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부리지 못해도 이름만은 재주나방 ‘특이’
먹잇감 참나무류여서 많이 먹어도 걱정 ‘무’
몸은 흰색이지만 성장 과정서 녹색으로 변신
생김새 비슷비슷 이름표 붙이는 임무 완수 노력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4 > 푸른곱추재주나방

 

사진-1 푸른곱추재주나방애벌레 (2018년 8월 11일, 덕산계곡)
사진-2 푸른곱추재주나방애벌레 (2018년 8월 13일, 동천동)
사진-3 푸른곱추재주나방애벌레 (2018년 8월 13일, 동천동)
사진-4 푸른곱추재주나방 (2019년 7월 20일, 동천동)
사진-5 푸른곱추재주나방 (2016년 6월 26일, 동악산)

나방을 분류할 때 재주나방과가 있다. 애벌레가 재주를 잘 부른다해서 재주나방이라 부르는데 재주도 피우지 않고 밤나방 애벌레처럼 잎 뒤에 숨어 지내는 녀석이 있다. 푸른곱추재주나방애벌레다.

어른벌레는 2016년 6월 26일 곡성 동악산에서 만난적이 있다. 숲해설가협회에서 매달 두 번째 토요일 가는 숲기행에서다. 참나무류를 먹이식물로 하는 녀석이라 애벌레는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보이지 않는다. 잎 뒤에 숨어 지내며 주로 밤에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2018년 8월 11일, 전라북도 장수군에 있는 덕산계곡으로 떠난 숲기행에서 드디어 녀석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어김없이 채집하여 데려왔다. 참나무류를 먹는 녀석이라 먹이 걱정은 없다. 엄청 많이 먹지만 말이다.

중령 머리는 몸에 비해 아주 크다. 몸은 흰색을 띄지만 자라면서 흰빛이 도는 녹색이 된다. 채집 당시 거의 종령이 다 된 녀석이었나 보다. 먹는게 영 시원찮다. 번데기가 되려는 듯….

2018년 8월 13일, 부드러운 흙을 넣어 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흙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었다. 이제는 기다림 뿐이다. 번데기를 보고픈 마음에 흙속을 뒤집어 보고 싶었지만 혹 잘못될까봐 참는다.

4년동안 협회 상임대표를 하면서 숲기행 길라잡이를 참 많이 했다. 사전 답사때 그리고 본 행사때 봤던 수 많은 녀석들이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하찮은, 보잘것 없는 벌거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보통 7~ 8월에 보인 녀석들은 9월에 우화하고, 8월에 나온 녀석들은 이듬해 6월 우화한다는데 7월도 중순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 그렇게 잊혀져 버렸다. 또 실패했다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달 이상 소식이 없어 흙속을 파헤쳐 보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지만 나중이라도 우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고 보자는 의도가 더 강했으리라.

2019년 7월 20일, 다른 녀석들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데 샬레에 반가운 녀석이 보인다. 긴 기다림 끝에 녀석이 우화한 것이다. 날개가 많이 상했다. 아마도 어제 우화한것 같다. 좁은 샬레에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다 그런 것 같다. 녀석에게 너무 미안하다. 몇 컷 날리고 서둘러 날려주니 그래도 잘 날아간다.

멀리까지 강제이주 되었지만 남은 생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모르지만 짝짓기하고 후손도 남기고….

어른벌레가 비슷한 녀석이 있는데 곱추재주나방이다. 얼핏보면 다 같은 녀석으로 보이는데 푸른곱추재주나방은 앞 날개 중실 아래쪽이 후연까지 넓게 노란색을 띠고, 횡맥 점무늬가 흰색이다. 곱추재주나방은 앞날개 후연 중앙부를 중심으로 노란 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중실에 있는 점무늬가 노란색을 띠어 구분할수 있다.

나방을 관찰하다보면 생김새도 이름도 아주 비슷한 녀석들이 많다. 녀석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훨씬 크지만, 동정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결코 무시할수 없다. 몇 권 되지않는 도감을 뒤적이며 이름표를 붙이고, 그래도 모르면 도감을 펴낸 저자들에게 사진을 보내 물어보며 동정을 한다.

아직 이름표를 붙이지 못한 녀석들이 많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소중한 이름표를 붙일수 있는 날이 올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