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관찰 끝에 찾아낸 귀중한 나방
뱀사골 말라죽은 물푸레나무서 첫 발견
전문가 허운홍 선생 도움으로 명명돼
증심사 편백 숲서 어른나방 ‘조우’행운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2>오리 주둥이 닮은 ‘알락굴벌레나방’

 

2018년 지리산 뱀사골에서 발견된 흔적.
2018년 뱀사골에서 발견된 알락굴레나방 애벌레.
2019년 뱀사골에서 발견된 알락굴벌레나방 애벌레.
알랄굴벌레나방 애벌레(2019년 5월 12일)
광주 증심사에서 발견된 알락굴벌레나방(2019년 7월 19일)
물푸레 나무.

2018년 8월, 자주 다니던 뱀사골을 찾았다.

많은 탐방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생각과는 달리 애벌레가 많이 관찰되는 곳이다. ‘나방 애벌레 도감’ 저자이신 허운홍 선생, 그리고 ‘애벌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정옥 동생, 지리산 북부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강신영씨와 함께 아주 특별한 녀석을 찾아 나선 것이다.

드물게 보이는 흔적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서다.

나방애벌레중엔 식물 줄기속을 파먹고 똥을 밖으로 밀어내는 녀석들이 있다. 눈에 익은 많은 애벌레들을 보면서 조금 오르니 흔적이 보인다. 잎이 무성할 시기인데 말라죽은 물푸레나무, 그리고 수북히 쌓인 흔적들.

드디어 찾았다. 자연을 훼손하면 안되지만 학술적 연구 목적(?)이라는 미명하에 뿌리까지 뽑아 살펴보았다. 선명한 구멍자국이 있고, 줄기 속이 비어있다. 그러니 나무가 죽을 수밖에…

위 쪽 줄기속은 비어 있었다. 뿌리 쪽을 잘라보니 뭔가 보인다.

멋진 녀석이다. 머리 모양이 오리 주둥이를 닮은 것 같다. 어떤 녀석인지 모르니 우선 오리 주둥이로 이름 붙여본다.

이런 녀석들은 빛에 오래 노출되면 안되므로 서둘러 봉합(?), 고무줄로 갈무리하고 전문가이신 허운홍 선생께서 사육하면서 관찰키로 하였다. 나뭇잎을 먹는 녀석들은 관찰이 그나마 용이한데 이 녀석은 줄기속에 있으니 매일 열어볼수도 없고 어려움이 많으셨다는 전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2019년 5월 다시 뱀사골을 찾아 또다른 녀석을 만났다. 이번엔 고광나무에서.

전에 봤던 녀석보다는 색이 조금 연하다. 사육은 또 허운홍 선생 몫이다. 무사히 번데기가 되어 잘 우화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주 하지는 않지만 꼭 보고싶은 녀석은 데려다 키우면서 기록을 남긴다. 물론 허운홍 선생의 도움을 받았지만….

서울에 거주하시면서 ‘나방 애벌레 도감’ 2권까지 출간하고 남쪽지방의 애벌레를 연구하기 위해 순천으로 오셔 1년, 광주에서 1년 있다가 다시 서울로 가신 허운홍 선생과의 만남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지금도 수시로 연락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종만 약 4천여종에 이르는 나방.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접근하기 더욱 어렵다. 어려운만큼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더 큰 기쁨으로 오는게 아닐까?

어느날, 기쁜 소식을 들었다. 녀석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이다. 드디어 이름표를 달았다. ‘알락굴벌레나방’이라고.

어른벌레는 2017년 5월 증심사 편백 숲에서 만났던 녀석이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숲으로 광주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광륵사가 있는데 이번에 코로나19확진자가 발생하여 안타깝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종식되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음 좋겠다. 꼭 필요한 경우만 사육하여 관찰하는데 이 녀석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녀석을 애벌레부터 어른벌레까지 짝지어 주니 뿌뜻하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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