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조선대병원 지도교수의 전공의 폭행 사건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도제(徒弟)식 교육이 부른 비극이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의학 교육 시스템상 ‘왕’으로 군림해온 지도교수의 부당한 지시나 폭력 등에 전공의가 사실상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수에서 전공의로, 전공의는 간호사 등 타 보건의료인에게 권력 서열에 따라 폭력이 재생산되는 양상은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교육 시스템 개선이 없으면 폭행 사건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일 조선대병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가 담당교수에게 몇 달 동안 폭력과 막말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하면서 지역 사회가 들썩였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사면허 박탈법’이 시행된 첫 날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이 전공의의 주장에 따르면 담당 지도교수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여러 환자들이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에서, 심지어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에서,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맞는 수모를 겪었다. 따로 불려가 수 차례 쇠 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다.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 당했다. 본원에서 결단력 있고 단호한 조치를 통해 의료 사회 전반의 악습을 끊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겨달라고도 했다.

조선대병원 교육수련위원회의 조사 심의 결과, 폭로글 상당 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 교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진 가해 교수가 피해 전공의에게 어떠한 연락을 할 수 없도록 통보하는 등 후속조치를 했다. 병원 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명하복 문화’ 타파 등 의학 교육 시스템 전면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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