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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2화> 명필 이삼만 (8)누더기 옷

■강형구 작가의 野說天下
<제2화> 명필 이삼만 (8)누더기 옷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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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남문 앞을 가로질러 저자거리를 향해가는 비렁뱅이를 뒤따라 쫓아 잡은 이성계는 걸음을 늦추었다. 비렁뱅이가 기와집이 많은 인적이 드문 개경의 으슥한 골목길로 접어들어 돌아가는 곳까지 이른 이성계는 비렁뱅이 앞을 잽싸게 가로 막아섰다.

“네 이놈! 너는 어찌하여 눈먼 소경을 우롱한단 말이냐!”

“아이고! 나리 죽을죄를 졌습니다. 밥 빌어먹는 형편이라 복채를 줄 능력이 없었습니다요. 한번만 봐주십시오.”

이성계의 호령에 비렁뱅이는 길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 손을 싹싹 빌어대는 것이었다.

“좋다! 그렇다면 내 딱한 처지를 봐서 너를 용서해 주겠다.”

“아이고! 나리! 감사합니다.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비렁뱅이가 고개를 들고 이성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다! 그런데 너에게 부탁이 있다.”

“아이고! 나리, 무슨 부탁입깝쇼?”

비렁뱅이가 이성계의 의외의 말에 놀라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너의 그 누더기 옷을 좀 빌리자구나! 내 너에게 엽전 열 냥을 주겠으니 그 누더기 옷을 내게 주고 너는 새 옷을 사 입고 따끈한 국밥이라도 사 먹거라!”

이성계가 비렁뱅이를 내려다보며 엽전 열 냥을 땅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나리!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비렁뱅이가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그 자리에서 벗어 이성계에게 주고는 가운데 중요 부위만 가린 헝겊 한 조각 걸친 맨몸뚱이로 바닥을 기면서 엽전을 얼른 손으로 쓸어 담았다.

“아이고! 용하구나! 그 맹인 도사! 오늘 새 옷 입고 고깃국 먹는 특별한 날이라더니! 아이구! 나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렁뱅이는 이성계를 향해 넙죽 절을 하고는 신이 나서 저자거리를 향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이성계는 자신이 입은 옷을 벗어 버리고는 누가 볼세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그 비렁뱅이가 벗어 준 누더기 옷을 재빨리 걸쳐 입었다. 누더기 옷을 걸쳐 입은 이성계는 이제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거지 비렁뱅이 꼴이었다.

거지 비렁뱅이 누더기 옷을 걸쳐 입은 이성계는 발길을 돌려 남문으로 향했다. 아직 소경점쟁이는 남문 앞에 그대로 앉아서 점을 치고 있을 것이었다. 과연 자신의 점괘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성계는 들뜬 마음이 되어 누더기 옷을 걸쳐 입은 자신을 혹여 누가 알아볼세라 고개를 깊숙이 수그리고 재게 발을 놓았다.

남문 앞에 당도한 이성계가 그곳을 보니 소경점쟁이는 그대로 있었다. 이성계는 비렁뱅이 걸인 흉내를 내면서 그 소경점쟁이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병자에 바보나 되는 양 가느다랗게 하고 말했다.

“맹인 도사님이 앞날을 잘 맞춘다고 소문이 자자해 제 운명을 점치러 왔습니다.”

소경점쟁이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요리조리 흔들면서 앞에 앉아있는 이성계를 보려는 듯 자꾸 눈알을 굴리면서 말했다.

“그러시다면 여기 나무판에 새겨진 글자를 하나 골라보시오.”

이성계는 그 나무판을 보고는 비렁뱅이가 전에 골랐던 그 물을 문(問)자를 서슴없이 짚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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