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생물 같은 느낌 가득 ‘애벌레’
재주가 많아서 붙여진 기생재주나방 이름 ‘독특’
생김새는 시들어보이지만 눈에 잘 띄어 기생 당해
자연상태선 관찰 힘들고 야간등화때만 종종 보여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5>기생재주나방
 

 

탈피한 기생재주나방 애벌레 <2017년 7월 16일, 광주 동천동>
기생재주나방벌레 <2018년 6월 25일, 무등산 꼬막재>
기생재주나방 애벌레 <2018년 6월 28일, 광주 동천동>
기생재주나방 애벌레 <2018년 6월 28일, 광주 동천동>
기생재주나방 애벌레<2018년 6월 30일, 광주 동천동>
기생재주나방 애벌레 <2018년 6월30일, 광주 동천동>

우리나라에서 105종 이상이 알려진, 꽤 큰 무리의 재주나방과에 이름도 멋진 기생재주나방이 있다. 오늘은 이 녀석을 만나본다. 처음 나방을 접할 때, 제주도와 관련이 있어서 제주나방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000재주나방이었다. 애벌레가 재주를 많이 부려서 재주나방이란다. 헌데 어떤 재주를 잘 부리는지는 아직 못 본것같다.

야간등화를 하다보면 멋진 재주나방들이 많다. 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 짚신을 본 느낌이었다.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애벌레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기회가 되면 꼭 키워보면서 관찰해봐야지 마음 먹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2017년 7월 허운홍 선생과 함께 진도 접도엘 갔었는데 그곳에서 녀석을 만났고, 데려와 사육을 시작했다. 잘 먹으며 탈피(2017년 7월 16일)도 하고 무럭무럭 자라다 어느날 갑자기 죽어 버렸다. 그 이후 녀석을 만나지 못하다가 무등산 꼬막재 가는길(2018년 6월 25일)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아야지 굳게 결심하며 먹이인 가래나무잎도 넉넉히 챙겼다. 애벌레를 보면 공상영화에 나오는 외계생물 같다는 느낌이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머리와 가슴은 흑갈색이고 가슴 양쪽에 노란 점무늬가 있으며 배는 녹색이다. 생김새가 잎이 시든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잘 띄는 편이어서 기생을 많이 당한다. 그래서 기생재주나방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추정해본다.

3일(2018년 6월 28일)이 지나니 몸통이 많이 커졌다. 유충 길이가 40mm 정도이니 큰 편은 아니지만 먹는 량은 상당히 많았다. 이틀후(2018년 6월 30일), 애벌레의 색이 확 변했다. 녹색이었언 배 부분이 검게 변한 것이다. 종령이 되었다. 충분히 배변하고 물을 빼내어 몸집을 줄인다. 번데기가 되기 위해서…

그리곤 흙속으로 조금씩 파고든다. 멋진 어른벌레로 우화하기를 기대하면서 녀석과의 눈맞춤은 잠시 접어둔다.

애벌레를 사육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자연상태에서 살아야 할 녀석들을 데려다 키운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 과정 또한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채집 당시 이미 기생당해 중간에 생을 마감한 녀석들도 많고, 무사히 번데기가 되어도 우화하지 못하는 녀석들도 많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되지만 녀석들도 소중한 생명인데 괜히 나 때문에 불행한 종말을 맞은 것은 아닌지 자책감이 든다. 물론 무사히 우화하여 힘찬 날개짓을 하며 자연으로 돌아갈땐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2018년 7월 16일, 애타게 기다리던 녀석이 드디어 우화했다. 번데기가 된지 16일 만이다. 오전 출근전엔 우화하지 않았는데 퇴근 후 확인해보니 우화해 있다. 뒷날개가 좀 상한걸 보니 날개짓을 많이 한것같다. 녀석에게 좀 미안하다. 기생재주나방은 자연상태에서 보기가 쉽지않다. 야간등화때만 가끔 보인다.

녀석은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인다. 어른벌레 앞날개의 앞쪽과 후연에 있는 엷은 갈색 부분을 짙은 갈색 테두리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닮았는지 어떤 느낌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겨둔다. 자신만의 느낌으로 이름을 붙여 주는것도 녀석들과 가까워지는 한 방법이 아닐까?

집에 있던 다른 녀석들의 먹이를 이용하여 많은 컷을 날리고 데려왔던 꼬막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곳과 가까운 무등산 기슭에서 뚜껑을 여니 힘찬 날개짓으로 자연의 품에 안긴다. 잘 적응하여 살아가길 빈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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