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지역공동체 공유 자산 통해 수익 재분배 방안 검토해야”
인구 감소 막는 차원서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
신안 퍼플아일랜드 관광자원 활용 좋은 사례
주민과 갯벌·식생·생태환경 연결도 긴요
‘삶의 질’ 높여 섬 문화 지속 가능성 확보도

 

섬주민들의 인구 감소 대안으로 섬주민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신안 장산도 전경./남도일보 DB

작년 말부터 올해 초반까지 국내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섬주민기본소득제에 대한 제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주최의 섬 2022년 섬 인문학 학술대회에서 박성현(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는 주제 발표문을 통해 “섬주민기본소득제의 도입을 통해 섬 주민의 가계소득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지역경제의 발전에도 일조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역 간 불균형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나름대로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섬에서 사람이 사라지면 국가의 영토가 줄어들고 해양자원도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기본적이고 상징적이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섬주민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주창했다.

목포 MBC 김윤 기자도 울창한 송림 해변으로 유명한 섬인 전남 진도군 관매도의 관매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은 관매도에서 가장 큰 관매마을 골목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많을 때는 2천여 명 이상이 살았던 이 섬마을은 이제 100여 가구 150여 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한 편이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마을에는 빈집들이 폐허 상태로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오고 가고 서로 부딪히고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나 한산하다”라고 보도하면서 섬의 인구감소 현상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긴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섬 지역 인구감소 위기 극복 방안 중 하나로 관련 학계에서는 섬주민기본소득제가 제시되기도 했다. 전남의 경우, 연륙·연도된 섬을 제외한 220개의 유인도에 거주하는 주민 4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인구소멸 지수가 높은 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유인도가 있는 10개 시·군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섬 주민 한 사람에게 매월 10만 원씩 지급할 경우, 연간 511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최종적으로 잠정 추산됐다. 이를 계기로, 섬주민기본소득제의 철학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성찰해 볼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의 철학적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이것은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모든 사회 구성원 개개인, 각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자산 조사, 근로조건 부과나 노동 요구 없이, 거주지와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현금소득을 말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현금으로만 지급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 등과 같은 기본 서비스들은 국가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현물로 지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타인의 노동 결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전하는 것이 아니며, 자연환경, 기술 진보, 자본 축적으로 인해, 그리고 각 개인의 삶의 상황으로 인해, 우리에게 불평등하게 부여된 편익의 일부를 좀 더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섬과 기본소득 사이의 상호관계는 무엇인가? 섬과 기본소득제 사이의 관계를 언급할 때, 기본소득의 철학적 의미는 섬의 지역공동체로서 정체성과 그 변화의 의미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섬과 바다의 가치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섬을 지역공동체라는 전제하에, 섬 지역공동체가 공유한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분배 또는 재분배하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공유자산인 해산물 채취로 얻어낸 수익금을 기본소득과 노동소득을 합쳐 일정 금액을 섬 주민들 모두가 공평하게 배당받는 구조로 되어 있어 섬 주민들이 균등하고도 안정적인 소득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섬주민기본소득제의 철학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선 어장 관련 공유자산 또는 공공자산의 ‘분배 정의의 정치’ 또는 ‘분배정치의 시대’(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제임스 퍼거슨의 번역서 제목) 등과 같은 문제와의 관련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남 신안군의 퍼플아일랜드를 비롯한 다도해의 섬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인구가 줄어들어 자칫 무인도가 될 수도 있는 경우에,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섬의 생태적, 자연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식과 실천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바다, 갯벌, 식생, 생태환경과 같은 섬의 고유자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렵고 힘든 분열과 고립, 절망의 상황에서 단결과 연대, 결속, 사회통합과 희망을 상징하는 퍼플색(보라색)과 같은 색채의 의미를 섬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잘 연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섬마다 지닌 특징적인 생태환경과 역사문화, 그리고 각종 신화와 설화, 전설, 민담을 포함하는 민속 문화들의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와 함께 이를 섬주민기본소득제의 철학적 의미와 잘 통합하여 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섬 문화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글/홍석준(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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