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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특징 중의 하나는 의외성이다. 쿠데타를 통해 또는 국민들의 변화 욕구에 의해 의외의 인물들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그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야당총재를 거쳐 장기간동안 대권의 꿈을 꿔왔던 인물들이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경우다. 내년 대선은 그런 의외성과 예측성이 혼재된 상태다. 현 상황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의외성의 측면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예측성의 측면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의 상황과 가장 다른 점은 피플파워와 정당파워가 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정키는 어렵지만 오는 대선은 시민후보라 할 수 있는 안철수와 박근혜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은 안철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단일화 후보로 선출된 데서 논거를 지니고 있다. 박 변호사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고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등장한 것은 ‘안풍(安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개월 전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안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안풍’은 오는 대선에서 민심의 핵이 돼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변호사는 경선 승리 후 “변화를 바라는 서울시민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 ‘변화 욕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나가수’나 국민들의 ‘라면선택’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그 기저에는 변화와 정의실현에 대한 욕구가 깔려있다. 어쩌면 최근의 사회변화는 애당초 ‘나가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나가수’는 실력과 가창력을 갖춘 가수들만을 무대 위로 올렸다. 무늬만 가수인 비주얼 가수들이나 가창력이 떨어진 가수들은 아예 출연대상이 아니다. 대중은 누가 진정한 가수인지를 헤아리고 있었고 그에 맞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런 반응은 정치판으로 이전돼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진정한 정치인이 과연 누구인지를 찾게 만드는 원형질이 됐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나가수’에서의 출연가수 교체는 외견상 서바이벌이라는 게임 룰에 따른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것과 대리만족을 원하는 ‘대중의 속성’에 기초한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출연가수들을 무대 위에서 끌어내리는 ‘명예졸업’은 ‘변화’를 위한 무대장치에 불과하다. 대중들은 촛불시위와 희망버스를 통해 정치와 사회 변화를 갈구했지만 좌절을 거듭했다. 좌절을 겪은 대중들은 매주 벌어지는 기득권자의 탈락과 새얼굴의 등장에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국내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꼬꼬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라면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농심은 꼬꼬면을 내세운 한국야쿠르트로 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농심에서 생산하고 있는 라면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삼양식품이 12%, 오뚜기가 10%, 한국야쿠르트가 8% 정도이다. 그런데 꼬꼬면의 약진으로 올 연말에는 한국야쿠르트가 2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심은 얼큰하고 매운 맛을 앞세운 신라면으로 라면시장을 석권한 뒤 블랙 신라면으로 그 아성을 지켜가려 했다. 그러나 블랙 신라면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과장광고를 한 탓에 역풍을 맞았다. 그 와중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꼬꼬면이다. 꼬꼬면은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닭 육수 맛이 장점이다. 소비자들은 쇠고기 육수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환부를 드러내고 있는 정당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비효율과 무능, 군림으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신물을 내고 있다. 영화 도가니를 통해 새삼스럽게 들춰지고 있는 힘 있는 자들의 횡포와 거짓에 또한 분노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회현상들은 어쩌면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고, 듣고, 먹으면서 국민들은 변화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 변화가 내년 대선에 어떤 태풍을 불고 올 것인지 흥미롭다.
칼럼
최혁
201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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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엑스포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덜 쏠리고 있는 행사가 오는 2012년 전남 나주에서 열리는 국제농업박람회다. 2012국제농업박람회는 내년 10월 5일부터 29일까지 25일간 ‘녹색 미래를 여는 생명의 세계’라는 주제로 전남도 농업기술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2국제농업박람회는 전남을 비롯한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각종 먹거리의 우수성과 안정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행사다. 친환경 농법을 이용해 어떻게 농산물을 생산하고 품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자리다. 더 나아가 해외생산 농산물과의 생산·유통·품질비교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 미래농업의 발전방향으로 삼는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전남도와 도 농업기술원은 그동안 차분하게 국제농업박람회를 준비해 왔다. 이런 가운데 국제농업박람회조직위는 지난달 27일 해외농산물기업의 박람회 참가를 촉진하기 위한 참가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미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일본 등 선진 농업국 대사관의 농무관과 상무관,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무역담당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는 소식이다. 성공적인 국제농업박람회를 위해서는 이런 자리를 더욱 자주 만들어갈 것을 도 농업기술원 측에 권유하고 싶다. 농업기술원 측이 국제농업박람회를 볼거리가 풍부한 훌륭한 행사로 치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농기원 측은 10년째 국내 농업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박민수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의지와 열정도 대단하다. 그러나 국제농업박람회를 통해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 판로를 확보하고 전남을 친환경 농산물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려면 세계 유수의 농산물 기업들을 박람회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접적인 홍보는 물론이고 해외공관 대사·영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절실하다. 모두 국익을 위한 것인 만큼 내일처럼 뛰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과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국제농업박람회를 지원할 수 있게끔 주의를 환기시키고 협조를 끌어내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주요 외국어를 사용한 행사안내 홈페이지 작성과 동영상 제작 등도 필요하다. 시선을 잡을 수 있는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홍보물 제작이 절실하다.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홍보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농업기술원 측의 치밀한 마케팅 추진을 기대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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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서니 벌써부터 찬기운의 바람과 함께 여기저기서 결혼소식을 담은 청첩장이 두 세건씩 배달된다. 초라한 나에게 그럴 때 좀 낯익은 사람들에겐 얼마나 그럴까 생각해보며 초대장을 뜯어본다. 자기 집의 경사에 남을 초대한다는 것은 우리조상들의 자랑스러운 풍속이었다. 우리조상님들은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애경사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했었다. 간장이나 된장, 달걀 또는 곡식 등을 싸가지고 가서 마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또는 안팎으로 해야 할 일들을 거들어 주는 사람 등 상부상조하는 마음으로 이웃의 일들에 함께 했었다. 그런 아름답던 조상님들의 숨결이 지금엔 급기야 스스럼없이 세금고지서라고 할 만큼 무거운 이름으로 전락될 정도의 초대장이 되어버린것 같아서 받는 이도 보내는 이도 본래의 마음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일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이집 저집에서 보내온 청첩장의 행사에 참여할 수가 있을 만큼 그 건수는 알게 모르게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날마다 직장을 찾는 우편배달부의 무거운 가방속에는 옛날 그 정겹던 아기자기한 편지는 찾기 어렵고 청첩장이나 유통회사 발행의 납부고지서 등으로 가득한 실정이다. 사무실에서 어떤 사람은 청첩장을 받아 들고 보낸이가 도무지 누군지조차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는가 하면 엊그제 술좌석에서 한번 만난 사람인데도 청첩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이런 일이 문제라는 것이다. 청첩이란 적어도 몇 년쯤은 정을 나누고 살아온 사람들끼리의 오고가는 마음이어야 하는데 선거판에서 세 불리기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 끌어 들여보내고 보니 받은 사람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전에 신문의 독자란에 어떤 독자가 이런 투고를 했었다.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어서 축의금을 현실화 하면 교통 혼잡과 시간 절약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정말로 좋은 얘기이다. 그러나 너무 야속한 것 같고 정이 없을 것 같아 충분히 공감은 하면서도 이렇게 되면 우리조상들의 본래 의지와는 너무도 상반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모를 일이다. 얼마가지 않아서 이 독자분의 제안이 현실로 돌아올 날이 뻔할 것 같아서이다. 이런 일들이 너무 함부로 남발해서 보내는 청첩장에서 비롯되는 이야기일 것 같아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차적으로 보낼 사람을 정선하자는 이야기이다. 보낼 사람의 주소를 뽑을 때 다시한번 생각하고 봉투에 옮길 때 또 다시 생각해서 받는 사람이 받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초대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쁜 가운데서도 꼭 가야 할 자리 오고가는 일까지도 없어진다면 우리들 사회의 삶의 의미는 어떻게 되겠는가? 갈수록 이웃과 멀어지고 친척과 왕래가 없어지는 현실속에서 교통 혼잡과 바쁜 일상을 밀치고 행사장 찾아가서 오랜만에 잊었던 얼굴도 만나고 그래서 잠깐이나마 서로의 지친 삶도 이야기하면서 우리 이 행사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있었을까 하면서 청첩장이나 초대장의 새로운 의미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로 바꿔 나가도록 해봤으면 어떨까?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한다. 슬픔을 겪는 일은 예정되지 않은 까닭에서인지 그런저런 이야기들이 없지만 기쁜 일로 초대되는 일은 사전에 예상되는 일이어서 인지 그 초청의 한계가 지나치다는 이야기를 예서제서 자주 듣는다. 예상되는 일이니 만큼 사전에 얼마든지 정선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니까 초대장을 보낼 적에 상대방의 얼굴이라도 떠올리면서 써보라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초대된 사람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될 것이고 참석치 못한다 하더라도 정 표시를 어떻게든지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이루어진다면 계좌번호 운운하며, 아니 세금고지서가 어쩌니 하는 등의 비아냥거림은 없어지지 않을까? 올 가을 기쁜 일을 계획한 사람들이라면 바로 지금 나 자신부터 청첩문화 정선에 앞장을 서 보았으면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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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가 29일 F1 경주장 인수를 위해 전남도가 요청한 1천980억원의 지방채 발행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도는 보다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다음 달로 예정된 영암 F1대회를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1천980억원의 지방채 발행으로 도가 지불해야할 이자가 모두 879여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도는 농협을 통해 1천98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5년 거치 10년 균등분할로 상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자액이 원금의 44.4%인 879억4천200만원에 달해 도의 재정에 상당한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2015년까지는 해마다 83억7천600만원이며 2016년 이후는 모두 544억4천만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도는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이 정도의 채무는 전남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F1경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경주장이 포함돼 있는 삼포지구 개발 이익 배당금으로 조기상환을 하면 채무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이 큰 지방채 발행이지만 F1대회의 성공과 지역개발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F1경주장을 확보한 상태에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삼포지구의 개발이 호조를 보일 것이고 J프로젝트의 추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도의 설명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렇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발생 수익을 전제로 한 막대한 지방채 발행이 위험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 지방채 발행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F1대회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과제는 F1대회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앞으로 남은 5차례의 대회를 세계적인 대회로 키워 지명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 것만이 도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을 수 있는 길이다. F1대회를 불과 1주일 앞둔 지금, 도와 관계자들은 막판 점검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지난해 불거졌던 모든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 똑같은 불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지는 대회라 그동안 이런저런 고통이 많았지만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정부도 태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민들도 격려와 참여로 F1대회를 성원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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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과연 남북통일이 언제쯤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나는 평화통일자문회의 북구 협의회에서 통일교육을 받은 이후 통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통일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보았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통일의 가치관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있을까? 라고 반문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 한반도는 세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으로 우리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야만 된다고 본다.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의견은 그 사람의 가치관, 세계관, 역사관, 북한관, 정치성향,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따라 판이하게 달리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통일용어에 대한 해석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통일의 정의를 달리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을 하는데 있어서 흡수통일이냐? 합의통일이냐? 또 아니면 점진적인 통일이냐? 급속통일이냐? 의 문제로 압축될 것 같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 얘기를 하다보면 어떤 사람은 동독과 서독의 통일은 흡수통일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는가 반면 또 어떤 사람은 합의통일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 그러나 동독과 서독의 통일은 사실은 두 나라 모두 합의하여 국가제도는 동독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체제 자체는 서독의 체제를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필두로 서로 양국간에 통일조약에 의해 서로 합의했기 때문에 합의에 의한 흡수통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 통일은 형식적으로는 합의통일이고 내용적으로는 흡수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도 남북간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을 한다. 남북한이 통일을 한다면 어차피 남북한의 협정서를 만들어 합의 후에 합의통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체제 측면으로 봐서는 남한의 우월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는 게 옳을 것이고, 내용적으로는 북한의 경제사정을 고려한다면 흡수통일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럼 통일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점진적 통일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급속통일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 흔히들 통일을 우리는 목적이라고들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국민학교 때부터 불러왔던 노래가 있다.“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통일을 꾸준히 외쳐왔다. 통일의 노랫말처럼 통일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한반도의 통일은 분단의 고통을 해결함으로써 갈등의 해소측면의 부가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들의 삶에 질을 한 단계 격상시켜주고 업그래이드 시켜주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통일을 우리 세대에 안될망정 통일을 우리는 꼭 이뤄야 하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준비는 철저해야 하고 통일을 목적으로만 봐서는 안 되며 통일은 반드시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통일자체가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통일은 전쟁을 일으켜 빠른 통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은 절대로 목적으로 봐서는 안 되며 전쟁을 일으켜 통일을 목적으로 생각하고 통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점을 남기고 말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전쟁을 일으켜 통일을 한다면 우리 한반도의 모든 국민들은 몇 백년 늦은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빠른 통일은 피해야하는 것이다. 빠른 통일이 아니라 올바른 통일의 단계를 서서히 밟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점진적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남북한이 그동안 화해와 협력을 통하여 진실성을 가지고 인내하며 우리 한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북한의 책임 있는 약속과 행동이 자유스러워질 때 비로소 통일은 서서히 다가 온다고 보면 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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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정전에 따른 피해는 접수 3일 만에 2,166건, 피해금액은 148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전사태의 명확한 원인과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력구조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 측에서는 공급 중심의 정책에서 수요관리 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들을 하고 있다. 또한 산업계에서는 전력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력수급과 송전ㆍ배전을 각각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으로 이원화한 것이 의사소통과 책임소재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전국전력노조의 최용혁 대외협력실장은 9월 15일 정전이 발생한 것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최 실장은 “그날 3시에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사내방송이 나왔고, 4시가 넘어서 정전이 됐다고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도 어이가 없는 게 한전이라는 회사가 모든 사람이 생각하듯 전기를 책임지는 기업인데, 그 기업의 핵심부서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력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나 누구의 책임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줄이는 가가 관건이다. 더랩아이치 대표 김호의 ‘위기관리 4P’를 보게 되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매뉴얼로 대표되는 절차(Process). 위기관리 매뉴얼은 과거 두꺼운 ‘교과서’에서 ‘체크리스트’로 경량화 하고 있다. 위기때에는 짧은 시간에 사건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조처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간결하고 신속한 절차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즉 대부분의 조직이 하는 것처럼 사고 발생 시 최고층으로의 보고가 우선 시 되어 시간을 지체하는 일이 없이, 단시간에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여 최고층은 사후보고를 하는 실질적인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가상연습(Practice)이다. 정기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가상연습을 통해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상 민방위 훈련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북한의 공습이나 전시를 대비, 테러리스트 대비를 위해서만이 민방위 훈련을 하여왔지만, 이제는 전시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자연재해, 이번과 같은 단전사태를 대비하여 가상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위기 후 학습(Post-Crisis review)이다. 내부조직은 물론, 외부에서 발생한 관련 위기를 학습하고 잘된 점과 개선점을 찾아 조처하는 과정이다. 그저 최고의 수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최고의 능사는 아니다. 각각의 조직에서 위기의 순간을 되짚어보고 철저하게 분석을 하여 위기관리 매뉴얼부터, 각자의 임무를 다시한번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마지막으로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People)이다. 결국 리더십의 문제이다. 위에서 말한 절차, 연습, 학습이 제대로 되느냐, 아니냐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리더의 판단, 그리고 이를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주변 참모들의 몫이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단전 조치가 가져올 위험과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무모한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사태에 직면했을 때, 리더와 참모진들이 민방위 훈련과 같이 위험 방송과 TV 자막 방송 등을 통하여 실제상황의 단전 예고제를 실시하여 국민의 협조를 얻었다면 현명한 우리국민의 노력으로 이러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관공서나 대기업, 백화점 등 대용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 이러한 긴급 상황을 전력거래소와 한전지사 등의 각 부서별로 분담하여 일대일 대응을 하면서, 현재 시행 중인 민방위 훈련체재를 활용한 실제 상황을 전파하였다면 단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가져오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단전사태는 결국 ‘인재’이자 ‘시스템 부실’에서 오는 재해이다. 앞으로 이러한 위기사건은 계속 되어질 것이다. 모든 위기가 예방이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부실한 대응’에서 오는 재해는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이러한 위기가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 어찌 해야할지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주변을 살펴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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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민선 4기 들어 71억 원을 들여 추진한 꽃 잔디 조성사업이 결국 거액의 혈세만 낭비한 채 애물단지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소식이다. 시는 아름다운 도심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4년 동안 매년 5억 원에서 2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주역 앞 교통섬 등 시내 103곳에 꽃잔디를 조성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축구장 면적의 35배에 달했던 꽃잔디 조성사업이 시행 4년 만에 유야무야된 것은 꽃잔디 유지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말라죽는 꽃잔디가 많아지면서 보식이 필요하는 한편 늘어나는 잡초도 제거해야 하나 전담 부서의 행정력과 예산이 이를 감당키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꽃잔디 90% 이상이 사라진 상태다.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도심미관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71억 원의 예산만 낭비된 결과를 낳았으며 어떤 식으로든 꽃잔디 조성지를 재정비해야할 필요성이 커져 새로운 행정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거액을 들여 애물단지를 만들어 낸 꼴이다. 시는 꽃잔디 사업이 민선 4기 때 추진됐던 사업이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다각적으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책임 회피성 해명에 불과하다. 전임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이었다 하더라도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었던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졌어야 했다. 이런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시 행정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꽃잔디 조성사업과 관련된 당시 주무부서 국·과장들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고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과 구청장이 바뀌면 과거 역점시책으로 추진하던 것들이 천대받고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역으로 따져보면,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추진되는 즉흥·전시성 사업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 예산은 투자 대비 수익 창출 및 지역개발 효과를 염두에 두고 집행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도로변 꽃가꾸기와 같은 사업은 투입예산이 너무 과다하고 효과도 일시적이다. 시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꽃 심기나 화분 놓기 운동을 통해 도심을 가꾸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여겨진다. 충장·금남로나 상무지구 상가 앞이나 창문에 화분 하나 두기 운동 같은 것을 펼쳐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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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물 그릇을 키워 여름철 홍수기에 넘치는 물을 담아 홍수피해를 줄이고 갈수기에 부족한 물을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 시작한 영산강 다기능보인 승촌보와 죽산보의 건설공사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행과정에서 일부 단체의 이해부족과 주민들의 과도한 걱정으로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차츰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면서 무난히 준설과 보 건설을 마칠 수 있었다. 당초 영산강에 보가 건설되면 홍수기에 대재앙이 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예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시민들은 불안해했고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시행주체와 건설관계자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여름 평년에 비해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은 비 피해가 적었다. 이는 기상청의 정확한 일기예보와 함께 국가 물 관리 전문기관의 적절한 조치와 관계자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은 물론 전문성이 돋보이는 결과이며, 결론적으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논란은 있으나 우리나라의 최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지난 6월 태풍내습을 시작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관측 이래 최대치 폭우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가 기후변화 중심에 서 있다는 어느 학자의 주장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영산강의 경우 1일 200㎜ 비만 내려도 강물이 범람하여 나주·영산포를 비롯한 강변 하류지역에 홍수 피해를 입혀 주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면서 하늘을 탓하거나 적절한 수방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국가를 원망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올 여름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해 시간당 35㎜ 강우량이 400㎜에 육박했음에도 강이 범람하거나 이재민이 발생되지 않은 것은 홍수저감 효과로 볼 때 영산강 살리기 사업과 효과적인 물 관리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의 경우 섬진강댐은 설계홍수량(3천268㎥/초)을 초과한 500년 빈도 이상의 4천434㎥/초가 유입되었으며 수어댐의 경우도 설계홍수량(499㎥/초)을 초과한 627㎥/초가 유입되었지만 다목적댐의 홍수조절효과와 효과적인 연계운영을 통해 섬진강 구례지점의 경우 장마전선의 영향기간(7월 6~17일) 동안 댐 홍수조절로 수위가 2.3m 저하됐다. 이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 준설 효과로 홍수소통능력이 증대되어 나주지점의 수위는 준설이전과 비교했을 때 0.9m의 수위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와 영산강 살리기 건설사업만 준공됐고 지금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 해서 완전한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多)기능 보 건설이후 수질과 가뭄개선에 진정한 효과가 입증되어 영산강이 되살아나고 오염된 생태계가 복원됨과 동시에 강에서 사라진 토종어류와 조류 등 동식물이 돌아오고 아이들이 멱을 감고 시민들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성과를 인정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침내 오는 10월 8일 죽산보를 시작으로 22일 승촌보 개방식을 갖고 강이 새롭게 탄생된다고 하니 그 동안 냄새나고 오염되어 버려진 영산강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명실상부한 호남의 젖줄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민·관이 영산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특히 승촌보는 나주평야를 상징하는 쌀 모양의 권양대가 만들어 졌고 영산강의 다채로운 8경과 100㎞가 넘는 자전거 길이 조성돼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지혜를 모아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영산강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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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가기 위하여 집을 나섰는데 만나는 시간을 잘못 아는 바람에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1시간 남짓 골목길을 걷기로 하였다. 도시 골목길은 나의 중학 시절 스승 고재기 선생이 좋아하시는 산책길이었다. 60년 전 찾아뵈면 선생은 으레 나를 골목길로 안내하였다. 삼색기가 한집 건너 서 있는 그 때 골목길은 대개 징소리나 독경 소리가 요란한 무당골목이었다. 그리고 그 골목은 담을 기대고 서있는 붉은 입술들이 호객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선생은 앞서가면서 말이 없었다. 평소에 세상이야기로 말이 푸진 분이 왜 골목길 산책에선 입을 다물고 계신지 궁금하였지만은 그러나 선생과 같이 그 길을 가면서 나는 왠지 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어딘지 이상의 소설 속 풍경 같기도 하고 어딘지 깊은 자학의 길 같기도 하였다. 지금도 나는 가끔 선생이 사시던 북동 골목길 산책 생각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였다. 전쟁 중이었다. 총을 들면 아무데나 시키는 대로 쏘는 나이였는데 다행히 나는 총 대신 분필을 들고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늘 대학 진학을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은 전시 연합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전시 연합대학은 전쟁 중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위하여 임시 개설 운영한 대체교육기구이었는데 광주에 그 하나가 설치되고 있어서 나의 친구 대부분은 거길 다니고 있었다. 선생은 교양 국어 강사로 거기 출강하고 계셨는데 내가 선생을 찾은 것은 선생을 통하여 어떤 구원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골목길로 안내한 선생의 뜻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대학을 못갈 형편이면 바로 문학을 하라는 것이었으리라. 그 60년 전을 회상하면서 골목길을 가는데 안고 있는 할머니 품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이를 보았다. 우는 아이를 달래노라 할머니는 애를 쓰고 있었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아기의 불만을 달래는데 할머니 가지고는 답이 아닌 듯 쩔쩔매는 위기상황에 내가 그들의 앞을 지나가게 된 것이다. 나는 우는 아기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 그 아이에게 내가 손을 흔든 것은 의미가 있는 행동이 아니다. 다만 우는 아이에게 따뜻한 위안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어미가 비운 사이 할머니 품속이 있는 너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할머니 가슴은 가난하지만 아늑하다. 우리도 그렇게 손자들을 맡아 기르는 동안 까닭 없이 아기가 보채면 죄 지은 듯 무척 난감했었다. 아기 우는 풍경이 남의 일 같이 않았다. 내가 손을 흔들자 놀랍게도 아기는 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쳐다보는 그의 눈에서 나는 분명히 친근감을 느꼈다. 그는 지루한 할머니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손을 내밀자 손을 주지는 안 했다. 아마 아직 믿음이 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서 내가 더 가까이 다가서면 분명 내게로 올 것 같았다. 아기의 얼굴에서 나는 희망 같은 것을 보았다. 그만한 아기 하나쯤 더 얻었으면 하고 속없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내가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할머니가 경계하였다. 며느리가 아기를 맡기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을 것이다. 이 시간 아이를 떼놓고 어미도 아기 걱정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더는 나도 아기를 유혹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와 내가 어떤 공감으로 하나가 되고 있음을 느끼고 행복하였다. 철학자 니체가 아기를 보고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혹은 아기를 보고 그의 철학적 답을 얻었다는 해석도 있고 혹은 니체의 광기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그 구구한 해석 속에 미친 니체와 한 아기간의 교감은 철학적 화두로 기억되고 있다. 영국시인 워즈워스가 한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말한 촌철살인 같은 화두는 신을 죽이고 미친 니체가 찾은 구원의 답이었을는지도 모른다. 옛날이 그리운 골목길에서 만난 한 아기와의 교감에서 나는 시인 워즈워스와 철학자 니체도 같이 만났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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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산하 기관장들의 임명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운태 시장 취임 후 공기업과 산하기관 임원들이 선거캠프 관계자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나친 측근인사 중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이와 관련 광주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은 26일 인사 청문회 도입 등 인사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선거캠프출신 인사 중용문제는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면 중앙정부를 비롯해 각 자치단체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당선을 위해 애쓴 선거참모들에 대한 ‘보은 인사’는 우리 정치구조가 갖고 있는 결과물이다. 당선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성을 다한 이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캠프 참여자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걸맞는 전문지식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임원으로 임명된다면 이를 나무랄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하이테크 산업분야와 전문경영직에 보좌관 출신이나 전직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무조건 앉히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인사는 능력을 중시한 중용과 충성도를 감안한 안배가 적절히 비율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현 정권 들어서 ‘강소영’ 이나 ‘K대 마피아’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묻지마 측근인사’가 횡행하고 있어서이다. 당선 기여도와 충성도만을 따져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사들을 외면한 결과가 갈등과 반목을 낳고 있다. 광주시 역시 마찬가지다. 강 시장은 취임 후 ‘일을 중심으로 사람을 고르겠다’는 인사원칙을 밝혔지만 공기업 인사의 경우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임명된 임원들은 대부분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로서 외부영입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측근인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시는 “민선 5기 공기업·산하기관에 임용된 임원들은 적법한 공개절차와 심사를 거쳤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공개절차는 요식적이고 형식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능력이 뛰어난 많은 전문가들이 광주시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심사에 들러리가 되기 싫다며 아예 지원을 포기하고 있다. 측근보다는 지역발전을 우선으로 한 강 시장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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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방역이 시작되면 소독 방법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주민들은 가시적인 연막 소독을 선호하지만 관련 공무원은 그 실효적 성과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분무 소독을 선호한다. 차제에 공공 기관의 공통된 소독 방법으로 가시적 효과가 부각되는 연막소독과 실효적 성과가 높은 분무소독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민원 발생 원인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얼마 전 국회(최영희 민주당 의원)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살충제를 우리나라 방역 당국에서 살포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 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도시화로 집단화되고 초고속으로 문화수준이 향상된 시민의 방역에 대한 요구는 더욱 증대되고 있다. 분무소독의 장점은 모기성충이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풀숲, 정화조나 맨홀의 벽면에 직접 살포하여 성충이 잔류분무한 살충제에 접촉하게 될 때 방제효과를 나타낸다. 해충 서식지나 출현 장소에 직접 소독액을 살포하므로 유충을 박멸시키는데도 효과적이며 살충 효과도 크고, 약의 잔류율도 높다. 잔류기간은 약제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동일한 약제의 경우에도 분무장소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저온이 고온에서 보다 길고 그늘이 햇빛이 비치는 곳 보다 잔류효과가 길어진다. 또한, 햇빛에 의해 살충제가 산화되거나 파괴되지 않아 사용시간의 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이며,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연막소독과 같은 유류 사용에 따른 방제원가도 저렴하다. 단점은 밀집된 도시에서 넓은 면적에 대한 대량 일시적 방제가 제한되고 방제 요원의 개별방역에 의존하므로 시민에게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막소독은 성충방제에 오히려 효과적인 방법으로 장점은 살포면적이 넓고 숲이 우거진 지역과 같이 공기의 흐름이 차단된 지역에서도 깊숙이 살충제 입자가 도달할 수 있으며, 지하공간과 같은 밀폐된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소독시간은 일출 전, 일몰 후에 방제하는 것이 효과적이어서 시간적 제한이 있으며, 가열성·휘발성이므로 살충제 일부가 파괴되어 약효가 감소하고, 연막형성으로 도로교통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독약제와 경유(또는 등유)를 혼합하여 가열시킨 후 연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향유하려는 주민 및 환경단체로부터 민원을 발생시키고 있고, 이른 시간 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심하다. 연막과 분무소독 방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여 지역의 특성에 맞게 자치단체는 선택적으로 실시하여 효과를 극대화 할 의무가 있다. 가시적 효과를 노린 전시적 방역이 되어서도 안 되고 실효만 강조하여 방역활동에 대한 주민의 불신과 불만을 야기 시켜서도 안 된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시민 참여를 통한 웅덩이, 늪, 주택주변의 빈 깡통, 폐타이어, 꽃병의 고인물 제거 등 중요한 발생원인을 제거하는 1차적 물리적 방제에서부터 시작하여 방역당국의 모기유충 서식지에 대한 유충구제에 중점을 두어 점진적으로 친환경적인 방역소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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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유행이다. 건강과 레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산과 들로 나들이를 가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제주도 올레길과 무등산 둘레길로 대변되는 유유자적한 산자락 걷기가 인기다. 외지고 험한 곳이어서 인적이 드물던 곳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발길이 닿질 않던 완도 청산도와 신안 증도는 지금에 와서는 최고의 관광지가 돼 있다. 대파 등 농산물을 주로 실어 나르던 화물차들이 대부분이었던 섬 지역의 철부선은 이제 자가용으로 북적이고 있다. 주말이면 자리가 없어 다음 배를 기다려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선실에도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등산복으로 차려입은 나들이객이 절반을 넘는다. 운무(雲霧)와 낙조(落照), 그리고 모래사장과 해송(海松)을 찾아 백리 길을 마다않고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소금을 만들어 생업을 이어가던 신안 증도의 경우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염전을 기웃거리는 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염전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이제 사람들이 귀찮다. 입구에 줄을 쳐놓고 아예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성가시다며 훠이~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관광객들이 무안해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 슬로시티인 완도 청산도 역시 인파 덕분에 패스트 시티(Fast City)가 돼가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배편에 맞추기가 힘들다. 주말에 차량을 싣고 청산도로 건너가는 것은 삼가야할 일이다. 도선차례를 기다리느라 집에 돌아가는 일정을 그르치기가 일쑤다. 헛된 바쁨을 일상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여유와 기다림을 배우는 체험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견 좋은 일인 듯도 싶다.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도 옛 정취의 아련함에 푹 빠져 반나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고택과 초가가 올망졸망하던 삼지내는 어느 사이 현대와 전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동네로 널리 알려진 상태다. 세 곳의 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동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샅길 개울에는 차고도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흘러 내린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기와담장 너머로 졸졸졸~흘러내리는 개울물 소리에 마음까지 씻겨 진다. 시간 반이면 충분한 동네구경이지만 약초 밥상에 입을 빼앗기고 고택의 처연함에 마음을 빼앗기면 종일 머무는 것도 무방한 곳이다. 56가지 약초로 만든 각종 나물이 있는 민가에서 점심 한 끼를 때우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다. 천연염료로 옷 물들이는 일을 함께 하고 있는 안주인장의 약초나물 설명이 시종 귀를 쫑긋케 한다. 식사 후 본인이 해야 하는 설거지는 부담이라기보다는 덤으로 주어지는 기쁨이다. 산과 섬, 그리고 오래된 동네에서 마음을 열고 하루, 혹은 이틀을 묵고 온 이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맑다. 마음을 빼앗겨 왔던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고, 어디에 시선을 두는 것이 마음의 평정을 가져오는 것인지를 새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들이 뒤끝의 사람 얼굴을 슬쩍 훔쳐보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가슴 한 켠에서 솟아오른다. 산과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있음에도 막상 대하는 세상의 모습은 여전히 거칠고 무표정하다. 앞차가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클랙슨을 울려대고,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어도 기다려주질 못한다. 쉽게 짜증내고, 쉽게 화를 낸다. 산길에서 대하던 그 많은 따뜻한 인사와 눈길을 거리에서 대하기가 힘들다. 느림을 느끼고 왔다지만 생활은 여전히 바쁘고 실속 없이 부산하다. 어느 사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슴 설레게 하는 단풍과 경치를 찾아 이 가을에도 많은 이들이 나들이에 나설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나들이에서 안고 온 그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생활 속에서 내비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이들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바쁜 이에게 양보를 하고, 나무람 대신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이 가을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을 닮아가는 우리들이 많았으면 싶다.
칼럼
최혁
201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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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축제가 오늘 개막된다. 올해 여덟 번 째를 맞는 충장축제는 내용이 충실하고 건전해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40대 이상의 성인 남녀들에게는 학창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청소년들에게는 광주의 문화와 전통을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여서 호응도가 높다. 이번 충장축제는 ‘추억&희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27일 오후 1시 40분 추억의 시간여행 개관과 오후 4시에 팡파르를 울리는 거리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10월 2일까지 광주 도심 곳곳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고 독특해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매우 적합하다. 충장축제는 전시, 참여, 공연, 경연 등 6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46개 행사가 금남로와 충장로 등 도심 일대에서 진행된다. 광주우체국과 금남로 공원, 예술의 거리 일대에서 70·80년 대 광주거리 풍경과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체험행사도 다양하다. 추억의 동창회와 추억체험한마당, 추억의 명소 찾기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시민들이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웃음을 나누는 행사도 많다. 주사위·오자미놀이와 비석치기, 가을운동회에서 맛보던 박 터트리기, 줄넘기, 과자 떼기, 고무신 벗어 던지기 등 부모들이 자신들의 어렸을 적 놀이들을 어린 자녀들에게 알려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들이 곳곳에서 진행된다. 전체적으로 기획과 준비가 아주 잘된 축제라 생각된다. 충장축제는 당초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는 금남·충장로 일대의 상권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 7번의 축제를 거치면서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고 광주의 새로운 도심문화를 창출해내는 문화축제로서의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다. 축제를 보기위해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구청이 축제분위기를 띄우는데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관내업체들에게 불법광고물인 축제 홍보용 현수막 게시를 요구하고 현수막 제작을 특정업소에 몰아주는 등 무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축제를 위해 규정을 어기고 상가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정행위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동구청과 관계자들이 애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느 경우든 관폐(官弊)는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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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국회의원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벌써부터 입지자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역 물갈이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입지자들의 숫자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전남의 경우 지역적 정서로 말미암아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여 본선보다 훨씬 뜨거운 공천경쟁이 심화되면서 정책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판을 흐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은 크게 포지티브 캠페인(positive campaign)과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의 두 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 포지티브 캠페인이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내세워 유권자로 하여금 호감을 갖게 하는 선거운동이라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방의 약점과 단점을 들춰내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목적으로 행하는 선거운동이다. 대표적인 포지티브 캠페인으로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즉 정책선거를 들 수 있는데, 매니페스토란 종래의 선거공약과는 달리 구체적인 시책, 실시 기한, 예산 확보근거, 수치목표를 명시한 ‘사후 검증이 가능한 명확한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의 개념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 필요성을 강조한 데 그 기원을 둔다. 매니페스토 평가기준으로는 공약의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ant), 기한 명시(timed)가 있는데 이를 통하여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이행여부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 결과는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단체 주도로 매니페스토(참공약)운동이 전개되면서 정책선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고, 매니페스토운동은 이후 모든 선거에서 꾸준히 발전시켜 나아가야할 중요한 아젠다(agenda)가 되었다. 반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 후보의 단점, 비리를 폭로하거나 비난하여 상대 후보가 지지를 받지 못하도록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선거운동으로써 비방·흑색선전, 허위사실공표 등을 포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상모략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거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건전한 선거문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과 무관심을 조장하여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추방해야할 폐습의 하나이다. 특히 선거일에 임박하여 사실 확인이나 해명 기회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악의적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행위는 당해 후보자에게 만회하기 힘든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문화 형성을 위해 반드시 근절해야만 한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유발하는 주 요인은 정당의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에 취약하게 되어 후보자는 도덕성과 관련된 비방·흑색선전에 대한 방어와 역공에 골몰하는데, 이는 결국 공천과정의 비민주성이 선거가 원색적으로 진행될 단초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내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전한 정책과 정견을 통하여 공정하게 경쟁하며, 유권자는 정당의 공약과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 능력, 자질 등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되, 네거티브 선거전을 일삼는 후보자는 선거현장에서 영구히 추방하여 선거가 당선자도 낙선자도 흔쾌히 승복하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유권자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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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공황이래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생겨난 연속된 불황의 심각한 경기침체는 서민들을 더욱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든 과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시국에서 경제활동의 주체인 소비자의 지갑은 단단히 잠길 수밖에 없으며, 특히 문화생활을 위한 주머니는 촘촘하게 바느질되고 만다. 영화야 저렴한 가격에 비디오로도 다시 볼 수 있고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보고 싶은 때에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반면에 퍼포먼스가 가미된 전시와 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예술은 현장예술이라는 특성상 높은 가격과 시간 등으로 일상의 문화 향유와는 다른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예총이 작년 1회 행사에 이어 올해도 오는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공개된 장소인 광주교 및 광주천 둔지 일원에서 ‘2011 2nd광주예총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광주예총아트페스티벌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문화시민들과 예술전문가 그룹이 함께하는 종합축제로서, 문화예술이 전문가들만의 향유물이 아닌 모두의 삶에 공존, 공유하는 대중의 기본 권리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여 축제의 본의에 충실한 광주시민이 참여하는 대동의 장이 되고자 한다. ‘가을 금빛,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광주천의 옛 이름인 금계, 조탄 등을 들춰내서 가을 결실의 금빛 물결위에 낭만과 예술, 사랑의 가을 추억 만들기를 통하여 환경과 예술, 청년과 장년, 어르신과의 세대 간의 통섭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행사는 크게 ‘콘서트’, ‘대추여울난장’, ‘플러스 1’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되어 국악, 무용, 음악, 영화, 사진, 문학, 대중예술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우리지역 광주의 예술기반을 구축할 것이다. 콘서트는 예술의 다리, 사랑의 다리, 낭만의 다리로 나뉘는데 예술의 다리 콘서트에서는 국악의 깊은 맛, 깊은 소리, 가슴에 젖는 소리와 퓨전국악의 신명마당, 한이 깃든 한국무용과 드라마틱한 현대무용, 열정과 청춘이 있는 라틴댄스, 시낭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다리콘서트에서는 광주 동요제, 오케스트라, 뮤지컬 하이라이트, 변사극 ‘검사와 여선생’ , 코리아갓탤런트 우승자 ‘주민정’학생이 역동적인 춤을 보여줌으로써 어린이, 청년, 장년, 어르신들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의 장을 보여줄 것이다. 낭만의 다리 콘서트에서는 연예인 초청 공연 및 전국 트롯 가요제를 통해 광주시민들의 화합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무동력 바퀴에 몸을 싣고’, ‘얼굴에 그린 그림’, ‘민속놀이 같이해요’, ‘생활예술이 즐거워요’, ‘당신을 그립니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청소년-장년-어르신이 함께 만드는 시민 환경예술 프로젝트인 ‘we go together’를 통해 천변의 쓰레기가 예술나무로 승화시키고 예술과 환경, 인간과 자연이 함께 가자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공연과 전시는 예술이고 문화다. 문화상품이 일반상품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심미적인 가치가 숨어 있기 때문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지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혼란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문화예술을 소중하게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문화야말로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문화는 어렵지만 꿋꿋이 그 길을 걷고 있다. 문화적 토양 없이는 경제적 발전도 정치적 성숙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라건데 이번 ‘2nd 광주예총아트페스티벌’이 예술인과 시민들이 내면 깊숙이 소통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 속의 문화예술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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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시대가 열린다. 수도권이나 영남권,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어떤가, 친·인척 방문, 자치단체간 행사의 방문을 제외하고 보면 불과 몇 천명에 불과하다. 광주를 직접 방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데 곁들여 오는 것에 불과하다.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만, 광주·전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상품을 홍보하고 팸투어를 실시해야 하며, 중국의 관리들과 접촉하여 의도적으로 광주·전남에 관광객을 보내 주도록 부탁해야 한다. 그 동안 특급호텔이 없었던 관계로 애로가 많았지만, 특급호텔이 들어서게 되어 관광객 유치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산업시찰, 의료관광도 연결해야 하며, 면세점이나 쇼핑센터 등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관광사업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광주·전남에 대해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지역들은 관광공사 등이 있어 착실히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중국 보건(寶健)그룹 직원으로 구성된 관광단 1만1천200명이 제주도와 서울을 찾았고, 앞으로 계속 들어오게 된다. 외국인 단체관광으로는 최대 규모로 이들에게 400억 원의 관광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제주지사는 보건그룹 본사가 있는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해 관광 제주를 홍보했다. 관광산업은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다 국가 이미지 상승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을 가져다준다. 한국 경제는 조선·반도체·자동차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리가 앞으로 관광산업을 제대로 육성한다면 수출·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조업이 유발하는 부가가치지수와 고용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관광산업은 각각 114에 이른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관광산업의 질적인 향상이다. 특히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등 4개 분야를 의미하는 마이스(MICE) 관광은 서비스산업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 효과가 크다. 이런 관광객들은 숙박비, 항공료 등을 소속 단체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많은 돈을 소비하고 돌아간다. 이번에 제주도가 유치한 관광단이 그런 사례다. 우리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5.4%로 말레이시아(16.0%), 태국(15.7%), 홍콩(12.8%), 프랑스(9.5%), 일본(6.8%)에 못 미친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면세점업계와 항공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00년 5만7천명에서 2005년 11만5천명, 지난해 40만6천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으며, 중국인 1인당 172만원을 소비하고 있다. 제주도는 보건그룹 관광단이 숙소와 식비, 쇼핑에 쓰는 지출액만 401억원, 지역 경제에 미치는 종합적인 파급효과는 9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목은 명품 시계와 핸드백, 화장품, 홍삼제품이다. 중국의 일부 부유층 관광객은 롤렉스 판매대에 전시된 시계를 한꺼번에 가방에 쓸어 담기도 한다. 흔히 관광객 유치는 광주지역 여행사에서 하는 줄로 알고 있다. 광주공항의 국제선 유치를 하자고 하면, 여행사에서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서울업체가 아니면 불가능한 이유는 전국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유치하던 광주·전남에 보탬이 된다. 광주공항에서 무안공항으로 국제선이 옮겨진 후, 국제선이 거의 없어져 광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폭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도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나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에 노력해야 할 때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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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초등학교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 기회가 생겼다. 요즘 들어 코흘리게들의 아련한 추억으로 이 친구들과 만나면 왠지 편하고 그냥 사심 없어 좋았다.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 녀석이 최근 학교 사정이 좋지 않아 미래가 불안하다며 시일내로 낚시나 한번 가자고 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교수라고 해서 괜시리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친구였는데 하며 같이 씁쓸해하고 아직도 순수한 눈망울을 요리조리 굴리며 남의 집, 그것도 친구네 식당 종업원으로 있으면서도 마냥 웃으며 연신 술잔을 기울리는 착한 친구, 잘난 남편덕에 제법 큰 집에 가사도우미까지 뒀으면서도 그래도 돈이 부족하다며 너스레 떠는 여자친구, 조금은 허세로 잘 나간다는 보험회사 과장녀석, 그리고 한병원 과장이면서 노래방으로, 커피숍으로 이것저것 돈벌이에 급급한 녀석까지…. 제법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녀석들을 보면서 모처럼 이런저런 얘기로 추억과 현실속 괴리감으로 서로의 마음을 보담는 이야기 꽃을 피울 즈음, 나를 자극하는 한 친구 녀석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심히 불쾌한 마음으로 술잔을 놔버렸다. 이야기즉슨 며칠전 신호위반으로 단속이 되었는데 교통경찰이 불친절하게 하여 실랑이를 하고 말싸움까지 하였으나 결국 봐주지 않아 속이 상했다는 얘기였는데 사실 내가 그 장소에 있지 않아 누구의 잘잘못을 알지 못하나 일단 자신의 위반사실은 뒤로 한 채 경찰관의 불친절함과 봐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을 욕하는 녀석의 뒷통수에 꿀밤이라도 갈겨 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술기운에 너도 경찰이니까 경찰 편드냐라는 식의 어이없는 말싸움으로 이어질까봐 그냥 위반하지 말지 그랬냐? 하는 식으로 끝냈다. 2차하자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오면서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집사람이 친구들 만나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봤지만 알 것 없다고 괜시리 집사람에게 타박만 하고 말았다. 상한 마음 다스리며 불현듯 내가 초임때 선배들이 경찰은 친구들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땐 그게 나만 잘하면 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은 얼마 안가서 사실로 들어났다. 경찰공무원을 들어와 처음 갖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들로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한 녀석이 교통단속 당했는데 돈을 줬더니 봐주더라, 또 어떤 녀석은 노래방 단속 당했는데 처음엔 불이익 당했는데 월정액을 상납했더니 지금은 수월하더라는 식으로 경찰에 대한 비난성 말들을 난무해 당시 젊고 막 입문한 패기에 대놓고 크게 싸우고, 지금도 그 녀석들과는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어 왔다. 내가 초임이던 20년 전에는 정말 그랬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경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 녀석들이 당시 술기운을 빌린 호기인지 아님 경찰 친구에 대한 깨끗한 경찰, 친절한 경찰이 되라는 진정어린 충고였는지 알 수가 없으나 당시 상황으로 그 녀석들은 친구도 아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난 경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아직도 돈이나 먹고 불친절하고 권위적인 나쁜경찰의 이미지가 그대로인지 묻고 싶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경찰은 국민들과 친해질 수가 없다. 우선 매번 교통스티커에 단속 당하는 사람들이나 각종 업소단속에도 우선 경찰은 타행정기관보다 먼저 단속이라는 잣대를 대고 또한 다양한 범법자에게 때론 강압적이고 위협적이기 까지 하니 누군들 경찰과 가까이 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경찰은 꼭 필요한 존재로 국민들 안에 있는 절실한 조직임을, 또한 자신의 형제, 자매, 가족이며 친구임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경찰 역시 더욱 더 친절하고 따뜻하고 배려할 줄 아는 존재여야 한다. 경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냥 민원인, 사건관련자, 범법자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 형제, 자매, 가족, 친구임을 명심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생각으로 한번 더 내가 저 입장이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꼭 그래야 한다. 그래야 ‘경찰은 친구가 없다’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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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슬로시티 시장·군수협의회’가 지난 23일 창립됐다. 전남 완도· 신안·장흥· 담양 등 전남 4개 시ㆍ군과 경남 하동, 충남 예산 등 슬로시티로 지정된 10개 지역 자치단체장은 이날 완도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슬로시티 기본 이념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아가기로 했다. 이날 총회에서 초대 회장에는 김종식 완도군수가 선출됐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지역의 시장·군수들이 슬로시티 확산과 가치실현을 위해 자치단체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다. 슬로시티 운영과 관련한 지자체들 간의 시책과 노력을 공유하고 개선점 등을 함께 찾아보면 국내 슬로시티 발전 및 정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슬로시티(Slow City)는 이탈리아어 시타슬로우(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유유자적한 도시, 또는 풍요로운 마을’을 뜻한다. 느림을 기본으로 해 전통보전과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의 계승을 그 이념으로 하고 있다. 슬로시티 확산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따뜻한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지향점이다. 완도 청산도나 신안의 증도는 아름다운 경치와 풍속, 그리고 예전부터 내려오던 삶의 모습이 잘 보전돼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슬로시티다. 청산도는 고유의 섬 풍경과 전통이, 증도는 국내 최대 갯벌염전과 생태계가 볼거리다. 장흥 유치는 정직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유기농법의 고장으로, 담양 창평은 현대와 전통의 문화체험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전남지역의 슬로시티를 찾아 삶의 위로를 받고 있다. 산과 들녘, 염전, 해안가, 그리고 한옥촌의 골목길을 걷고 바라보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슬로시티 방문이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한국 슬로시티 시장·군수협의회에 알리고 싶다. 해당 지자체는 느림과 자연을 즐기라며 슬로시티 방문을 권유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 그것은 슬로시티가 유명관광지가 됨에 따라 빚어지고 있는 교통·주차난과 같은 불편함이다. 바가지 상혼도 극성이다. 또 도시문명의 저급한 내용을 담은 일부 TV드라마의 촬영지임을 내세우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이중성이다. 슬로시티를 찾았다가 마음이 상해 돌아오는 이들이 많다. 관광객들에게 진정한 느림과 여유를 제공하는 지자체들의 노력과 배려가 절실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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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부비축 쌀을 저가로 대량 방출하면서 4천억원에 달하는 양특회계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부는 농촌지원 사업에 활용해야할 4천억 원의 예산을 일반예산에서 메울 수밖에 없어 농민지원금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농민들에게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는 저가 추곡수매제에 대한 철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에 따르면 농수산부는 지난 3월 부터 9월까지 12차례에 걸쳐 64만5천 톤을 시중에 저가로 방출해 4천억원에 달하는 양특회계 손실을 입었다. 김 의원은 쌀값을 잡지도 못하면서 농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양곡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외면한 채 정부보유 물량을 풀어 쌀값인상을 막는 현재의 양곡정책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장마와 경지면적 감소로 쌀 생산량이 지난 해보다 3만여톤이 부족한 426만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농가들이 생산량 감소분에 따른 손해를 추곡가 인상을 통해 보전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상 당연한 일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조차 보장이 되지 않은 현실에 비통해하고 있다. 다른 농수산물이나 공산품목의 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지만 쌀값은 6년째 묶여있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쌀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의 수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쌀 부족사태가 곧 닥칠 수도 있다. 전남발전연구원이 21일 구례 등 전남 5개 지역 60세 이상 고령농업인 28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는 농촌회생을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얼마나 시급한 현안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연간 소득이 500만~1천500만원에 불과한 농가는 39.7%에 달했다. 연간 소득이 500만원도 안된다고 답한 응답자도 무려 32.6%를 차지하고 있다. 농정당국은 고령농업인의 58.6%가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초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쌀농사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고령층 농민들의 수가 이처럼 많은데도 쌀값을 묶어둔다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일이다. 실제 고령농민 43.6%는 경제적인 문제로 농촌을 떠나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쌀농사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농촌을 살리는데 국가정책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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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어느 중앙지에 보도된 ‘약에 기대다 약에 쓰러지는 미국’ 기사를 보고 놀랐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에서 약물 남용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추월했다. 2009년 기준, 약물 사망자는 3만7천485명, 교통사고 사망자는 3만6천284명이었다. 14분에 1명꼴로 발생한 약물 사망은 코카인이나 헤로인과 같은 불법 약물보다는 의사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는 진통제나 항우울제의 복용 때문이었다. 2000년 기준 대비 2008년에 발륨, 재낵스 등 항우울제 사망자는 284%, 비코딘, 옥시콘틴 등 진통제 사망자는 256% 늘어났다. 반면에 코카인과 헤로인 사망자는 각각 68%, 56%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약물 사망자는 얼마나 많을까. 미국에 못지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양식과정이나 집단밀식사육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일 목적으로 사료에 각종 항생제가 버무려지고, 우리는 그렇게 생산된 동물성 단백질을 상시적으로 섭취해왔다. 또한 평소에 많은 약을 먹이고 먹기를 좋아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항생제에 많이 노출되었다. 어떠한 항생제에도 굴복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super bacteria)에 감염된 환자가 올 7월까지 5천명을 넘어섰다는 기사도 보인다. 어느 친구의 이야기다. 현재 팔십대이신, 그 친구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6·25전쟁에 참여한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무릎 신경통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셨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결국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을 피하지 못했다. 피부는 마치 은갈치의 얇은 비늘처럼 매우 얇아졌다. 조그만 자극에도 피부는 쉽게 벗겨지고, 상처 부위는 넓어졌다. 당연히 점점 치료가 쉽게 않았다. 그 친구는 최근에 몸이 많이 붓고 거동도 잘 못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요양병원에 갔다. 그 친구는 의사에게 “스테로이드 계통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피부가 매우 얇다. 주제넘은 부탁이나, 우선 부기부터 빠지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사는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호르몬인데, 급격히 그런 약을 끊어버리면 더 큰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몸 밖에서 호르몬이 체내로 장기간 들어오면, 우리의 몸은 그런 호르몬을 분비하는 능력을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신체는 꼭 필요한 일만을 한다. 외부에서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면, 그 호르몬을 분비하는 능력은 떨어지고 아예 없어진다. 계속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게 바로 약물의존증이고 약물중독 아닌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몸에서는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눈에 콩깍지가 낀다는 현상은 일종의 화학반응이다. 옆에서 제아무리 말려도,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청춘남녀가 앓는 사랑의 열병은 일정기간 이성을 마비시키는 화학물질이 몸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월이 흐른 뒤에 어떤 계기로 그 화학물질의 분비량이 적어지면서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때서야 후회막급임을, 혹은 그런대로 다행한 일이었음을 안다. 세상살이가 워낙 힘들어서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햇볕을 받으면서 산책만 해도 기분을 전환하는 화학물질이 몸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상담이나 산책을 통해서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지 않고 손쉽게 약물에 의지하다보면, 약물의존성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보건정책 입안자는 약물과다사용의 폐해가 더 심각해지기전에 적극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공교롭지만, 약은 일종의 독이니까 약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해야 한다. 약을 먹는 일이 편해서는 곤란하다. 고령사회에서 고령자는 약물과다사용에 빠지기 쉽고, 치열한 경쟁풍토에서 심신이 피폐해진 청장년도 약물에 의지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뇌에서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Endorphin)의 분비가 촉진되도록, 기쁘게, 즐겁게, 신나게 생활할 환경의 조성에 힘써야 할 때이다. 약보다는, 신체가 지닌 놀라운 자연 치유능력에 의지해야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