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과정서 드러난 놀라운 광경 ‘신기’
주변 색깔따라 자신도 변화 거듭
번데기 되면 흔적 찾기 ‘묘연’
결국 종령 때 유충 샬레서 관찰
한 달여간 우화 기나긴 행복 ‘여운’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4>배노랑물결자나방 애벌레 생존 전략

 

배노랑물결자나방애벌레(2020년 4월 27일, 광주 용산동)
배노랑물결자나방애벌레(5월 8일, 용산동)
노랑물결자나방애벌레 번데기(6월 3일, 용산동)
배노랑물결자나방 번데기(6월 14일, 용산동)
배노랑물결자나방(6월 15일, 용산동)

애벌레들의 생존전략은 참으로 다양하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를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피할수 없는 운명이다. 먹이식물의 줄기, 잎의 색에 따라 스스로 변하는 전략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광주천 상류인 용산교 인근에는 포도과의 담쟁이덩굴이 많다. 먹이로 이용하는 식물의 범위에 따라 애벌레를 찾는 3가지 형태가 있다. 한 종이거나 또는 같은 속의 종만을 먹는 단식성(monophagy), 먹이식물이 한 과(科) 내의 여러 속에 한정된 경우, 드물게 식물이 지닌 어떤 화학성분이 공통되기 때문에 과가 다른 식물도 먹는 협식성(oligophagy), 먹이식물이 여러 과에 걸쳐 있는 경우를 광식성(polyphagy)으로 나눈다.

담쟁이덩굴에는 협식성인 배노랑물결자나방, 알락제비나방, 뒷노랑얼룩나방 애벌레등이 있는데 출현시기에 따라 만날 수 있다.

4월말 께 여기 저기서 배노랑물결자나방애벌레가 보인다. 자연상태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기로 작정하고 돌맹이로 녀석이 있는 장소를 표시해 두었다. 별 움직임이 없던 녀석들이 거의 종령이 되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아무리 뒤져도 번데기 흔적을 찾을수 없다.

담쟁이가 자라서 녹색일 무렵이면 녹색으로(2020년 4월27일), 다 자라니 담쟁이 줄기를 닮은 회갈색으로 변한다(2020년 5월 8일). 이 상태까진 여러 곳에서 관찰이 되는데 잎과 줄기 사이에서 번데기가 된 녀석은 발견할 수가 없다.

방법은 하나 뿐. 미안하지만 녀석을 샬레(유리로 만든 납작한 원통용 용기)에 가두는 것이다. 거의 다 자란 종령 유충을 샬레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5월 31일 완전 종령이다. 곧 번데기가 되려한다. 몸집을 불린 애벌레들은 번데기가 되기 전 물을 빼내어 몸을 가볍게 한다. 주위를 보면 물이 흥건하게 보인다. 잎 두장 사이에서 번데기가 되었다(6월 3일). 매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 녀석과 눈맞춤을 한다. 그럴때마다 녀석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세차게 몸을 흔든다.

내가 놀랄 정도로 움직임이 심하다. 방향을 바꾸기도, 몸을 뒤집기도 한다. 정말 신기하다. 이걸 보기위해 공을 들였던 것이다. 나방의 형태가 보인다(6월10일). 그렇게 눈맞춤하며 며칠이 흘렀다. 번데기의 색이 완전 찐해졌다(6월14일). 우화가 임박했나보다. 우화 순간을 담고픈 마음은 누구나의 꿈일 것이다. 내심 기대를 했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녀석들도 천적들이 별로 활동치 않는 시간에 우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날개를 말리고 무사히 날기까지의 시간을 확보해야 하니까…

다음날 오전, 다시 그곳을 방문하여 샬레를 본다. 환하다. 6월 15일 드디어 우화(곤충이 탈피를 거쳐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한 것이다. 심장이 요동친다. 그간 애벌레도 어른벌레도 다른 곳에서 많이 봐 왔지만 느낌이 달랐다. 활발한 날갯짓이 아닌걸 보니 우화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몇 컷 날리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본다.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이렇게 이별인가 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앉는다. 배를 치켜든 특유의 자세를 보이며…

다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고마운 녀석이다. 애벌레를 데려다 집에서 키우면 습도등 환경이 변할수 있는데 녀석이 있던 곳에서 사육하니 더 좋았던 것 같다. 짝짓기하여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부터 관찰하고픈 마음은 꿀 같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다.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다.

담쟁이덩굴에 흔하게 있는 녀석이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결코 만나기 쉽지 않은 배노랑물결자나방 애벌레와 함께 한달여간의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환경지킴이로 광주천을 오르내리며 인간과 모든 자연의 동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쾌적한 광주천이 되길 갈망하며 또다른 애벌레를 찾아 나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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