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개청식을 갖는 광주광역시 서구 신청사가 벌써부터 ‘주차전쟁’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구청 측은 인근 주민들이 주차를 하는 바람에 주차면 부족현상이 빚어진 것 같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보다는 설계당시부터 주차면적 확보를 게을리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다. 서구 일부 공무원들의 얌체주차도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차량 5부제를 어기고 민원인 주차장에 자신들의 차량을 갖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무 시간 이전부터 이미 민원인 주차장이 꽉 차버리고 있다. 이런 탓에 차 댈 곳을 찾아 민원인들이 주차장을 맴돌고 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과연 공무원들이 ‘국민의 공복’인가라는 회의가 든다. 민원인들의 편의는 뒷전인 채 자신들의 편리함만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사고행태에 신물이 난다. 신청사 마련의 근본목적은 부족한 사무실 공간의 확충과 함께 민원인들의 편의도모이다. 그러나 주차장 면적만을 놓고 보면 민원인들의 편의는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서구 신청사의 전체 주차면적은 지상 145면, 지하 196면 등 모두 341면이다. 지하층은 직원전용이다. 지상에 있는 145면으로 민원인들의 차를 주차시킨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그래서 구청사의 주차장과 철골주차장 180면을 이용토록 하고 있으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구청사가 매각될 경우 구청사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어 민원인들의 주차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원인들의 불편은 외면한 채 그토록 크고 웅장한 청사를 지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공무원 자신들을 위한 청사신축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서구청사에는 6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520대의 직원차량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청사를 출입하는 민원인의 수는 보건소 이용자를 포함할 경우 1일 8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아무리 살펴봐도 직원용 주차면과 민원인 주차면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어떻게 주민들에게 행정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행정의 기본목적은 국민편의도모이다. 대지면적 1만7천여㎡에 사업비 499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지어진 신청사가 주차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무신경하게 지어졌다는 생각에 한숨만 터져 나온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2 00:00
-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는 39개월 유아와 20세 성인 뇌의 뇌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의 밀도에서 83%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고 신경다발의 방향성은 94.4% 일치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유아의 뇌가 형태적 완성도나 뇌 안의 신경 전달망의 발달정도는 성인 수준과 거의 같다는 의미이다. 김영보 교수는 “인간은 유아기에 이미 뇌의 상태가 거의 결정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아기에 받은 뇌 자극이 평생에 걸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우리 영어마을에서도 유아기부터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배양하고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영어권 국가들의 생활환경을 직접 체험해 보고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영어를 습득하고 문화를 이해하게 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영어교육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 있는 데 바로 안전교육이다. 어려서부터 안전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의식’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호흡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을 쉬어야 살아가듯 안전도 호흡과 같이 잠시도 멈추어선 안 된다. 잠시라도 멈추지 않으려면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한다. 습관이 되었다는 것은 몸과 마음과 생각에 젖어 있는 상태, 체질화 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아이의 마음은 출생 때의 백지와 같다고 한다. 이는 아동의 마음에 무엇이든지 그리는 대로 새겨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안전교육은 우리 유아기 아이들에게 기대의 효과가 크고 어려서부터 마음과 생각, 말과 행동에 새겨질 수 있다. 남구 방림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렸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았다. 어른들도 쉽지 않는 심폐소생술을 어린 초등학생이 침착하게 해냈고 그로 인해 아버지가 살아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학생은 어려서부터 심장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에 받았고 배운 것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왔다. 얼마 후 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위급한 상황이 닥치자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자신의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위의 기사처럼 아동에 대한 소방안전교육은 어릴 적부터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 주고 우리사회의 안전 불감증 해소와 국민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안전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안전에 대해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이라기보다 배워서 알고 있고 또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체험위주의 교육이 절실하다. 안전교육을 통해서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은 현재와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 또한 만들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과 이 사회를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성서에 이르기를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라고 했다. 우리의 아동들에게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 행할 안전의식을 가르치면 늙어도 그것을 늘 염두해 두고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사람들이 많이 질 때, 국민안전의식은 높아지고 안전 불감증은 사라질 것이다. 올바른 안전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운 안전한 사회가 조속히 건설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2 00:00
-
금년은 일본 해군이 미국 진주만을 기습하여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지 70년이 된 해이고 동시에 9·11 테러가 발생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 NHK 텔레비전은 여러 방면에서 종합적으로 이 사건들을 보도하였다. 그 보도 가운데 태평양전쟁 중 일본계 미국인들의 강제 수용 실태를 다루었고 9·11테러 용의자들의 콴터나모 강제 수용 등을 보도하였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 동안 일본계 미국인들의 차별과 고통을 다루었고 9·11 테러이후 아랍계 미국인들의 차별과 고통을 다루었다. 그러면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 시 스리랑카 대표의 연설 내용을 소개하여 이상한 여운을 남겼다. 스리랑카 대표는 그 연설 가운데 자기 나라는 불교를 믿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부처님은 원망하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자기 나라는 일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원망은 원망을 낳으면서 악순환 되기 때문에 원망을 버리고 자비에서 답을 찾아야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용하였다. 일본인들의 매우 편리하고 자기중심적인 기억력이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는 미국 등 전승국과 패전국 일본과의 강화회의였다. 그때 한국은 전쟁 중이었고 또 회의에 발언권이 없었기 때문에 독도는 일본대표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일본 땅으로 공인되었다. 한국 전쟁 전까지 독도는 미군 폭격기의 폭격 연습장이었다. 그 폭격연습은 한국인의 큰 원망을 받았다. 따라서 미국이 독도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을 몰랐을 리가 없다. 9월 19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9·11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9·11 비행기 자살 테러 시의 무역회관 붕괴의 현장 사진과 폐허가 된 사진을 앞세워 ‘9·11의 반동’이란 제목으로 테러사건의 그 앞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상기시키고 텍사스 대학의 연구 팀이 남아메리카 불개미의 약탈성에 대한 연구 등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상기시키고 붕괴직전 무역회간 100층에서 근무하던 658명의 사무원을 상기시켰다. 그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처참한 광경과 소방관들의 희생을 회상하고 사건 직후의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감정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이 시대의 악마’, 그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을 축하하였다. 타임은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붕괴 중 살아남은 생존자, 소방관, 체니 부통령 등 정부인사, 희생자 가족, 소방관, 순직한 소방관의 가족, 아프가니스턴 참전 병사, 통신원, 관터나모 수용소에 수용된 모슬림 미군대위 등 각 방면을 대표한 20여 명의 사진과 요약된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데이지 칸이란 이름의 미국 모슬림 번영회 대표의 말이다. 그는 그 인터뷰에서 그 사건이후 모슬림의 수난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10동안 그 사건에서 차단되었습니다. 수습하는 일에 참여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것은 당신들의 비극이 아니요, 따라서 당신들이 할 일이 아니오. 여기는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오’” 라고 말하는 등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술회하였다. 일본 NHK 텔레비전은 이 차별 현상을 여러 방면에서 한층 더 다각적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미국이 다인종의 나라라는 강점에 허점이 있음을 암시하였다. 그러나 타임지와 NHK의 보도를 접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9·11 테러 사건에 대하여 양국의 시각이 다소 다르다는 점과 그 시각 속에 사건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량학살 무기가 있다고 하여 이라크에 침공하여 사담 후세인을 잡고, 사실은 그 대량 학살 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아무런 변명이 없는 오만과 그 부조리 등을 포함한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이 9·11의 중요한 계기인데도 그 점에 대하여 별로 언급이 없는 것은 사건을 도덕적으로 인식하는데 익숙한 한국의 한 지성인에게 그 패권주의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2 00:00
-
정부가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지역건설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건설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저가낙찰제 대상을 확대할 경우 호남권 2천377억 원을 포함해 지역건설업체 수주 물량 감소분이 7천10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의원은 건설경기 악화로 SOC물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 대상을 확대할 경우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및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유보하고 미국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최고가치낙찰제 도입이나 건설경기가 회복된 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10월 중 보완대책을 마련한 뒤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답변에서 최고가치낙찰제도가 최저가 낙찰대상공사 확대의 보완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대형업체에 오히려 유리하며 중소업체가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강행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빈사상태에 빠진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경영난을 외면한 처사이다. 금광·남양·대주 등 지역 내 유수 건설업체들도 건설경기침체의 영향 등으로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역 내 중소건설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라는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자칫 지역건설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조달청이 집행한 공공건설공사 수주현황을 보더라도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추정가격 312억원의 벌교∼낙안 지방도 4차로 확포장공사는 예정가격 대비 75.02%를 투찰한 일경산업개발에 낙찰됐다. 추정가격 404억원의 진월∼광영 지방도 확포장공사와 450억원의 목포신항 자동차부두 축조공사, 영산강 강변도로(3공구) 개설공사도 저가심사 대상이다. 현재도 지역 내 규모가 큰 공사 대부분이 대형건설업체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계획대로 최저가 낙찰제 대상을 과거의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하면 지방 건설업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는 뻔한 일이다. 덤핑입찰과 저가투찰 등으로 지방건설업체들의 운영난이 가중되고 이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도입과 시행이 요청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1 00:00
-
이명박 대통령이 대노(大怒)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정전사태가 벌어진 다음 날인 지난 16일 한국전력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당신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공기업에서 잘 먹고 잘 자고 한다고 이런 식으로 전기를 끊어도 돼냐?”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하게 됐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한전 동네 사람들은 잘 사는 사람들’인 듯싶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에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모두 758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중부발전은 각각 625명과 204명이었다. 전기(電氣) 만들어 파는 곳에 1천500명 정도가 연봉 1억 원 이상이니, 돈을 퍼 담아 가는 전기(錢器)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할 듯싶다. 제 몫을 해낸다면 연봉 1억원 이상이라 해도 대수일까?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 주요 임원 대부분이 ‘낙하산 인사’이다. 조 의원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전 및 자회사의 감사명단을 확인한 결과 100%가 MB 선거캠프·인수위·한나라 당직자 출신이다”고 밝혔다. 김진표 원내내표도 국감자료를 통해 “전력거래소 등 11개 자회사 경영진과 감사 22명 중 17명이 현대, 대통령직 인수위, 한나라당, 대구·경북(TK)·고려대 출신으로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정실인사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질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별다른 일도 하지 않고 거액을 챙기고 있는 이들 상당수가 측근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질책은 국정책임자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비전문가들을 전문 직종에 앉힌 당사자라는 점에서는 온당치 않다. ‘안철수 돌풍’이 정계를 강타한 뒤 이 대통령이 내놓은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반응도 마찬가지다.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통(不通)정치에 대한 불만이 ‘안풍(安風)’의 원인이라면 이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지타 삼지아(二指他 三指我)’라는 말이 떠올려진다. 이지타 삼지아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지목할 때 만들어지는 손가락의 모습이다. “너 때문이야”하면서 손가락을 사용할 때 보통 엄지와 검지 두개의 손가락이 상대를 향한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 잘못이 있을 때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허물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비유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전력대란이나 안철수 돌풍에는 이 대통령의 측근정치 스타일이 원죄(原罪)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측근정치와 ‘자리 만들어주기’에 대해서는 야당도 자유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들 역시 정권을 잡았던 10년 세월동안 능력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었던 수많은 이들을 낙하산을 태워 내려 보내 호의호식케 한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약롱중물(藥籠中物). 올바른 말로 나라가 잘 돌아가게끔 돕는 측근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최초의 여제(女帝) 즉천무후(則天武后) 시절 재상을 지냈던 적인걸(狄仁傑)과 관련된 이야기다. 적인걸의 식객이었던 원행충(元行沖)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상공(相公) 댁에는 ‘맛있는 것(훌륭한 인재)’이 많습니다. 혹 과식해 배탈 나는 일이 없도록 저처럼 쓴 약도 곁에 두십시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이롭고(良藥苦於口而利於病),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忠言逆於耳而利於行)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 뒤 적인걸은 원행충을 곁에 두어 항상 직언토록 했다. 청와대 수석과 장관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을 특보자리를 만들어 다시 불러들이고 회전문 인사를 일삼는 MB정권에 원행충과 같은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심기를 거슬리지 않아야 어떻게든 다시 자리를 얻으니 말이다. 자신이 녹을 타먹는 기관을 위해 일하기는 커녕 용비어천가만을 합창하는 ‘낙하산 부대’가 간언을 할 리가 없다. 아니, 전문지식이 없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타당한 표현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 곁에서 좀 도왔다고 그렇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도 되는가?”
칼럼
최혁
2011.09.21 00:00
-
영암 F1대회가 25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남도는 F1 대회 운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실시하는 한편 지방채 발행을 통해 F1경주장 인수에 나서는 등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회 붐 조성을 위한 각종 이벤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VIP관람석도 매진되는 등 티켓판매도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기업 2곳이 F1 대회 메인 스폰서로 참여를 확정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F1대회조직위원회는 최근 국내 대기업 1곳과 국내 메인스폰서십 참여를 확정지었으며 또 다른 대기업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메인스폰서십 금액은 기업 1곳당 1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회가 스폰서 없이 치러진 것에 비하면 매우 괄목할만한 일이다. 이런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는 F1 대회의 적자구조를 해소하고 이번 대회 이후 5차례가 더 남은 대회개최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다. 사실 영암 F1대회는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여부가 대회존속 여부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적자폭을 대폭 줄이고 더 나아가 수익창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야 대회존속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대회의 적자 예상액은 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F1대회 경주장 인수를 위해 1천980억원의 지방채가 발행되면 도의 재정운용에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인 만큼 올해 F1대회가 졸속으로 끝날 경우 대회중단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밑 빠진 독’이라는 비난과 우려를 덜기위해서는 어떻게든 ‘반쪽짜리 밑’이라도 만들어야 할 처지다. 도가 엄청난 재정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대회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이미 기존 경주장 시설에 수천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F1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J프로젝트가 가시화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어서이다. F1대회가 활성화되면 경주장 주변의 개발이 가속화돼 지역개발은 물론이고 도 재정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도는 F1대회 존속과 관련된 해묵은 논란에 대해 올해 대회를 마친 뒤 재논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그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도와 F1조직위원회 등은 이번 대회를 깔끔하고 세련되게 진행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해 대회를 교훈삼아 경주장 주변에 대한 교통대책을 완벽하게 수립하고 관람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책을 갖춰야 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20 00:00
-
화요일 아침이면 취업을 앞둔 어느 학생에게 면접 스피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졸업반인 그는 한 달 전 아주 급한 마음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대기업 최종 임원면접에서 세 차례나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똑똑하고 당차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교육하는 내내 자신감이 많이 없어보였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지방대와 수도권대 출신 중 누굴 뽑겠어요? 지방대 출신이어서 떨어진 거죠.” 그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이 취업실패의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면접관의 반응을 물었더니 자신의 말투가 무뚝뚝하고 다소 화난 듯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취업을 하기 위해 1학년부터 학점을 관리하고 해외연수를 통한 어학 실력을 높였으며 취업준비를 위한 인턴생활도 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위로하기 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녹음한 내용을 들려줬습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목소리에 거부감을 나타냈고 이해가 빠른 그에게 면접스피치 교육을 바로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는 법, 특히 발음과 억양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표정이나 눈빛, 상냥하게 말하는 요령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굳어진 말투는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는 상냥스런 말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말하듯이 아주 사랑스럽게 말해보라고 주문했더니 오히려 애교는 남자 쪽에서 하는 것이라며 매우 어색해 했습니다. 말과 표정은 그 사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나타냅니다. 말과 표정을 보면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이 보이기 때문에 언행은 그 사람 자신입니다. 무뚝뚝한 사람의 말과 표정이 부드러울 수 없습니다. 남을 잘 배려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거친 말투를 쓸 수 없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우리지역의 말투가 타 지역 사람들이 들었을 때 거칠고 퉁명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만난 어느 학생은 면접장에서 사투리로 얘기했다가 옆에 있는 면접생들이 웃는 바람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그 이후 제대로 말을 못했다는 실패경험을 이야기하며 울먹인 적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기억은 그에게 취업 면접의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이성보다 감정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에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려는 습성 때문에 이성적 자아가 감정적 자아보다 훨씬 많이 표출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같은 조건이면 사나운 듯 퉁명스러운 표정과 말투 보다는 조직 내 생활을 원만하게 잘 소통할 것 같은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을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수도권 대학에서는 10년 전부터 학생들의 말하기 중요성을 인식하고 말하기 교육을 교양과목에서부터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기 교육이 시급한 우리 지역에서는 취업면접을 대비한 특강 교육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실력이 좋은 지방대생들이 자기표현이 취약해 면접에서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표현을 딱딱하게 하고 건조하게 하다 보니 면접관의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이제 똑똑한 기업들은 학벌이나 자격증, 영어 실력만을 믿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인성 검사나 창의성을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지역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 즉 공동체의식이나 이기적이기 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20 00:00
-
지난 15일 발생한 국가전력대란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연 정부가 비상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이번 ‘정전대란’을 통해서 정부와 한국전력, 전력공급소 등의 전력수급에 대한 안일한 대처와 비전문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범정부차원에서 이뤄져야할 위기대응 시스템도 전혀 작동되질 않았다. 우리 사회가 지닌 국가비상사태 관리의 허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혼란이 발생했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은 무시됐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비전문가들이 대부분인 한전과 자회사의 책임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갈팡질팡 댔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전력이 끊긴 상황에서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심리적인 불안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강제로 전력중단이 이뤄졌지만 국민들을 상대로 한 사전예고와 홍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장관과 청와대에 대한 보고마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방송과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이용, 국민들에게 사전경고와 안내를 했더라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크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매너리즘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력산업 기관의 업무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설비를 보유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과 전력 수급 계획 등을 세우는 전력거래소의 업무가 분산돼 있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복돼 있는 한전의 송배전과 거래소의 급전소 기능을 통합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전과 자 회사 주요임원 대부분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비전문가라는 점도 이번 사태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회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전 및 자회사의 감사명단을 확인한 결과 100%가 MB 선거캠프와 인수위, 한나라 당직자 출신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과 같은 단전사태를 방지하려면 정부가 중장기 전력수급정책을 전면 개편하고 기상이변을 감안한 수요예측 모델을 새로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절전의식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예상되는 사태에 대한 예방책과 개선점을 마련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수술이 절실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19 00:00
-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가장 흔한 이름이 철수와 영희였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을 신드롬(Syndrome)이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국민을 치유해줄 영웅(英雄)이 나타나기를 갈망할 때 일어난다. 국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정치권을 향한 분노의 표출로 나타난 것으로 현역 정치인들에게 두려움일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할 정도로 기존의 정치권에 식상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오래한 의원이라든지, 중앙에서 얼굴만 알리려고 하면서 지역구에 소홀했던 의원이라든지, 직무를 망각하고 허영심에 들떠 있는 의원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그가 서울시장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터지면서 온 나라가 요동쳤다. 정치권에서는 손 쓸 틈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누구도 그를 이길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얼굴을 비추는 내로라 하는 정치인이 정치판에 명함도 내놓은 적 없는 자연인 안철수 앞에 맥을 못 추니 말이다. 정치경험이 있든 없든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안철수(安哲秀) 교수 지지기반으로 나타난 것은 깊게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의 인지도와 이미지도 막강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 반대급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출마결정을 순식간에 박원순씨를 밀어주겠다며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의 등장은 바로 정치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봤다. 한나라당이 지난해부터 선거란 선거에서 모조리 패배하고 급기야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안철수 바람까지 불러온 가장 큰 배경이 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 파벌싸움에만 골몰하는 바람에 세종시와 신공항 같은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해 제대로 당론을 정하지 못하거나 당론을 정했어도 소속 의원들이 파벌 이해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당론을 무시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내보였다. 야당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와 1년 넘게 복지 논란에 휘말려 있는데도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듬으면서도 우리 경제발전 단계에 적정한 복지모델을 찾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한 적이 없었다. 복지정책을 앞서 실시했던 여러 나라가 자기 현실에 맞는 적정 복지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남의 나라 청사진을 베껴 쓰다 국가 부도 사태에 몰리고 세계 경제가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위에 걸려 있는데도 말이다. 안철수 바람으로 한나라당이 가장 흔들리는 곳이 부산·경남이라고 한다. 인사에서 느끼는 소외감도 큰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던 곳의 민심조차 이 지경이라면 그보다 더한 지역에선 지금 무슨 말이 오고 가고 있겠는가. 그는 엄청나게 떼돈을 벌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전국에 공짜로 뿌렸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거의 대부분 안철수 백신을 공짜로 받았다. 어느 날 60억원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렇기에 국민은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정치권에 몰아닥친 거센 돌풍의 주역들이 모두 이 지역 출신들이기 때문일까. 안철수는 물론 문재인, 박원순, 조국 등 4명이 모두 이 부산·경남 출신들이다. 기존의 정치인들은 별로 배운 것도 없이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서로 싸우고 잘난 체 하고 사기치는 모습들만 보여줬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들에 비해 안철수가 나타나자 무조건 환호했다. 그가 강연을 하는 곳에는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그가 정치계에 나타났으니 인재에 목말라 하는 국민들은 그를 혜성과 같은 존재로 반겼을 것이다. 그는 떼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돈을 포기한 셈이다. 그 적선(積善)의 공덕이 지금의 안철수를 만든 것이며, 우리 국민은 무언가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의 끝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안철수가 아니고 신선한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도 현 정치상황에서는 돌풍이 예상된다. 그러나 신선한 바람도 정치와 연관짓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19 00:00
-
‘도로위의 무법자’인 일부 견인차량들 때문에 운전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 다른 견인차들보다 일찍 도착하려는 일부 견인차량 운전자들이 중앙선 침범과 과속, 신호위반 등을 예사로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현장으로 출동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도 주행 중인 앞차에게 비키라면서 경광등을 켜고 경음기를 울리는 등 위협을 가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벌이고 있다. 운전자들은 이런 일부 견인차량들이 나타나면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해 하기 일쑤다. 신호를 무시하면서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견인차량들의 모습에 공포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경찰의 단속은 느슨하기 짝이 없다. 경찰력을 동원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견인차량에 대한 단속과 제재를 강력히 실시해야할 필요가 크다. 견인차량들이 신호위반과 과속, 역주행, 중앙선 침범을 예사로 저지르고 있는 이유는 정비업소에서 지불하는 수수료 때문이다. 교통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견인차에게 ‘견인 우선권’을 주는 것이 관행이다. 차량 정비업소에서는 사고차량을 견인해온 운전자에게 차량에 따라 1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것이 견인차량들이 흉기가 되게끔 내몰고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견인차들이 강한 빛을 내쏘는 HID 전조등을 불법부착, 사용하면서 일반 차량 운전자들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혼란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이다. 행정기관과 경찰은 이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미미한 실적에 그치고 있다. 보다 강력한 행정제재와 단속이 필요하다. 일부 견인차량들의 바가지 요금도 원성을 사고 있다. 사고로 당황한 상태에서 정체된 차량에 부담을 가진 사고차량 운전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출동한 견인차의 도움을 받았으나 ‘바가지 요금’을 썼다는 불만이 많다. 차량보험회사의 무료견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고현장 인근의 견인차량을 이용할 경우 ‘견인 요금 운임표’에 따라 요금이 계산됐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차량 정비업체들이 지급하는 수수료는 차량수리 요금에 포함돼 보험회사의 지급률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운전자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지고 있다. 정비업소와 견인차량 업체들 간의 수수료 지급을 포함한 견인차량 운행실태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16 00:00
-
‘인생을 100점짜리로 만들기 위한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웹상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를 하고자 한다. 점수로 인생을 계산한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만, 일단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를 붙여놓고 생각을 하여 보자. A에 1을 붙여주고, B에 2, C에 3, D에 4, 이런 식으로 가면 Z는 26이 된다. 그런 다음 어떤 알파벳에 붙여진 숫자를 모두 더해 100이 되는 단어를 찾아 인생을 100점짜리로 환산하는 것이다. 인생을 놓고 볼 때, 열심히 일하면 hard work, 98점이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코 100점짜리 인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이 많으면 knowledge, 96점이다. 사랑을 하면 love, 54점이 된다. 운으로 보게 되면 luck, 47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돈이 많으면 money, 72점에 머무르게 된다. 21세기는 리더십이 필요한 사회이니 리더십이 많으면 leadership, 89점이 된다. 그럼 인생을 100점으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태도(Attitude)이다. 즉 인생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태도는 선천적 본능과는 달리, 직접적인 경험의 반복, 간접적인 언어적 학습, 단 한번의 강렬한 체험 등이 바탕이 되어 후천적으로 형성이 된다. 일단 형성되면 변화하기 어렵고, 장기의 고정성(固定性)·지속성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또한 태도는 습관·성격·특성 등과 유사한 뜻으로 사용이 된다. 차동엽씨가 쓴 ‘무지개 원리’라는 책을 보게 되면, 다섯 단계 인생 공식의 내용을 볼 수가 있다. “첫째, 생각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말이 된다. 둘째, 말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행동이 된다. 셋째, 행동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습관이 된다. 넷째, 습관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인격이 된다. 다섯째, 인격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운명이 되리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말은 개인의 작은 생각과 말,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으면 그것이 마침내 인격이 되고, 운명이 된다는 무서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인격’보다는 이러한 ‘습관’이 쌓여서 아마도 ‘태도’를 형성한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즉 말과 말이 행동으로, 태도가 운명으로 전이되도록 하는 매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21의 법칙’이다. 심리학에서는 보통 어떠한 것이 습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21일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이 21일인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뇌에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어른들의 경우 보통 14일에서 21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하면 최소한 21번 연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공군 조종사를 전쟁에 투입하기 전에 모의 훈련을 몇 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해본 결과 21번 이상 훈련 받은 사람들에게서 가장 높은 생존율이 나왔다는 통계에 근거한 말이라고 ‘무지개 원리’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 다른 법칙은 ‘100번의 법칙’이다. 아무리 몸에 배지 않아도 100번 반복하게 되면 몸에 배어 습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거머리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거머리가 달라붙으면 전류가 흐르는 감전 장치를 설치하여 기억력이 없는 거머리가 떨어지고 붙기를 반복하였다. 그런데 100번째에는 붙지 않았다. 즉 100번째에는 기억력이 없는 거머리가 기억을 한 셈이 된 것이다. 사람이라면 능히 100번 반복해서 안될 것이 없을 것이다. 끝으로 ‘10년 법칙’이다. ‘10년 법칙(the 10-year rule)’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집중적인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스톡홀름 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 박사라 도입한 용어이다. 경제 전문가 공병호가 쓴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에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성공은 타고난 능력의 차이보다 10년 전후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화된 의식과 습관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세 가지의 법칙을 통하여 나만의 좋은 습관을 만들게 된다면, 이러한 습관을 토대로 100점짜리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 긍정적 사고를 갖는 마음가짐과 태도이다. 이를 토대로 희망과 꿈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여 100점짜리 인생을 만들어 나가자.
칼럼
남도일보
2011.09.16 00:00
-
정부의 쌀값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쌀값을 묶어두려는 입장인데 반해 농민들은 농가를 일방적으로 희생양으로 삼아 정부가 강제적으로 쌀값을 조정하려하고 있다며 길거리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생존권 보호차원에서라도 쌀값이 인상돼야 한다며 정부의 추곡수매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남연맹(전농 전남연맹)은 최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쟁취와 쌀 생산비 보장을 위한 벼 출하거부 광주전남 농민투쟁 선포식’을 가졌다. 전농 전남연맹 등은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야적시위와 벼 출하(수매) 거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농민들의 대규모 추투(秋鬪)가 벌어져 사회불안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사실 농민들의 추곡수매가 인상요구는 농촌경제의 현실을 살펴볼 때 매우 타당하다. 쌀 경지면적 축소와 장마 등으로 30년 만의 흉년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80㎏ 한 가마당 17만원선의 쌀 수매가격을 6년째 고수 중이다. 정부는 쌀 공급 물량이 딸리는 상황인데도 60만t의 2009년산 공공비축미를 방출하면서 쌀값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상 공급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적이다. 채소와 같은 다른 농산물의 경우 이 같은 시장원리에 따라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촌경제의 핵심인 쌀값을 정부가 정부비축 물량을 대대적으로 방출하면서까지 고수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농가에만 모든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농민들의 요구대로 농가의 쌀 생산비를 보장하고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이 절실하다. 쌀값인상이 물가상승의 주원인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쌀값을 보장해주고 물가인상 요인을 잠재우는 것이 마땅하다. 부족한 쌀 공급량을 비축미와 수입쌀로 충당하고 현행 가격을 유지하려 한다면 쌀농사 기반이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쌀 농사는 단순히 물가안정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농촌경제를 보호하고 더 나아가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풀어 가야할 일이다. 정부는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추곡수매가 논쟁에 있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4대강 사업과 복지예산에는 엄청난 국가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농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달린 추곡수매가 인상에 인색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15 00:00
-
사전에 의하면 휴일이란 쉬는 날을 말한다. 그러나 전제로 휴일은 반드시 일을 하는 사람의 쉬는 날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휴일에 대한 개념은 오늘 과연 일반적인 인식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가령 노숙자들에게 휴일은 무엇인가. 또 실업자들에게 휴일은 무엇인가. 해고된 사실을 가족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출근을 가장하면서 하루를 공원에서 보내다가 석양에 귀가하는 사람에게 휴일은 무엇인가. 노인이나 병자에게 휴일은 무엇인가. 시각을 외국으로 돌려보자. 중동 오렌지 혁명에 휴일이 있는가. 아프가니스탄에 휴일이 있는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휴일이 있는가. 이런 현상들을 빼고 현대를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현대에 휴일은 허구가 아닌가. ‘휴일은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이다. 신문·방송은 사건을 먹고 산다. 그것도 일반적인 사건을 먹지 않고 특수한 사건들만 먹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특수한 사건을 양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특수한 사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시대도 역사도 사건에 의하여 지배되고 그 특수성에 의하여 대표되면서 그 시대 또는 그 역사는 그 특수성에 의하여 정리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도 특수한 사람들이 인간사회를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은 그 특수한 사실에 대하여 내성이 되어 있거나 종속되어 있다. 인간관계와 사회 제도가 그렇다. 그렇다면 특수하지 않게 사는 사람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으로 ‘사람은 없다.’ 한국의 명절은 시대나 특수성을 초월한 신통력을 갖는다. 우울한 휴일에 위안을 주고 특수성을 녹여서 보편화시킨다. 1천500만의 인구가 2, 3일 동안 신들린 군중처럼 이동하다가 명절이 끝나면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진정된다. 한국의 명절은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명절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평화롭고 지극히 관습적이다. 그리고 거기에 행복이 있다. 그리고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에게 우리는 가까이 다가서면서 그들의 불행을 감싸준다. 그리하여 특수한 사건이나 특수한 사람들까지 그 일반적인 정서에 합류하면서 힘과 위안을 얻는다. 그들에게 명절은 우울이나 특수성에서 탈출하는 날이다. 명절에 조상의 묘에 성묘하면서 그들은 자기들의 우울과 특수성을 조상에게 묻는다. 지난 주일 나도 명절을 맞았다. 물론 명절에 대한 느낌이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만난 명절은 작은 행복이었다. 그래도 선조의 묘를 벌초하기 위하여 나이로 비틀거리면서 높은 산에 올라가야 하는 것은 작으나 행복한 일이었다. 일 년에 한번 집안 젊은이들과 화친(和親)하는 날이기도 하다. 명절에 집에서는 또 다른 작은 행복이 모인다. 젊은이들이 조성한 즐거운 분위기다. 한 해 동안 각각 자기 성장과 변화에 대하여 쿨하게 적절히 반응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성장과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즐겁다. 삼대가 모이다 보니 풍향이 다양하여 나에게 가히 폭풍우 같기도 하다. 갑자기 그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일상의 리듬이 깨진다. 그들 속에서 나만 아웃사이더다. 그래도 행복한 공감을 얻는다. 연말 안에 새 시집을 내기 위하여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 머리말을 보내지 못했다. 그 제목은 정해놓았다. ‘작아서 행복하였다’이다. 새 시집 책머리에 ‘작아서 행복하였다’라는 말은 무엇인가 목지게 자기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아마 다시 더는 새 시집을 낼 수 없다는 예감이기도 하고 그 동안 나름대로 산다고 산 것이 돌아보면 특수하기보다 너무 평범한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새삼스러운 느낌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애와 그 역사가 특수해야 사람다운 것인가 아니면 평범하고 분수를 알아야 사람다운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특수하지도 크지도 못했지만은 그런대로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하여 ‘작아서 행복하였다’라는 말을 고안하였다. 자기 묘비명으로 이 말이 어떨까도 생각했다. 추석 전후에 생긴 작은 파도다. 금년 추석은 작은 행복으로 새삼스럽게 설레었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15 00:00
-
정치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중앙에서부터 불고 있는 ‘안철수 돌풍’은 참신함과 소통·개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대의를 앞세운 정치활동과 소통에 역점을 두는 새로운 정치스타일에 국민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인물을 선택하고 지지하는 정치패러다임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변화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정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함께 보내고 있다. 지역 발전과 정치판의 분위기 쇄신에는 바람직하나 특정정당 공천에 기대 당선될 경우 고질적인 정당정치의 볼모로 잡혀 사실상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정계진출은 지역발전과 행정조직 안정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풍부한 행정경험은 여러 가지 현안의 시행착오를 줄여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주민복지와 의사를 중시하는 업무추진 방식은 불필요한 주민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이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통로가 사실 민주당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에 걱정이 크다.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이들 고위공직자들이 정계에 진출할 경우 또 다시 민주당의 일당독주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인 소신과 능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당론만을 쫓는 하수인으로 전락될 우려가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총선은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고 지지하는 유권자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후보들의 사회봉사와 기여도를 따져 시민후보로 내세우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이 요청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들의 과거 복무행태와 정책결정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검증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공직자로서의 능력과 청렴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개호 전남도 행정부지사와 같은 인물들이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 부지사처럼 정치력과 행정력을 고루 갖춘 인물들이 당선돼야 지역발전의 획기적인 계기를 맞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방법론이다. 능력과 도덕성을 고루 갖춘 인물들이 정당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자력으로 지역주민들의 대변자로 나설 수 있는 정치풍토의 변화와 선택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14 00:00
-
추석 전날 무등에 올랐다. 중머리재와 장불재, 입석·서석대를 거쳐 동화사 터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였다.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여서 비옷을 꾸려가는 등 채비를 단단히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는 그다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적당한 비가 오히려 산행 길을 쉽게 해주었다. 온몸을 감싸오는 촉촉함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다. 서석대 근처에서 맞이한 운무와 중봉에서 대한 비바람과 억새가 참 좋았다. 산안개와 억새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바위와 돌을 휘감아 돌던 바람은 어느 사이 억새의 속살을 희롱하며 놀았다. 구경꾼이 싫다는 듯 안개도 저 멀리 쫓아버리곤 했다. 간지러움에 몸을 비트는 억새들의 군무가 장관이었던, 그런 오후였다. 산행에 동행한 이는 조카 2명이었다. 경상도에서 자라나 명절 때만 광주를 찾아오는 아이들이라 지금까지 무등산에 오른 적이 없었다. “광주총각들인데 그래서야 되겠냐”며 등을 떼밀다시피 해서 데려갔다.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큰 조카와 대학졸업반인 작은 조카는 무등산이 무척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참 좋네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픈 것이 청춘이니 밝기만 한 저들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겠지…자박자박 걷는동안 이야기를 많이 시키고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다. 큰 조카는 헤어진 여자 친구 이야기를 주로 했고 작은 조카는 취직걱정을 많이 털어놓았다. “그래, 그러겠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산을 내려올 때 쯤 조카들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은 모양이었다. 표정이 많이 밝아졌었다. 5시간 정도 산길을 걸은 뒤 함께 목욕탕에 들렸다. “이 녀석들 모처럼 고모부 등 좀 밀어줄래?”하며 일부러 몸을 맡겼다. 문득 두 달 전 외국에서 귀국했다가 돌아간 아들 녀석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2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아들 녀석의 첫 말은 “아부지, 목욕갑시다”였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아들은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하던 목욕탕 느낌이 몹시 그리웠던 모양이었다. 명절이라 그런지 산행 전후로 오랫동안 대하지 못한 가까운 이들이 많이 떠올려졌다. 그 중의 한 사람은 미국에서 사는 동안 인연을 맺었던 토마스 형이다. 한국에서 글쟁이로 살다가 10여 년 전 이민 온 토마스 형은 풍류를 아는 멋쟁이였고 무엇보다 가슴이 넓은 남자였다. 기자가 사는 동네에서 토마스 형이 사는 곳까지는 자동차로 10시간 정도가 걸렸다. 설이나 추석이면 가족들과 함께 형을 찾아갔다. 2~3일 동안 머무르면서 록키 산맥의 아름다운 휴양지 아스펜에서 겨울정취나 단풍을 즐겼다. 덴버 시내의 한식집에서 얼큰한 육개장과 순대를 맛볼 수 있었던 것도 행복이었다. 토마스 형은 대단한 문재(文才)였다. 형의 글을 대할 때마다 높은 벽을 느꼈다. “나는 언제나 저런 글을 써볼 수 있을까?”그런 생각에 막막하고 부러웠다. 촌철살인의 통렬함과 위트, 그리고 정확한 용어선택과 세련된 문장이 가득한 형의 글에는 향기가 넘쳐났다. 산행 다음날 메일을 열어보니 형으로부터 짧은 편지가 와있었다. “지난 주에 캘리포니아를 다녀왔다/네가 살던 동네를 지나치면서 네 생각 많이 했다/나의 교만이 10여 년 간 미국을 내내 우습게보게 하더니/ 이번 여행길에서 그 교만의 벽이 작살났다/나파밸리를 훑으며 와인의 세계에 빠져본 뒤/샌프란시스코의 자연경관과 도시미관에 존심이 구겨져 버렸다. LA 한인타운과 콜로라도만 보고 미국이 어쩌구 저쩌구…/아, 난 끝내 이 타령으로 살아야 한단 말이냐/(중략) 한인들 대부분은 계산꾼 일 뿐 장사꾼이 없다/우리 가게 전 주인은 그야말로 임상옥 같은 상도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위인을 여기 한인들은 ‘제살 깎아먹는 바보’라고 폄하한다…” 무등을 오르내리며 했던 생각중의 하나가 ‘과연 나는 내 주변을 살찌우고 있는 사람인가’였다. 먼 거리에 있는 형 역시 그런 생각들로 고민이 많은 듯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추석 연휴, 조카들의 마음을 조금은 풍요롭게 했다는 느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등의 정상에 올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끔 했으니 삶의 십시일반(十匙一飯)을 준 것 아닌가?
칼럼
최혁
2011.09.14 00:00
-
이번 추석 연휴기간동안 가족들이 모여 앉아 나눌 최대의 화제는 아무래도 ‘안철수 돌풍’ 인 듯싶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출마 움직임으로 촉발된 ‘6일간’의 소동이 우리 정치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의 거취는 총선과 대선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안 원장은 5%대의 지지율에 불과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다. 일부에서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자리’보다 ‘대통령 자리’에 뜻을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무게감을 더 늘렸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저런 추측과 전망이 무성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거세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안 원장의 등장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안풍(安風)은 박근혜대세론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최근 들어 지방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권위주의에 물든 국회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 그리고 자기이익만을 고집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불만과 물갈이 요구가 높다. 심지어 어떤 이는 할 수만 있다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물러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던지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지역정치를 변화시키느냐는 것이다. 혈연과 학연,지연 등으로 촘촘히 엮어진 지역사회의 특성상 참신한 인사가 당선되지 못하는 구도가 너무 견고한 것이 현실이다. 정치·경제·행정계의 토호(土豪)들이 담합하고 낙점(落點)하면 그들이 의도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런 악습을 무너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유권자들의 각성이다. 변화와 물갈이론에 공감하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면 ‘밉지만 한 번만 더’라며 지역의 정치성향에 휩쓸려 투표를 하는 것이 문제다. 내년 총선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그늘진 곳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 온 사람들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추석에는 우리 주변에 과연 그 같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의견을 모아보는 것도 의미가 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9 00:00
-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우리에게 여유와 풍성함을 준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무르익은 오곡백과로 상을 차려 조상께 정성스레 예를 올리는 추석은 일년 중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가득한 날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서민 경제는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동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 소방관서에서도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지역 기업체에 대한 소방행정 지원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적극 마련하고 혜택을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서민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추석을 전후해 귀성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과 터미널, 시장 및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안전의식제고를 위한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펼쳐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명절에는 각종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광주시 최근 3년간(2008~2010년) 추석연휴 기간에 발생한 화재, 구조·구급 등 사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화재는 평균 13건, 구조는 79건, 구급은 438건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시기적으로 들뜬 분위기 속에서 사소한 부주의나 방심은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석을 맞아 우리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과 건강이다. 화재나 안전사고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을 비롯한 각종 사업장, 공장,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하는 업소의 관계자는 안전한 추석을 보내기 위해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집을 나서기 전에는 문단속과 가스, 전기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고향 가는 길의 차량 정체와 긴 이동거리 등으로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경우를 대비, 차량정비와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적당한 휴식과 스트레칭을 통해 안전한 귀성·귀경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과음이나 과식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손님맞이와 명절음식 준비 등 명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간의 가사노동에 대한 분담도 필요하다. 추석의 의미는 넉넉한 마음과 풍요로움을 가족, 친지, 이웃과 함께 나누는 데 있을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화재와 안전사고의 위험요인이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생활 속 안전수칙을 준수해 둥근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9 00:00
-
어두운 밤의 등불로서 우리가 나아갈 좌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온 분이 9월 초입인 3일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분은 바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시다. 휘자는 이소선이다. 그제 민주사회장으로 엄수됐다. 항상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인 ‘전태일 평전’(개정판 1991.1, 돌베개)을 꺼내서 다시 읽어봤다.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을 주목해봤다. 1976년 여름에 저자 조영래 선생이 쓴 서문의 한 대목이다. ‘전태일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 속으로 되돌아가 그 안에 살아 있다. 아들이 죽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5년여의 세월을 하루같이 병약한 체구를 이끌고 노동자들의 선두에 서서, 모든 잔학한 탄압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 이소선씨, 이 분은 후일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것이다.’ 향년 81세이시니, 마흔 살 때부터 일찍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41년의 세월이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부모가 돌아가시면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이요,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성(城)이 붕괴되는 고통이라고 한다. 자식이 먼저 떠나면 비유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저 ‘참척의 아픔’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아픔이 바로 그 아픔이라는 뜻이리라. 어머니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가장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하신다. 노동현장에서 태일의 죽음으로 족하다는 그 분의 말씀이 큰 울림을 준다. ‘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 힘내세요. 절대로 죽으면 안 되니까 소금 찍어서 밥 먹고 살아서 싸워 이겨야 해요.’ 이는 2009년 7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장기간 농성을 하던 쌍용차 노동자들을 찾아가서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전태일 평전’개정판의 편집자가 쓴 서문을 보면, 저자인 조영래 선생은 ‘평소에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연이어졌던 이 땅의 숱한 죽음들을 보면서 행여 이 책이 그러한 죽음들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자책하는 말을 되뇌곤 했다고 한다.’ 한국의 노동자 현실이 이 만큼이라도 개선된 것은 노동현장에서 쓰러지고,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젊은이였다. 세상을 떠난 노동자와 그 가족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식을 앞세우고 치밀어오는 화를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다가 병을 얻어 고생하는 부모들의 뼛속까지 아픈 고통을 보통사람들이 어찌 가늠하겠는가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분들의 아픔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되면 좋겠다. 죽음의 경지로 몰아가는 신자유주의 광풍과 승자독식의 고착화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청년노동자와 고령노동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실존해야 한다. 죽으면 안 된다. 죽음은 곧 무(無)이다. 처절할지라도, 살아서 존재해야 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시도라도 해보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전태일 평전’초판(1983.6)에서 ‘태일의 진실이 알려진다니’ 글의 말미에 ‘아무쪼록 태일의 염원인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이 하루라도 빨리 보장되기를 간절히 빕니다’라고 쓰셨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실현됐는가. 전태일 열사가 가신 지 41주년이 다 됐다. 열사의 어머니께서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셨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날이 흘렀고 발전했다는데도,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혀 빛바래지 않았다. 커피 전문 대기업에서는 매장에 근무하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의 부활을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노동자의 가슴과 발을 통한 부활을 기대한다. 부활은 육체가 다시 살아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고인의 고귀하고 거룩한 뜻이 많은 사람의 체험을 통해서 구현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산업현장에서 자연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온몸에 그 자식을 묻고 살아온 부모님들께서 더욱 강건하시길 빈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9 00:00
-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이주 여성들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설과 함께 최대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절실하다. 이주여성들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한국문화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놀이의 장을 마련하고 함께 나누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게 중요하다. 추석을 앞두고 각 광주·전남 각 자치단체와 민간단체들이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추석 차례 상 차리는 법을 알려주고 명절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시집온 여성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고 이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동질성을 갖춰간다는 점에서 아주 소중한 기회다. 이와 함께 이주여성 모국의 전통과 문화를 살려가고 유지해나가도록 지원해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주여성 모국의 전통명절 문화를 함께 이해하려 하는 쌍방향식 문화교류가 절실하다. 자국문화의 자긍심을 살려주면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앞으로는 추석을 맞아 각 지자체가 다문화축제를 열어보는 것도 공동체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에는 10여개 국가에서 이주해온 여성들이 가정을 꾸리고 있으나 민족·국가별 커뮤니티 형성은 매우 미약하다. 다문화 가정은 친목 모임이나 전통식품을 파는 마켓을 중심으로 교류가 이뤄지고 있으나 협회와 같은 공식적인 기구체 결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와 전남지역 다문화 음식점에 대한 관심과 지원 역시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다문화 음식점이 생겨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나주의 다문화 음식점 ‘코끼리 식당’ 과 4개국 8가지 종류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영광 ‘초원의 집’ 그리고 광주 양동시장 내 ‘무지개 마을’ , 여수의 다문화 음식점 ‘리틀 아시아’등은 개업초기에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지금은 손님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문화 민족모임이나 사업체에 관심을 보일 필요가 크다. 한복 입기, 절하기, 송편 만들기 등 한국의 민속놀이와 모국의 전통음식과 민속놀이를 함께 선보일 수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요청된다. 시혜적인 입장에서 다문화가정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의 관점에서 명절을 함께 보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다민족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8 00:00
-
최근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2014년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KTX의 광주역 진입 여부와 관련, “국토해양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강 시장의 이런 발언은 본 의원이 지난 2월 시의회 임시회에서 “KTX가 광주역에 진입하도록 해야한다”고 질문하자 “고속철 본연의 기능, 다른 대도시 역과 비교 등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광주시는 2009년 정부의 KTX 광주역 미진입 방침을 수용했지만, 송정역에서 거리가 먼 도심권 주민들은 진입 필요성을 주장해 광주역 진입 여부가 논란이 돼왔었다. 동구와 북구는 도청, 광주시청 이전 등으로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해 현재 구간경계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있는 가운데 광주역마저 KTX가 직접 들어오지 않는다면 동구, 북구 시민들은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 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급기야 광주 북구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된 ‘KTX 광주역 진입 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북구지역 주민과 학계, 지방의원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광주역에서 출범식을 갖고 대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가면서 “광주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해 광주~오송 구간이 완공되는 2014년 이후 KTX의 광주역 운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며 “KTX의 광주역 운행여부는 장래 광주시 교통체계를 결정짓는 중대 사안이고 구도심공동화와도 직결되는 문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책위가 6개월 전에 주장한 것은 ▲시민 의견수렴 및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청회 개회 ▲광주역 KTX 진입대책 수립 ▲광주역 최단시간 운행을 위한 하남역 인근 연결선 건설 등이었다. 대책위를 중심으로 북구 주민들은 “광주역은 2009년 말 기준 192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시민들의 고속철도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 시키고 구도심권 활성화를 위해 KTX는 반드시 광주역에 진입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철도이용객의 수송 수요나 접근도 등에서 광주역을 존치·정비하는 것이 광주 송정역으로 이전·통합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완석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KTX 호남고속철도 광주역 연결방안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철도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통합안이 좋지만 나머지 대부분 측면에서는 존치안의 장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철도공사의 광주권 고속철도 정차역 운영방안에 따르면 통합안의 경우 2015년 1월 이용 수요는 승차 4천195명, 하자 4천151명으로 총 8천346명으로 추정되나 광주역 존치 시에는 총 9천792명으로 예측된다”며 “송정역으로 통합하면 1일 승객수요가 15%가량 감소해 수송 수요 측면에서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운영 측면에서는 1원 편성체계가 효율적이겠지만 운영수익, 운행 효과, 지자체의 재원부담 정도, 시민의 접근성 등에서는 존치 안이 효율적”이라며 “광주역의 철도역 기능과 도심권 구심점 역할을 살리려면 광주역까지 고속열차를 진입시키고 도시철도와 KTX의 환승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역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광주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광주역에 고속열차가 진입하는 것은 광주 도심공동화 해소 뿐 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연결에도 큰 의미를 차지한다. 아무쪼록 광주시가 국토부와의 원활한 협의를 거쳐 북구 주민이 원하는 광주역 KTX진입이 잘 성사되길 바란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