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서해안, 세계 자연유산 등재 국내 갯벌 90% 이상 보유
신안에 자연유산보전본부 설치 마땅
멸종위기 포함 동·식물군 분포 다양
118종 철새 서식·기착지 가치 충분
‘보존 · 재생’ 으로 정책 전환 급선무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갯벌의 90% 이상을 보유한 신안군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유네스코 갯벌 세계자연유산본부 설치가 타당하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신안 증도 갯벌 모습./남도일보 DB

2022년 9월 1일 목포에서는 유네스코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유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남 갯벌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고 보전본부 입지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전남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갯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유산 등재를 주도했다는 점을 들어 보전본부 입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보전본부의 주된 역할과 기능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갯벌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전관리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갯벌 최대 보유지역이자 3개 시도의 갯벌 유산 통합 관리의 최적지인 신안에 보전본부를 건립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고 정당하다는 것이 전남도와 신안군의 기본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배가하기 위해선 서해안 갯벌, 특히 신안 갯벌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볼 필요가 있다.

2021년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한국의 갯벌은 생명체들이 살아 있고, 그 보존 가치가 크기 때문에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서해안에서는 조수간만의 차로 예로부터 갯벌이 잘 발달하여 생명체들이 사는 서식지로서 그 보전 가치가 크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수산 양식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그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면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이유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선 과학과 보존의 관점에서 볼 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한다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의 서해안 갯벌은 지질학적, 해양학적, 기후학적 가치를 포함한 생태적, 환경적 가치가 큰 곳이다. 섬, 암반해안, 해변, 모래갯벌, 펄 갯벌, 염·습지를 포함한 서식처 다양성을 반영하여,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하여 2천150종의 동·식물군 등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118종의 철새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신안 갯벌은 144종의 높은 해조류와 568종의 대형저서동물 종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신안 무인도서의 갯벌은 저어새를 포함한 물새의 보금자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갯벌의 생태적, 환경적 가치와 함께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의 서해안 갯벌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문화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신안 갯벌에는 식물 플랑크톤을 비롯하여 조개, 바지락, 낙지 등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으며, 그곳에는 갯것을 주워 삶을 꾸려가는 어민들이 있다. 갯벌에는 신안 어민들의 삶과 인생이 있다. 어민들은 갯벌에서 갯것을 주워 생활한다. 갯벌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현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갯벌은 문화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이른바 ‘어민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신안 갯벌 조수로./남도일보 DB

신안군에서는 어민들에게 갯벌어업으로 이루어지는 천일염 채취와 맨손 낙지잡이 등의 다채로운 수산물 어로행위와 어업 진흥을 통해 지역경제의 토대를 마련해 주는 어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갯벌이 살아야 어민들이 살고, 어민들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 갯벌이 살아야 국민이 살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살기 위해선 갯벌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가치를 지닌 갯벌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갯벌이 사라지면 어민이 사라지고, 결국 국민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갯벌은 갯벌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간척사업이나 바닷모래 채취와 양식장 확대 등과 같은 각종 공사 사업으로 인해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이 갯벌의 가치와 의미를 모르거나 무시해서 발생한 일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갯벌을 잘 지키고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재생을 일궈내는 일이다. 정부의 갯벌 정책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보존으로, 무분별한 재개발에서 지속 가능한 재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갯벌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회복시켜야 한다.

2000년대 후반에 신규 개정된 ‘해양환경관리법’과 ‘해양생태계법’이나 2020년에 새롭게 제정된 ‘갯벌법’의 특징과 의미를 잘 이용하고 적용하여, 갯벌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재생을 위한 활용이라는 양쪽의 균형과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잘 보존된 갯벌 하나는 글로벌 수준의 대기업 열 개보다 더 나은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글/홍석준(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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