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하굿둑 축조공사, “어업 자원 감소 주범”
가숭어 산란기 불구 어획량 급감 ‘환경변화’ 탓
영암 최태근 명장, 물량 감소 ‘어란’제조 차질
버려지는 해양쓰레기 ‘바다정원화’사업 기대

 

가숭어./이경아 교수 제공

그 많던 숭어는 다 어디로 갔는지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밀물에 생각도 없이 엄벙덤벙 날뛰다 쉽게 잡히는 숭어와 덩달아 뛰는 망둥어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 분수도 모른 체 남이 하니까 따라나서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숭어는 백 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맛을 지녔다고 해서 수어(秀魚)라고 불렸고, 임금께 진상했다 하여 숭어(崇漁)라고도 불린다.

흔히 ‘겨울 숭어 앉았다가 나간 자리는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고 했을 정도로 빼어난 맛을 자랑하지만, 봄철에 잡는 가숭어도 그에 못지않다. 3월에서 6월 이맘때 알을 배고 있어 임금께 진상했던 고급 어란(魚卵)으로 사용되는 대표 물고기이다.

특히 밀치나 참숭어로도 불리우는 가숭어(표준명)는 간혹 학명과 불리는 이름이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어 숭어(개숭어)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눈의 테두리가 노랗고 알을 배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산란을 위해 가까운 앞바다와 연안의 강하구로 튀어 오르던 가숭어가 어찌된 일인지 산란기 5월을 맞았지만 예전만큼 잡히지는 않고 있다.

최태근 명장이 어란을 손질하고 있다./이경아 교수 제공

8대째 이어온 진상품 ‘어란’ 공급 걱정

숭어는 가까운 연안과 기수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전통방식의 어란 제조로 유명한 최태근(영암 군서면 구림리) 명장 역시 어릴 적 집 앞(상대포)까지 들어온 바닷물에서 숭어를 잡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할머니로부터 어란을 만드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8대째 숭어 어란을 만드는 가업을 이으면서 직접 농사지은 콩과 깨, 누룩으로 주재료인 간장과 청주, 참기름을 내리는 것은 물론, 어란에 사용되는 숭어를 영산강 줄기에서 직접 낚는다는 점이 남다르다.

최 명장은 오랫동안 인근 금호방조제와 별암 일대에서 숭어잡이를 해왔지만, 점점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개숭어가 아닌 가숭어여야 하고, 그 가운데서도 알을 밴 암컷이어야 어란을 얻을 수 있는데, 환경변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어란 제조도 쉽지 않다. 어란이 봄 한 철에만 작업이 가능하기에 4월부터 6월까지는 밤을 새워가며 만들어야 하지만, 어획 물량이 감소하면서 작업량도 많이 줄었다.

이곳 영산강 일대 어민들은 하굿둑 축조공사(1981년 완공)로 인하여 바닷물의 유입이 막히면서 생태계가 단절되고 회유성 어종의 이동이 차단되면서 산란장이 유실됨으로써 종래의 어업자원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고 한다. 강과 바다가 단절된 피해를 고스란히 어민들이 떠안았다.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쓰레기를 청소하는 ‘바다정원화’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신안군이 비금면 노대도와 안좌면 상사치도에서 해조류를 이식하는 모습./신안군 제공

몸살 앓는 바다, 바다숲으로 치유 ‘간절’

바다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쓰레기가 연간 18만여 톤에 이르고, 그 가운데 버려지는 폐그물이 4만 톤 이상이라고 하니, 예전의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머지않아 ‘쓰레기 반 그물 반’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다행히 이러한 기우를 불식시키는 ‘바다정원화’ 사업 등이 여수, 신안, 장흥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신안군은 지난 5월 초 갯녹음 확산에 따라 사라진 해조류를 복원하기 위해 비금면 노대도와 안좌면 상사치도 암반 해역에 바다 정원화 사업 목적으로 해조류(곰피)를 이식했다. 곰피는 여름철 고수온기에도 연중 생장하는 특성상 바다숲 조성의 주요 해조자원으로서 부영양화가 지속되는 지역에서 해중림 조성에 이용되고 있는 고마운 해조류이다.

바다숲은 수산 생물에게 산란·서식 및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수산자원 회복은 물론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으로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불어 기후위기와 남획 등으로 황폐해져 가는 바다를 되살리고 연안생태계 복원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어업이란 바다에 풍부한 수산자원을 확보하고 그 서식지를 보존하며 수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의 날’ 다시 생각하는 바다

매년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은 1994년 11월 유엔해양법협약 발효를 계기로 해양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급변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세계 해양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1996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매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한 이유는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있다. ‘바다의 날’이 아니더라도, 남도의 해양과 섬의 미래가치를 위해서 지속적인 관리와 보전, 현명한 이용이 절실한 때이다.

글/이경아(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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