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교육학 박사)

 

최성광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교육학 박사

가을이다. 이른 아침 차갑지만 청량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가을의 향이 온몸 전체 세포까지 퍼지는 느낌이 든다. 맑고 깨끗한 하늘은 청초하게 파랗고, 그 빛에 더해 몽글몽글한 구름은 더없이 하얗다. 가로수는 곧 다가올 겨울에 맞서며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처럼 어느새 자신의 잎을 오색찬란하게 바꾸고, 떨어진 낙엽은 바스락거리며 거리를 뒹군다. 들녘에 벼는 무겁게 익은 제 몸을 바람결에 맡기며 황금물결을 만들고 익어가는 냄새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가을은 색과 소리로, 숨과 향기로, 온 피부의 감각으로 이렇게 스며든다.

가을은 감성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우리 안에 숨겨둔 부드럽고 말랑한 무엇이 올라오고, 때로는 멜랑꼴리(melancholy)하게 이렇다 할 이유 없이 구슬픈 감정이 울컥울컥 올라올 때가 있다. 인간의 뇌가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일조량, 습도와 기온, 자연의 다채로운 색의 변화에 따른 시각적 자극 등 굳이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어도, 가을은 그 자체로 인간의 감성을 깨우고 감수성을 키우는 힘을 지녔다.

감성은 인간이 지닌 본성 중 하나로 부드럽고 감각적인 느낌과 본능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또한 인간의 마음을 관장하며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영역과 사랑과 분노 등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지녔다. 감성은 이성과 대비되는 의미로 표현하는데, 이성은 차가운 머리에 비유하고 감성은 뜨거운 가슴에 비유하며 둘 간 균형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한편, 감성은 이성에 비해 가볍게 다루어진다. 감성을 감정과 마음으로 혼동하기 때문이다. 이성은 합리적이고 규범적이며 예측 가능한 속성을 지녔지만, 감성은 불명확하거나 즉흥적인 모호성이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성경 잠언에 ‘미련한 자는 당장의 분노를 나타내거니와 슬기로운 자는 수욕을 참느니라’, 우리 속담에 ‘참을 인(忍)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감성보다는 이성을 강조하는 경향성이 높았다.

그러나 감성을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은 감성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동기화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며,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고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하였다. 즉, 감성은 자신의 마음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줄 아는 능력이며, 부드럽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 있는 강함, 말랑말랑하지만 그 중심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느낌이나 감각은 감성의 기본 토대일 뿐 감성의 본질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감성의 힘이 약해지면 마음의 고통을 겪는 일이 많아진다. 머리로는 이미 정리가 됐지만 마음으로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여전히 아파하고, 혼자 있으면 외로워 힘들어하면서도 막상 함께 있으면 서로 부딪히고 고통스러운 관계에 빠져버리는 것은 감성의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마음이 아픈 교육구성원들이 많다. 교권침해가 빈번하고 심화되면서 분노를 넘어 상실감과 자괴감을 느끼는 교사가 늘고 있고, 가정에서 받은 상처와 교우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등으로 위기관리가 필요한 학생도 갈수록 늘고 있다. 마음 아픈 이들을 위한 감성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성이 피어오르는 계절, 가을이 왔다. 우리 주변에 마음 아픈 이들을 챙기고 그들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감성의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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