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이정학 숲해설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인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다.

바쁜 일상으로, 무관심으로 지나쳤던 자연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 보는 것은 점점 삭막해져가는 현대인의 마음에 조그마한 안식을 주는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숲에 관심이 많아 숲해설가가 됐고, 특히 나방의 더듬이에 매료돼 10년 넘게 나방과 친구가 됐다.

왜 하필이면 나방이었을까?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다를까? 수많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어떻게 종을 보존했을까?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아왔던 자연 속의 모든 친구들을 ‘우리 눈이 아닌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다. 다 같은 자연의 구성원이니까.

남도일보의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가려한다. 곤충이나 식물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십여년 넘게 그들과 눈맞춤하며 들여다 본 그들의 세상을 그려본다.

<1>나방은 나의 친구
 

긴꼬리산누에나방.
긴꼬리산누에나방 애벌레.

어느 저녁, 한적한 산골짜기에 조용히 울려퍼지는 발전기 소리 그리고 하얀 스크린에 환한 빛이 어둠을 저만큼 물리친다. 이윽고 한두마리씩 모여드는 이름 모를 곤충들…

나방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저 귀찮은 존재였던 녀석들이 내곁에 다가왔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곤충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내가 왜 남들은 징그럽다고 하는 나방과 인연을 맺었을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떤 대상에 호기심을 느끼고 푹 빠져들때가 있다. 그것을 취미라 말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도 한다. 필름카메라를 메고 이것 저것 담으며 시작된 취미생활.

우연히 디지털 카메라가 생겼다. 어버이날 시골 부모님께 전자제품을 사드렸는데 경품으로 당첨된 것이다. 처음엔 주로 풍경사진을 담았고, 이후 야생화에 매료되어 돌아다니다 보니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절감, DSR카메라로 교체하여 제법 폼을 잡았다. 돌이켜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지금은 완전히 구닥다리(?)가 다 되었지만 손때가 묻어서인지 쉽게 놓고 싶지가 않다. 눈으로 봐도 신비하고 멋지지만 앵글을 통해서 만나는 나방들의 더듬이!

#나방과의 인연

야간에 불을 밝히면 비취색의 멋진 녀석이 멀리서 날아와 피곤한 날개를 잠시 내리고 숨을 고른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이다. 애벌레 먹이식물은 산철쭉, 까치박달, 밤나무등 여러나무다. 어른벌레도 크지만 애벌레도 크고 몸이 무거워 느리게 움직이고 주로 가지에서 다리를 위로 한 채 매달려 있다.

무더운 8월이면 멋진 애벌레를 관찰할 수 있다.

애벌레도 어른벌레도 이 녀석과 아주 비슷한 친구가 있는데 바로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이다. 긴꼬리산누에나방애벌레는 가슴의 볼링핀같은 돌기 가운데 띠 무늬가 적색인데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애벌레는 검은색으로 구분된다.

덩치가 큰만큼 새벽이면 어디론가 돌아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들고양이나 새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지만…

사람들은 자연을 이해할 때, 감상의 대상이나 두려운 존재로 볼때도 있고, 지치고 아픈 마음을 다스리는 치유의 장소로, 또 삶의 재료를 얻는 고마운 장소로 본다. 자연에는 자연과 동화하여 오랫동안 진화해온 여러 생물이 존재하지만 그중 다양한 나방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아쉬운점이 아닐수 없다.

나방은 예뻐보이지도 않고 얻을게 없는 하찮은 존재로 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방에게서 값진 옷감이나 맛있는 먹을거리를 얻더라도 누에와 나방을 같은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도무지 나비처럼 예쁘게 보지 않는다. 나방은 과연 그런 존재일까?

나비와 나방의 구별은 무의미하지만 나름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지 않을까?

■이정학은 누구
▶숲해설가
▶사)숲해설가 광주전남협회 상임대표 역임(2014년~2017년)
▶사)숲해설가 광주전남협회 고문
▶영산강유역환경청 국가환경교육지원단 강사
▶영산강유역환경청 영산강 환경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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