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명소를 찾아서-광주 서구 발산창조문화마을

회색빛 사라지고 알록달록한 동화속 마을로…

창조문화마을 사업으로 골목마다 화려한 색채 단장

변화 입소문에 방문객들 늘어나…108계단 큰 인기

공폐가, 역사·문화 접목된 공동체공간으로 탈바꿈

청춘빌리지 ‘이웃캠프’선 몸빼바지 입고 집밥 체험

 

낡고 칙칙한 회색빛이 연상되던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 서구 양3동 발산마을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창조문화마을 사업으로 동화속에 나올법한 알록달록한 색상의 마을로 변하며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광주의 사진 찍기 좋은 장소 1호’로 변신한 108계단. /광주시 제공
컬러아트프로젝트로 알록달록하게 탈바꿈한 발산마을 건물 모습. /광주시 제공
공폐가를 리모델링해 주민커뮤니티공간으로 조성된 청춘빌리지 1호 모습. /광주시 제공
컬러아트프로젝트로 알록달록하게 탈바꿈한 발산마을 건물 모습. /광주시 제공
발산창조문화마을 사업 시행 전 건물 모습. /광주시 제공
발산창조문화마을 사업 시행 전 골목길 모습. /광주시 제공

광주시내 대표적인 달동네인 서구 양3동 발산마을. 이제는 더 이상 달동네라 부르기 힘들 전망이다.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낡고 오래된 골목길과 집 담장을 화려한 페인트로 채색된 예술 작품을 내걸어 광주의 명소로 만들었기 때문. 낡고 회색빛으로 칙칙했던 마을이 동화책에 나올 법한 형형색색의 골목길에 광주시민은 물론 외지인들 사이에서도 ‘광주의 사진 찍기 좋은 장소 1호’로 변했다.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이 다가오면 아이들과 함께 발산마을 탐방에 나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발산마을은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1960년대 피난민들이 하나둘 모여 들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1970년대에는 발산마을 앞을 흐르는 광주천 건너편 방직공장에서 근무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여성 노동자들의 하숙촌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방직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 빈집들이 늘어났다. 또 광주의 다른 지역보다 도시 정비 사업도 더디게 진행돼 공동화를 가속시켰다. 가파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인정 넘치던 마을이 찾아오는 사람은 없고 떠나는 사람만 많은 마을로 된 것이다.

이렇듯 30년 넘게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발산마을은 아이들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곳으로 변했다. 주민 스스로 장학사업을 전개하고, 미술인 등과 함께 변신도 시도했지만 좀처럼 활기를 찾기 힘들었다.

이런 발산마을이 최근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마을로 재탄생했다. 변신은 지난해 ‘청춘발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마을재생사업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은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참여를 계기로 생활환경이 열악한 발산마을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재생사업은 문화와 산업, 예술을 접목해 자립 가능한 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해 내년 1월까지 10억여 원을 투입해 진행되고 있다.

‘청춘발산’ 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을은 회색빛에서 무지개 빛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발산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108계단. 형평색색의 페인트와 벽화, 청춘들에게 힘이 되는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폭풍 같은 날들로 희망이 안 보일지 라도’‘나에게 솔직했고 내 감정에 충실했으니 모든 걸 시도했던 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어느새 크게 자라있겠죠’ 등 담벼락과 108계단 등 곳곳에 적힌 글귀들이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108계단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발산마을이 변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을 찾은 젊은이들은 꼭 108계단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 이때문에 마을 주민 ‘사진촬영 명소 1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지현(27·여)씨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커플과 친구들끼리 108계단 등을 배경으로 사진 찍은 것을 보고 찾게됐다”며 “광주에 이런 숨은 명소가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또 발산마을 골목을 돌아다니면 백상옥 작가의 ‘발산을 지키는 영웅들’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예로부터 마을 지키는 정승을 현대화에 맞게 변화시켜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형상화 만들었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작품 ‘별집’은 마을 전망대를 지켜주는 예술 작품이다. 3m에 이르는 작품을 감상하며 광주 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방문객들의 필수코스다.

108계단을 내려와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청춘빌리지 1호가 눈에 뜬다. 지난 3월 조성된 청춘빌리지 1호는 버려진 공폐가 였으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오랜 역사와 문화가 접목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춘빌리지 1호는 마을문화를 함께 만들고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싶은 청년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청춘빌리지 1호 에서는 청년들의 참여를 위해 매달 마지막째 주 토요일 1박 2일로 ‘이웃캠프’도 운영한다. 참여자는 마을공동체활동에 참가하고 싶은 광주지역 청년들로 지친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가는 캠프다. 참석자들 전원이 몸빼바지를 입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마을 골목길 구석석을 둘러보고 주민들이 지은 가마솥 밥으로 주민 집밥 체험도 실시한다.

송명은(28) ‘청춘발산’사업 총괄매니저는 “발산창조마을에 알록달록 페인트로 밝게 만들고 이웃캠프 등 청춘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감 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청년들과 주민들이 스스로 재생하는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발산마을이 광주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발산마을 마을 사업을 하면서 회색빛에서 다양한 색들이 공존하는 마을로 변해 젊은이들을 비롯해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예전의 발산마을이 아니다. 2년 사업으로 내년 초 사업이 끝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광주의 명소로 자리 잡았기에 사업을 더 연장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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