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왕래 잦은 곳서 발견…천적 접근 방어 역할인 듯
‘계요등’ 많은 광주 유덕보 근처 무더기 기생
빠른 이동 특성 탓 앵글 담기 어려워 ‘난감’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8> 애벌꼬리박각시
 

광주천 유덕보 부근에는 계요등(쌍떡잎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 많다. 7~8월이면 원통모양의 자잘한 꽃이 피는데 은근 매력이 있다. 광주천을 걷다 보면 여기 저기 꽃을 찾아다니며 흡밀하는 박각시들이 자주 보인다. 워낙 빨리 이동하여 앵글에 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애벌레부터 키워서 우화시켜보자’는 마음에 계요등이 많은 유덕보 인근에서 녀석을 찾아 나섰다. 얼마전 전주 오송제에서는 많이 보이던 녀석들이 쉽게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뒤지니 녀석이 보인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다. 애벌레를 관찰하러 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더 많다는 점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천적의 접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침에 녀석을 만나 데려 왔는데 저녁이 되니 흑갈색으로 변한다. 종령이었던 것이다. 너무 급하게 변하니 조금은 당황스럽다.
 

사진 1-애벌꼬리박각시(2019년 8월 25일, 동천동)

 

 

 

 

 

사진 2-애벌꼬리박각시(2019년 8월 25일, 동천동)

 

 

사진 3-애벌꼬리박각시(2019년 8월25일, 동천동)
사진 4-애벌꼬리박각시(2019년 8월27일, 동천동)
사진 5-애벌꼬리박각시(2019년 8월27일, 동천동)

2019년 8월 27일, 가슴과 배끝은 황갈색, 배는 흑갈색으로 변하며 가슴에서 꼬리까지 마름모무늬가 이어진다. 번데기가 되기 직전이다. 살레 안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더니 10여분 만에 잎을 붙이고 그 속에서 들어가 버린다. 어떻게 번데기가 되는지 궁금하여 몇 번이나 열어보려 했으나 참는다. 3일이 지났다. 더 이상 못참겠다. 살짝 열어보니 멋진 번데기가 되어있다. 마지막 탈피했던 흔적도 살짝 남긴체….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무사히 우화해주기를 바라면서. 애벌레를 사육하면서 느낀점은 번데기가 되어 해를 넘기지 않는 녀석들은 대체로 잘 우화하는데 다음해에 우화하는 녀석들은 우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월동기간 동안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런 녀석들은 잘 데려오지 않는 편이다.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니까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물론 천적에게 잡혀 먹히거나 또는 기생 당하고, 로드킬로 생을 마감하고 그러겠지만 말이다.
 

사진 6-애벌꼬리박각시(2019년 9월9일, 동천동)
사진 7-애벌꼬리박각시(2019년 9월9일, 동천동)

2019년 9월 9일 저녁, 집에 들어와 보니 반가운 녀석이 있다.

무사히 우화한 것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녀석을 앵글에 담을수 있다는게 너무 좋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 꼬리박각시, 벌꼬리박각시등을 담으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마치 사격을 할 때 숨을 멈춰야 하는것과 같다. 헌데 녀석들은 그 틈을 주질 않는다. 간혹 몇장 건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흔들려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느긋하게 앵글에 담은 후 녀석을 챙겨 광주천으로 향한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니까. 좋은 짝 만나 짝짓기하고 많은 후손을 남기길 빌어본다.

#편집후기

어떤 녀석이 어떤 식물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가져본다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내 주변에, 내 발 밑에 있는 생명들에게도 눈길을 돌려 본다면 그만큼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않을까?

요즘 광주천 보행자 전용길, 자전거도로에는 애벌레들이 많이 보인다. 날씨가 조금씩 서늘해지면서 월동준비로 바쁜 녀석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부쩍 살이 오른 박각시애벌레, 담배거세미나방애벌레, 그리고 아직 누구인지 몰라서 사육하고 있는 이름 모를 애벌레 등 이리 저리 이동하다 밟혀 죽는 녀석들이 너무 많다.

내딛는 발자국에 조금만이라도 눈길을 준다면 더불어 같이 사는 훈훈한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