 의미하며 의학용어를 넘어 일상용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도 좋아서 중독될까? 인간은 즐거운 행동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때 쾌락을 느낀다. 쾌락을 지속하기 위해서 특정한 행위를 반복하면 쾌락의 기준점은 계속 올라간다. 쾌락을 맛본 인간의 뇌는 더 큰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쾌락을 만드는 행위를 멈출 수 없게 된다. 중독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간이 느끼는 쾌락의 정도는 초콜릿(55%), 게임(75%), SNS(85%), 성관계(100%), 니코틴(150%), 코카인(225%), 암페타민(1,000%) 순이며 단계가 높을수록 중독의 강도가 세진다.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의 저자 애나 램키(Anna Lembke)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현대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중독되기 더 쉬운 환경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마약, 술, 담배와 같은 ‘물질 중독’과 더불어 도박, 게임 등과 같은 ‘행위 중독’이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중독을 멈추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야 하는데, 인간은 도파민 분비로부터 느끼는 쾌락 자체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상을 위한 행위를 좀 더 생산적인 일에 몰입함으로써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일시적인 중독은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중독은 삶의 활력소가 되는 운동이나 취미 등에 빠져들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독으로 시작된 몰입은 일정 시간이 지나 과도함은 줄고 행위는 습관이 되어 건전한 일상을 만들 수 있다. 긍정적인 행위의 중독은 삶의 균형을 찾아가며 더 좋은 방향으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한편,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공부중독’을 강요했는지 모른다. ‘공부벌레’ 신드롬이 그랬고, ‘사당오락’ 신화가 그러했다. 학생의 사명은 오로지 공부이며 학교에서 중요한 가치는 성적과 입시였다. 그 결과 공부중독 이면에 학생들의 일탈과 문제행동이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독은 치명적인 유혹이지만 교육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중독의 위험성은 피하되 몰입의 즐거움을 즐기고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절제와 인내를 강조해야 한다. 학교가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중독의 유혹과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다.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을 멈출 수 있는 힘은 교육을 통해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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