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온난화 영향 탓 아열대 과일 재배 확대
전남, 제주 이어 면적·농가 ‘전국 2위’ 차지
고유 천선과·무화과 넘어 외국 품종 증가세
올리브, 국내 면적 20.9㏊로 92% 이상 점유
애플수박, 레드향, 파파야 등 세계 메카 기대

 

해남군에서 재배되는 바나나는 7월에 본격 출하된다. /해남군 제공

무화과 시즌이 되면, 서남해 국도변에 무화과를 판매하는 간이시장이 생긴다. 싱싱한 무화과 열매를 박스에 넣어서 가지런하게 배열하여 지나가는 차량에게 선을 보인다. 일단 차가 멈추면, “우리 집 무화과 맛보시라”는 주인의 유혹에 한입 베어 물면, 결국 한두 박스 구입하게 된다.

무화과는 無花果, 즉 ‘꽃이 없는 열매’의 뜻이다. 무화과열매는 창세기에서 뱀의 꼬임에 빠진 이브가 무화과열매를 먹고, 또한 아담에게도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결과 서로 부끄럼을 알게 되어 무화과 잎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렸다고 한다. 창세기에 무화과와 관련된 글이 약 60여회 나온다고 하고, 특히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서도 인간 창조설에 이 무화과나무가 나온다고 하니 생물 지리적 특성을 봤을 때, 지중해와 중동에서부터 이 식물이 시작되었음이 확실하다.

로마에서는 술의 신 바카스(Bacchus)가 무화과에 많은 열매를 맺는 재배법을 알려줬다고 해서 다산(多産)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열매 안에 씨가 많아서 남성의 그것과 비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석류도 비슷한 비유가 있다. 특히 4천년 전 소아시아에서 최초로 무화과를 재배했고, 이후 재배 지역이 확산되면서 이집트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아프리카와 지중에서 대규모로 재배하게 되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화과를 재배하는 나라는 이태리와 그리스로 세계 총생산의 2/3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서남해와 제주도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

무화과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색(李穡, 1328년~1396년)의 ‘목은집’에 실린 구절을 확인하면 고려시대에 중국을 거쳐 들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은 서역과의 교류가 활발하였고, 고려왕조도 해양교역 활동이 왕성한 시기였기에 자연스럽게 한반도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무화과(Ficus carica L.)는 외래종이라 할 수 있다. 남도의 자생식물로서 무화과와 비슷한 천선과(天仙果, Ficus erecta)가 있다. 식물분류학상, 무화과와 같은 뽕나무과(Moraceae) 식물이지만, 크기는 매우 작다.

천선과는 우리나라 남해안 섬 지역의 바닷가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분포가 넓다. 생긴 형상이나 색깔이 엄마의 젖꼭지 모양과 비슷하여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젖꼭지나무‘라고 부른다. 천선과는 이름처럼 ‘신선이 먹는 과일’이고 무화과가 수입되기 전에 민초들이 즐겨 먹는 과일이었으니 무척 맛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무화과에 비하면 전혀 맛이 없다. 그래서 무화과가 중국에서 들어왔을 때 획기적인 맛에 반하여 아마도 궁중의 진상품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전남의 무안, 영광, 영암에서 주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보통군(common)이다. 암꽃과 중성화가 착생하며 단위결실(parthenocarpy, 수정으로 종자가 생성되어 열매를 맺는 특성)성이 있어서 무화과 고유의 화분매조(花粉媒助) 곤충인 블라스토파가가 없이도 수분(pollination)이 가능하여 결실하기 때문에 재배가 편리하다. 이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텃밭이나 화분에 무화과나무를 심고 키우고 있어서 가끔 동네를 지나갈 때면 마치 지중해 마을에 온 듯 착각을 한다.

무화과는 아열대지방 식물이라 추위에 약하고, 연평균 기온이 15℃이고, 평균 겨울온도가 1℃ 정도 지역이 적합하다고 하니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는 한, 무화과나무의 재배 면적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온화한 기온 덕분인지, 전남에 망고, 바나나 등 열대작물을 키우는 곳도 늘어가고 있다.

농촌진흥청(2022년) 자료에 의하면, 전국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이 187ha에 이르며, 그 중에 전남은 57.8ha로서 58.4ha의 제주도에 이어서 면적이 제일 넓고 재배농가 수가 많다. 올리브는 국내 재배 면적(20.9ha)의 92%가 넘는 19.4ha가 전남에서 재배중이라고 하니 올리브 세계 최대 생산지인 스페인의 올리브 맛을 전남에서도 볼 수 있어, 이것이 진정 글로컬(glocal) 문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전라남도는 커피 면적 1위, 망고는 2위, 바나나는 제주와 경남에 이어 3번째로 면적이 많다.

최근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있고, 각국의 다양한 자연과 식문화를 체험한 국내 관광객들 취향에 맞는 해외 식자재, 식료품, 과일 등을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기후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이에 대응해야 할 시스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해 바다 양식장의 수종도 변할 수밖에 없고, 바다 생태계도 달라지면서 어종도 변화하니 관련 어구들도 변화에 맞춰야 할 것이다.

육상에서도 전통적인 농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남도의 아열대 기후 면적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열대, 아열대 과일 재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남도 섬의 유휴지를 다양한 열대과일 재배지로 활용한다면 무화과와 바나나를 넘어 애플수박, 레드향, 애플망고, 파파야, 용과 등 다채로운 열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세계적 메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안군은 섬마다 고유한 꽃밭을 만들고 있으니, 온난화가 더 진행하는 진도군이나 완도군, 여수의 섬에서는 열대, 아열대 과실수를 재배해 보면 그 자체로 이국적인 풍치를 느낄 수 있고, 또한 관련 산업도 생길 것 같아서 ‘일석이조’ 좋을 것이다.

글·사진/홍선기(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완도군 약산도 천선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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