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반도체’ 김, 세계 소비자 ‘입맛’ 사로잡았다
김 수출국 최근 10년새 112개국으로 2배 증가
건강식품으로 재인식 수출 실적 가파른 상승세
완도·해남 등 주산지…전국 생산량 80% 차지
종자·배양산업, 영세·후진적 구조 못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 높아 노동력 부족도 심각

 

목포 율도에 있는 김 양식장 전경.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명을 가진 수산물이 있다. 네모반듯한 모양과 최근 농수산식품 중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과거 서양에서는 김을 ‘바다의 잡초’,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 불리며 일종의 혐오식품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김이 건강식으로 재인식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김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주로 반찬으로 소비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저칼로리 건강 스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 60여 개국에 불과했던 김 수출국이 2021년 말 기준 112개국으로 2배가량 늘었다. 수출실적으로는 2015년 3억 달러, 2017년 5억 달러, 2021년 6억 9천200만 달러라는 최고실적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 김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생산양식기술의 개발·보급과 관련이 깊다. 1960년대 이전까지의 김 양식방식은 자연 채묘에 의한 불완전 양식방식이 중심이었던 것이, 1960년대에 들어 점차 일본으로부터 양식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은 대부분 반농반어 상태에서 가족노동에 의존하였고, 시장에 잉여생산물만을 출하·판매하는 정도였다. 1970년대 말, 김 양식은 김 사상체 배양과 인공채묘, 냉동망, 부류식 등 새로운 양식기술이 개발·보급되었고, 대엽김, 큰방사무늬김 등 다수확 우량품종이 도입됨으로써 대량 생산체제에 돌입하였다. 그 후 1980년대부터는 자동건조기의 보급과 무기산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대규모 시설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보급된 양식기술은 자본집약적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이었다. 이 시기에 김 산업이 빠르게 발전된 것에는 자동건조기의 보급이 일조하였다. 이 기계의 보급은 그동안 어촌계 등 많은 생산자가 모인 단체중심에서 어민 개인들도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노동력에 의해 행해지던 김 건조업을 기계화로 대체함으로써 양식어민들은 더 많은 김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1970년대 개발, 보급된 김 양식기술이 더욱 확산과 함께 새로운 양식방법이 개발·보급되기 시작하였고 김 양식장, 유기산 처리제 개발, 부류식 김발의 개발, 돌김 양식 연구 및 확대, 중성포자 채묘기술 개발 등이 있다. 점차 품질 위주로 생산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한 어민이 김 양식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김 생산은 완도, 해남, 진도를 중심으로 동으로는 부산, 경남, 서남쪽으로는 전남 서부해안, 전북, 충남까지 이어진다. 한국 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전남지역의 김 생산량과 생산지역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 완도를 중심으로 해남, 고흥 등에서 현재 함평, 영광 등으로 북진하고 있다. 이는 김 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온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포자를 채묘하는 시기에 바다 수온이 23도 이하가 되어야 한다. 통상 추석 이후가 되면 그 온도가 형성되어 포자를 채묘하게 되는데, 근래 들어 바다 수온이 높게 형성되어 그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 포자의 발아기에는 15~22도, 엽체성육기에는 5~8도, 종어기에는 12~23도 이상의 수온이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김 양식은 가을에 시작하여 겨울 정점으로 봄철인 4월까지 이루어진다. 즉, 9월에 김 포자를 채묘하고 10월 말경에 본 이식을 실시한 후, 11월 말부터 다음 해 4월까지 김 채취를 한다. 11월 말부터 채취한 물김은 마른김으로 가공한 뒤 바로 판매하거나 조미김으로 가공해 식탁으로 보낸다.

이처럼 김의 생산과 가공기술은 발전·보급되어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도 종자산업과 배양산업은 매우 영세하고 후진적이다. 목포M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유리사상체 분양량은 26㎏, 1g에 2만 원선으로 시장규모가 5억 원 가량에 불과하지만, 부가가치는 백 배를 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리사상체를 공급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공공기관 3곳과 민간인 6명으로, 이 가운데 민간인 한 명이 전체 공급량의 35%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민간인의 배양기술은 가내 수공업형태로 영세하며, 대부분 고령자들이 담당하고 있어 지속성을 장담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포자 배양장의 환경도 영세하다. 대부분의 배양장은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설치하고 풍량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수준이다. 수온과 빛이 배양과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자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김 종자배양에 대한 연구도 전무해 표준배양 기술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김 종자 생산업계는 중국산 굴 패각을 수입해 쓰는데, 최근에는 중국산 굴 패각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김 종자 생산업계의 경영비 부담도 커졌다. 결과적으로 김 종자의 수급 불안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김 종자와 배양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보유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김 종자·배양산업의 안전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한편, 현재 김 양식어가에서는 노동력의 부족 문제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어촌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김 양식을 마을단위 품앗이로 진행되었던 반면, 현재는 어민들의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불가한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도 완도군, 진도군, 군산시 등을 해면양식 시범지역으로 선정하여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범지역 사례를 토대로 김 양식어가에 필요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수급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글·사진/박성현(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