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 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있다

“친환경 사육방식 고집…소득이 두 배 늘었어요”

순환여과식 도입 운영비 절감 등 일석삼조 효과 거둬

HACCP 혜택 미미·위판장의무상장제 유통개혁 고삐
 

올해로 10년째 민물장어를 양식하고 있는 김영민씨는 HACCP 인증 어가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하고 위판장의무상장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함평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11>함평 민물장어 양식장을 찾아서

바다는 지구 전체 동식물의 80% 가량이 서식하고 있어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지난 2006년 사이언스(science)는 현재의 어획수준이 지속된다면, 바다의 어족자원은 오는 2048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내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2년 뒤인 오는 2020년, 2천300만 t 가량의 수산물 공급부족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 근해만 보더라도 불법어업과 자원남획으로 명태와 같은 어족자원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있다.양식산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강원도 고성 앞바다의 연어 양식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물장어 역시 성장 잠재력은 높으나 아직은 기술과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게 관련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영광·함평 주산지 전국 58% 차지

전남 민물장어의 주산지는 서해안을 끼고 있는 영광과 함평이 주산지다. 내수면 면적이 전국의 4%에 불과하지만 생산량과 생산액은 각각 57%~58%대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민물장어의 성장가능성은 충분치를 넘어 무궁무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광주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달리면 함평군 나산면 용두리 ‘남강수산’이 위치해 있다. 양식장 입구에 설치된‘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알림판이 인상적이다. 해양수산부가 인정한 친환경양식장인 셈이다. 남강수산 주인장은 김영민씨(50)로 지난 2014년, 이 곳에 순환여과식 수조를 설치해 지난해 부터 본격적으로 고기를 생산하고 있는 10년차 어업인이다.

 

민물장어가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김씨가 민물장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5년 상무대에서 직업군인(학사 장교)으로 전역을 하고부터다. 당시 전북에서 민물장어 양식을 하던 친지 밑에서 2년간 호된 수업을 받았다.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은 김씨는 독립을 선언하고 함평 월야면 외치리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민물장어 양식업에 뛰어들었다.

맨 처음 600평 규모의 지수식 양식장에서 부침을 거듭하던 김씨는 2014년 빛그린산단으로 자신의 양식장이 편입되는 바람에 현재 터로 옮기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씨는 이 기간동안 치어 5천미 가량을 한꺼번에 폐사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술회했다. 빚으로 시작한 자본금의 1/3 가량을 잃었으니 당시 심정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김씨는 입을 꽉 물었다.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이처럼 양식장 이전은 김씨에게는 되레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8년간의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친환경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행동에 옮기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곧바로 시설공사에 착수해 2016년부터 고기 사육에 돌입했다.

1천평 규모의 시설에는 순환여과식 수조가 설치돼, 양식장에 유입된 바닷물이 침전조와 드림 스크린, 고정상·유동상 과정을 거치는 재활용 시스템 덕분에 고품질 고기를 생산하는 기틀이 다져졌다. 더구나 이 시스템은 친환경 사육과 운영비 절감, 고기 성장률을 높이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뒀다.하지만 지수식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시설비가 단점이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었다라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민물장어 양식의 성패는 치어값에 달려있다.괌 인근 산란장에서 수정된 장어는 태평양 만다니오 해류와 북적도 해류를 타고 변태한 이후 구로시오 해류를 거쳐 우리나라 서해안에 비로소 실뱀장어 형태로 입식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치어값의 변동 폭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바다물 수온상승과 생태환경 변화가 큰 원인이다.

치어 1㎏ 기준에 보통 5천마리 가량이 거래되는데, 마리당 6천원만 잡아도 3천만원이 소요된다. 영세어가들에겐 치어값 부담이 어깨를 짓누른다. 이처럼 한 해 경영이 치어값에 달려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이유다. 최근 10년새 치어값은 2천원에서 8천원 사이에서 거래됐다고 하니, 어가에서는 치어값에 따라 입식량을 줄이고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홈페이지 개설 도시민 직거래 유통

요즘 광주를 포함한 도심권에는 식당을 겸비한 민물장어 직판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자본이 풍족한 대규모 사육어가는 직접 직판장을 설치해 많은 이윤을 챙기고 있지만 영세어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유통상인들의 농간에 당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게 한다.

김씨는 이런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함평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어업인 대상의 e-비즈니스 교육을 이수했다. 김씨는 이를 통해 올 초에 홈 페이지를 개설한 뒤 소비자들을 상대로 직거래 유통에 나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네이버에서 ‘남강수산’검색 )

 

김영민씨 양식장 입구에 설치된 HACCP 해수부 인증서 알림판.

김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이행 등록증’유지를 위해서는 없는 어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비가 소요된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당근책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어가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고작 준다는 혜택이 해양수산부의 보조사업인 사료구매자금 1순위만 주어지다보니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CCP 인증 어가는 고작 10%가량에 그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남는다.

여기다 해수부는 위판장 의무 상장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마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최소한의 유통 현실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장치임에도 실현 가능성은 아직 껏 미지수이다.

김영민씨는 “대다수 어가들은 현대식 양식 시설을 갖추고 싶지만 한꺼번에 수 억원에 달하는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어가의 현실에 맞는 제도 개정을 통해 민물장어 양식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함평/이경신 기자 lk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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