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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가 직접적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살면서 세상을 현실적으로 경험한다고 느낀다. 남이 경험한 세상을 보고 들으면서 자기가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 것들이 전달하는 사항들을 자기 자신의 견문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착각 속에 때로는 시간이 지난 사건들에 흥분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의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자기의 현실로 실감하기도 한다. 또 활자나 영상속의 사건들을 자기가 경험한 실제 사항처럼 흥분하기도 하고 거기서 발생한 사건에 자기가 현장에서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고하기도 한다. 생각하면 허상인데 그 허상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본 대구에서 개최된 2011세계육상대회도 그 허상이다. 그 허상을 영상으로 관람하면서 자기가 너무 먼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경기장의 현장에서 박수치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 뜨거운 현장은 결코 허상이 아닐 것이다. 자메이카의 육상 영웅 볼트가 남자 100m 경주에서 신호위반으로 실수했을 때, 그가 남자 200m 경주에서 우승했을 때, 그리고 그가 이끈 자메이카 팀이 남자 400m 릴레이 경주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우승했을 때 그것을 지켜 본 5만 관중 속에 섞여 환성을 올리고 싶었다. 나도 세상의 현장에 있고 싶고 그 현장에서 흥분하고 싶고 그 현장의 분위기를 만드는 군중에 가세하고 싶다. 군중은 고독하다는 말이 있다. 아니다. 군중은 결코 고독하지 않다. 1989년 가을 한 학기 나는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개최한 제16차 세계 작가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거기에 참가하기 위하여 출발하기 전에 전남대학 출판부에서 영문시집을 만들었다. 그 영문 시집 속에 ‘미국의 일본 정원’이라는 제목의 시가 들어 있다. 그 시에서 나는 미국의 일본 정원을 미국과 일본의 ‘혼혈아’라고 비꼬았다. 81년 데니슨 대학에 유학하고 있을 때 하루는 나를 초청한 스톤버너 교수가 나도 좋아할 거라며 오하이오에 있는 일본 정원에 안내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일본을 좋아한가를 말하고 싶어 했다. 내가 일본의 한국과의 관계를 설명했지만은 그러나 나의 감정에 그는 공감하지 않았다. 나의 시 ‘미국의 일본 정원’은 그런 나의 감정을 적은 것이다. 그 시집을 작가프로그램에 가서 참가자들에게 돌렸는데 그 가운데 자메이카에서 온 여류 소설가가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나의 영문시집을 돌렸다. 그랬더니 그는 내방에 찾아와서 ‘혼혈아’라는 개념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였다. 아뿔사, 그녀는 혼혈아였던 것이다. 나는 당황하였다. 사실은 나를 일본정원에 안내한 미국인 교수도 나의 그 시에 대하여 불평한 적이 있다. 나의 영문시집에서 그 시를 삭제해야 했는데 실수가 되어 버렸다. 그 뒤로 나는 혼혈아라는 개념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지웠다. 그 편견을 지운 계기가 이미 그전에 또 있다. 85년 아프리카에 갔을 때 거기 사는 한 한국교민의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부인이 얼마나 예쁜지 정말 감탄한 적이 있다. 그녀는 이탈리아계의 백인과 흑인간의 혼혈아였던 것이다. 그 뒤로 나의 사상 속에는 종래의 잡초론과 같이 혼혈의 미학이 들어 있다. 그러나 나는 때로 혼혈보다 순수에 더 집착한다. 세계육상경주대회를 영상으로 보면서 새삼스럽게 확인한 것은 남녀를 막론하고 육상의 영웅들이 다 흑인이라는 사실이다. 입상자의 4분의 3은 흑인이었다. 특히 우승한 미국의 선수 가운데 백인은 없었다. 남녀 같이 우승한 케냐 마라톤 선수들, 자메이카나 쿠바의 선수들, 이 시대의 영웅들이 뛰고 있는 현장에서 내가 박수치고 흥분하고 공감하고 싶었던 것은 흑인들의 살아 날뛰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지성보다 야성을 더 신뢰한다. 그리고 흑인이 야성을 상징한다고 믿고 있다. 나는 나의 첫 시집 ‘흑인 고수 루이의 북’ 속의 흑인에 대한 나의 감정을 믿는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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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의 주요 사업들이 정부의 무관심과 냉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R&D(연구개발)특구 육성사업이 국비예산 지원부족으로 초반부터 삐끗거리고 있다. 정부는 대덕 R&D특구 산하에 광주특구를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 경우 광주특구는 하위기관으로 전락해 핵심연구 및 개발에서 소외될 우려가 높다. 광산구 송정지구에 위치한 군 공항 이전문제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투기 소음으로 30여 만 명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나 국방부는 재정 문제와 군사 작전상의 문제 등을 내세워 이전을 미루고 있다. 최근 들어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의하면 군 공항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역시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다. 전남의 경우 J프로젝트(서남해안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비롯, KTX 광주-목포구간 고속신선건설, F1대회관련 운영비 지원 및 경주 장 추가공사비 조기집행, 5 GW 풍력 프로젝트 사업 등이 정부의 외면과 이견으로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은 현 정권 들어서도 호남차별 현상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J프로젝트는 간척지 3천만 평에 대한 양도·양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업시행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땅 주인인 농림수산식품부 관할 농어촌공사가 비싼 값에 부지를 팔려고 양도를 미루는 바람에 사업자체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배짱사업에 사업시행자들만 수 백 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가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 구간을 기존노선을 개량해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도와 지역민은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신노선 건설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예산문제를 들어 외면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무늬만 고속철인 KTX 호남선 건설에 분노하고 있다. F1대회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냉담 그 차제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F1대회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무부처는 의도적으로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괘씸죄를 사고 있어서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F1대회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다. 균형있는 지역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도 적절한 지원이 절실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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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골집 툇마루를 넘어 방안 깊숙이 찾아드는 가을볕처럼 마음속까지 풍요로워지는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인 한가위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연휴가 다가오면서 객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모처럼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친척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얇은 지갑을 열어 알뜰하게 선물을 고르고 또한, 우리 부모들은 멀리 떨어진 피붙이들이 찾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첫 수확한 온갖 햇곡식과 햇과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릴 것이다. 이렇듯 풍요로운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농·어촌이 풍년이고 도시에서는 명절 대목으로 백화점과 재래시장이 한층 번잡하고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쳐나야 하는데 올해 추석 대목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지속된 장기간의 장마로 인한 일조량 부족과‘무이파 태풍’ 때 농·수산물 피해로 생산량이 감소되고,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도 하락에 따른 국내경기 불안으로 각종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에게 명절의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울 때 일수록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의 명절나기는 더욱 눈물겨워지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생활시설 입소자, 실직자와 노숙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각급 기관단체를 비롯한 종교사회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이들을 위한 위문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에 대한 관심은 생소함과 편견이 느껴지듯 싶다. 따라서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보다 소외되고 더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훈훈한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시에서는 시민들이 생활에 불편함이 없이 훈훈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추석 연휴대비 시민생활안정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각 분야별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연휴기간인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종합상황실을 운영하여 비상근무를 실시하는 등 각 분야별 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선 먼저 소외된 어려운 이웃이 훈훈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저소득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장애인 6천250세대에 대해 명절 위로금을 지급하고, 강운태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사회복지시설과 보훈단체 등 83개소를 방문하여 위문·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여 시정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각 부서별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88개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직원들이 자원봉사도 하고 위문품도 전달하는 등 추석맞이 공무원 자율봉사 위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문활동과 병행하여 추석연휴 기간 동안 급식아동 5천900여명이 급식 제공자의 고향방문 등으로 인한 결식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시락 배달 등 급식 특별 대책을 수립하여 실시할 계획이다.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묘지공원, 영락공원 등을 찾는 성묘객들의 편의를 위해 4개 노선(지원15, 운림35, 용전86, 518) 시내버스를 대폭 증회, 조정 운행하고 경찰 및 공무원, 모범운전자회원 등을 현장에 배치해 성묘객 이용 차량 소통과 주차안내 등 질서유지를 적극 실시할 예정이다. 추석연휴 기간에도 응급 의료기관과 당직 의료기관, 당번약국 등을 운영하고, 응급환자정보센터(1339)를 통한 의료기관 안내, 응급상담 등도 실시해 24시간 응급 진료체계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풍요로움이 가득한 결실의 계절 가을에 조그마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정으로 전달되어 어려운 이들의 마음에 어느 해보다 크고 밝은 보름달이 뜨길 기대해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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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부터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지곤 했다.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니 심장 쪽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일단 약물치료를 하고 더 심해지면 수술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왔다. 고지혈증도 다스려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말은 간단하지만 최종적인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성가시고 복잡했다. 검사를 받기위해 몇 차례나 병원에 들러야 했고 주치의를 만날 때마다 30분 정도는 대기해야 했다. 병원에 한번 오가려면 3시간 정도는 시간을 내야 했다. 알레르기 양성 반응이 나와 정상적인 조영술 진단을 받지 못하고 다른 검사방법을 택하느라 더 까다로웠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는 장소라면 아마 검사를 포기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순환기 내과 앞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아버지 생각을 자주 했다. 지난해 가을 돌아가신 아버지는 심장질환과 담 암을 함께 앓고 계셨다. 한 달에 한번은 대학병원에 들러 상태를 살펴야 했다. 알게 모르게 병원 구석구석에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져 있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던 1병동의 복도, 그리고 아버지의 야윈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채혈실, 앙상한 등과 허리에 새삼 가슴이 아프던 X-ray실, 간으로 전이된 암세포를 제거한 뒤 입원해 있던 병실, 몇 달에 걸쳐 그 힘들다던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3개월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았던 간담내과 진료실... 자신의 삶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 마음은 어땠을까? 새삼스레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곤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그 때 아버지와 함께 저 자리에 앉아있었는데...그리고 무엇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그런 생각에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지난 주말 어머니와 함께 남광주 시장에 들렀다. 전날 러시아에서 귀국한 네 째가 무심코 민어탕이 먹고 싶다고 말하자 어머니 마음은 벌써 시장에 가 있는 듯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 집을 나설 때 어머니는 이렇게 속삭이셨다. “둘째야, 내일 새벽에 오렴. 니 동생이 먹고 싶다는 것 사러가자...” 추석을 한 주 앞둔 시장에는 이른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허전했다. 지난해 추석까지만 해도 시장 나들이에는 항상 아버지가 동행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시장구경을 즐겨하셨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값을 흥정하는 모습을 재미있어하셨다. 어머니가 얼마라도 값을 깎으면 돈을 치러주시면서 빙그레 웃고는 하셨다. 그날 아침시장에서 민어 2마리와 쑥갓, 미나리, 새우를 샀다. “다 샀다. 이제 가자” 하면서도 어머니는 자꾸 뒤를 돌아보셨다. 생선가게에 있는 서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서대들이 눈에 밟혀 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대가 좋다. 니 아버지가 참 즐겨하던 고기인데...” 어머니는 물끄러미 서대를 바라보다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셨다. 남광주 시장에서 돌아오면서 어쩌면 아버지는‘활기찬 분위기’가 좋아 기회가 될 때마다 그리 시장나들이를 하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촛불처럼 꺼져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치열한 삶이 펼쳐지는 시장풍경에서 위로받으셨던 듯싶다. 그날, 시장의 여러 곳에서 아버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 어머니와 함께 민어탕을 끓였다. 나는 무와 양파를 썰고 새우의 껍질을 벗겼다. 어머니는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우려냈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풀어 양념을 했다. 큰 상에 모여 앉아 아침을 함께 하며 어머니는 “오늘 민어탕은 엄마와 둘째 공동작품이니 더 맛있을 것”이라며 웃으셨다. 요즈음은 어머니와 보내는 순간순간이 무척 소중하다. 이런저런 병을 앓고 계셔서 한시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허리와 발의 통증 때문에 가까운 거리도 몇 번을 길에 쪼그려 앉아 쉬어가야 할 정도기에 어디 나들이라도 하신다면 마음이 쓰인다. 이번 추석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맞는 첫 추석이다. 몹시 허전하다. 어머니는 더 하실게다. 아무래도 어머니와 함께 남광주 시장을 다시 다녀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대를 사와 맛있게 탕을 끓여 차례상에 올려야할 듯싶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섭섭한 추석이 될 것 같다. “느그 아버지 맛있게 드시겠다”며 어머니가 몹시 기뻐하실 것이다.
칼럼
최혁
201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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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일보와 여론조사기관인 GH코리아가 지난 3일 서울지역 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안 원장은 가장 높은 36.7%의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17.3%,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 12.8%,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5.0% 순이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지지율 1위를 달렸다. 안 원장은 39.5%의 지지를 얻어 13.0%의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 나 최고위원보다 세배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안 원장은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으며 무당파(無黨派)의 지지가 높았다. ‘안철수 돌풍’을 놓고 여야는 그 원인을 놓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리당략만을 앞세운 채 이전투구 싸움을 벌이고, 국민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이 안 원장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GH코리아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자의 40.2%와 민주당 지지자 62.2%가 서울시장 후보로 안 원장을 찍겠다고 응답한 것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유권자들의 급변하고 있는 정치성향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와 정당불신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져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안철수 돌풍이 일시적인 현상이고 실제 투표 당일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2위에 그쳤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셨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정치에 대한 강력한 불신의 산물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특히 내년 4월의 총선에서는 이런 유권자들의 역 선택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로 그렇게 돼야할 당위성이 높다. 민주당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의 정치풍토 역시 여의도 못지않게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돌풍이 지역에도 거세게 불기를 희망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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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은 장마라고 하기엔 어휘마저 궁색한 느낌이 듭니다. 연일 계속 내렸던 비 사이로 어쩌다가 한번씩 비추이는 햇살, 그 햇살 놓치지 않고 열심히 자랐나 봅니다. 들판의 곡식과 과일들이 제법 초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을의 문턱에 이르니 어김없이 우리의 고유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섰습니다. 진즉부터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명절준비에 바빴고 이젠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에도 과일상자나 선물 꾸러미들로 다니는 길조차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상자나 포장지 안에 무엇이 들어있든지 간에 그 앞을 지나는 순간은 그쪽으로 잠시 눈길이 갑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봤습니다. 색깔 고운 포장지로 예쁘게 싸진 선물을 받아드는 순간의 기쁨은 어떤 것일까요. 포장된 포장지의 색깔보다도 받아드는 사람의 마음은 더 곱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주는 사람의 마음은 또한 어떤 것일까요. 포장지 속에 감춰진 것이 비싼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지간에 주고 받을 때의 마음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아름다울 것입니다. 지나간 설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도심을 오고가는 모습이나 고향을 찾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정이 넘치는 것 같아 보고만 있어도 참 좋았습니다.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선물 꾸러미를 들고 어른들을 찾아뵙고 평소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을 찾아뵙는 모습에서 우리들은 훈훈함을 느끼는가 봅니다. 1만~2만원정도의 부담 없는 선물인데도 굳이 주고받는 것까지 간섭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도가 지나쳐 선물이나 떡값이 아니라 차 한 대 값의 선물과 금품이 오고가는 경우가 있어 정부차원에서도 명절만 되면 규제하려고 나서는지 모릅니다. 정으로 주고받는 선물을 넘어서 이해관계에 얽혀서 부당한 일을 부탁하고 그것을 또 들어주는 대가로 차 한 대가 아니라 차 떼기로 금품을 실어 나르는 기상천외한 사회현상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무엇을 생각하였을까요? 선물이 선물을 벗어나서 이렇게 이해관계에 얽혔다면 주고받는 마음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음흉한 딴 마음이 있어 사회가 점점 나쁜 길로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요? 주고받는 것은 우리의 미덕이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서 선물을 받고 돌아서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서 주는 선물이란 정말 미덕이지요. 빈손으로 보내기가 쑥쓰러워서 자기 집에서 수확했던 과일이나 곡식 또는 손수 빚은 음식 등을 싸주는 것이었지요. 여기에서 주고받는 것이란 이해관계가 아니라 색깔고운 포장지와 같은 아름다운 우리들의 마음이였지요.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주기를 좋아했던 민족이어서인지 떡 한 조각이라도 나눠먹는 미풍양속으로 이어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풍속도가 지금은 빛이 바래져, 가진 자와 누리는 자에게는 그것을 벗어나 독식이라도 하는 양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받는 손과 주는 손이 따로 있는가 싶어 가슴이 아픕니다. 일전에 고향에서 만났던 지인 한분이 이날 이때까지 주고만 살아서 받는 사람이 얄밉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웃사람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면 사모님은 응당 받는 것에 잘 길들여져 ‘고맙습니다’하면 끝나더란 것입니다. 쌓아둔 선물꾸러미들을 찾아가는 부하직원들에게 덥썩 하나 집어주면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집으로 오는 길이 매년 허탈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던 우리네 조상들의 그 따뜻한 미덕은 어디로 가고 받는 것에만 길들여져 가고 있을까요. 웃사람들, 아니 사모님들 제발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허탈하게 하지 않도록 하면 안될까요. 색깔고운 포장지로 싸진 선물을 받아들고 흥겹게 돌아가는 부하직원의 모습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칼럼
남도일보
201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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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가 영암군 삼호읍 영산호국민관광지 내에 건립 중인 한옥호텔 영산재(榮山齋)가 부실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남개발공사가 사업비 126억원을 들여 건립하고 있는 영산재는 현재 95%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이달 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영산재는 지하1층과 지상2층 규모인 21개동 31실로 이뤄졌다. 당초 도는 F1대회 기간 동안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산재를 건립키로 했다. 그러나 사업추진 전에 의뢰한 외부 용역평가에서 51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진단결과가 나왔음에도 도는 영산재 건립을 강행했다. 용역기관인 여가공간연구소는 순현가치로 평가했을 때 손실 폭이 커 초기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도가 전남개발공사를 앞세워 영산재 건립을 강행한 것은 어떻게든 F1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압박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F1대회를 참관하는 VIP와 참가선수들의 숙박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원만한 대회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아래 한옥호텔 건립을 밀어붙인 것으로 생각된다. 도는 지난 2008년 실시한 투·융자 자체심사에서도 사업 추진의 위험성이 제시됐지만 이를 외면했다. 심사위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조건부 가결’했다. 도는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사업 주체를 전남개발공사로 변경하고 한옥 호텔 건립에 나섰었다. 민간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치러지고 있는 F1대회와 호텔운영 사업을 지켜보며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전문영역인 국제스포츠 경기운영과 호텔운영에 비전문가들인 공무원들이 과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실제 원년도 F1대회는 적자수렁에 빠진 상태고 현 상황대로라면 영산재 역시 적자늪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만약 도 공무원들이 개인 돈을 가지고 영산재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라고 했으면 과연 덤벼들 공무원들이 몇이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손실이 나도 자신에게는 별 책임이 없는 예산을 사용한 투자이니 다들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F1대회와 관련해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는 박준영 도지사는 과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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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를 사퇴하는 대가로 2억원을 주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1990년까지 계속됐던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시·도지사 선거에 적용되는 정치자금법 규정을 준용해 진행되는 교육감 선거가 선출된 교육감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교육비리의 몸통은 바로 교육감 돈 선거이며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는 교육감을 범죄자로 만드는 선거제도를 고쳐야 비리가 뽑힐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감 선거도 시·도지사 선거와 마찬가지로 거액의 돈을 들여야만 하는 비교육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당추천도 받지 않고 정치 중립적인 교육감 선거가 시·도지사 선거의 판박이로 전락해 고비용 선거, 조직선거, 줄 세우기 선거로 흐르고 있다. 교육감 선거가 후보자로서의 교육적 식견과 인품보다는 지연, 학연, 인연, 소속 교직단체라는 특정 이해관계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에 당선되면 교육장, 교장, 교감, 장학사 등의 인사를 능력과는 상관없이 계파 일색으로 하고, 이러한 불공정한 인사는 차기 선거를 의식하여 끊임없이 반복되어 교육 구성원간의 대립과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후보자간의 담합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현행 교육감 선출제도는 결선투표를 제도화하고 있어 1차 투표결과에 따라 후보자간 담합의 개연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밀약각서 파문처럼 추잡스러운 뒷거래가 이루어져 교육 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많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한 것도 성향이 다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 교육감이 타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시도 때도 없이 싸우면 결국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자치라는 문제 투성인 현행 교육감선거를 팔짱만 끼고 볼 일이 아니다. 곽 교육감 사태는 교육감 직선제가 안고 있는 폐해라며 차제에 교육감 직선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취지는 지방교육 수장(首長)을 주민이 직접 뽑아 교육자치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도입이래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취지가 빛이 바랬다. 무엇보다 엄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라고 하기 민망할 만큼 혼탁 양상이 극심하다. 후보자 간 교육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상대편 헐뜯기와 고발이 난무했다. 유권자의 무관심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선 후보자들이 교육 공약보다는 투표용지 순번 알리기에 목을 매는 볼썽사나운 사태가 벌어졌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주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어 교육비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선거자금을 받거나 부하직원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일이나, 이번 사태도 결국 이런 잘못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교육계는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는 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다. 교육은 정치와는 다르다. 정치에선 대중의 뜻이 중요하지만 교육에선 그에 못지 않게 전문성이 중요하다. 대중의 뜻에만 휘둘릴 경우 교육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를 더 이상 고집 부려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감을 뽑는 대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야 교육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 사실 교육감 직선제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저조한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논란, 교육정책 혼란 등으로 도입 당시부터 비판이 많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은 임명제를 택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고 있다. 교육이란 국가관이 확실하게 세워져야 한다. 학교 급식문제도 나라의 형편에 의해 점진적으로 타협하면서 전체적으로 풀어 가야지 서울만 투표하여 벼랑으로 몰고간 것은 잘못이다. 이번을 계기로 교육은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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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지만 주부들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물가가 너무 뛰어 추석 상 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태풍과 긴 장마로 과일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배 한 개에 1만을 줘야하고 사과 하나가 7천원을 호가한다. 채소 값도 금값이다. 10만원을 들고 나서도 장바구니에 든 것은 별로 없으니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이 많다. 상인들도 힘들다. 손님들의 발길이 준데다 대형 유통마켓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마켓들은 편리한 주차장과 배달시스템을 갖추고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양동, 남광주, 대인, 말바우, 무등, 봉선시장 등 전통시장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친절운동은 물론이고 주차장을 마련하고 가격을 더 내리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내 이웃을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추석 전 두 번 남은 주말을 전통시장을 찾아 과일과 생선, 고기를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전통시장의 가격은 대형 마켓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흥정을 하며 물건을 더 얹어 받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양동시장은 2일과 3일 상인회 주관으로 한가위 축제 및 세일행사를 열고 모든 상품을 10~20% 싸게 판다. 물건을 싸게 사는 한편 신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한국향토사랑 청소년봉사단 광주연맹은 3일 양동시장에서 고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전통한마당 공연을 연다. 청소년들까지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판국이니 어른들도 힘을 합치는 것이 당연하다. 대기업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도 절실하다. 추석선물을 전통시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으로 대체해 전통시장이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기업체들이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전국 600여개 전통시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이기에 매우 편리하다. 다행히 많은 행정기관에서 전통시장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5일부터 9일까지를 ‘전통시장 장보는 날’로 정했다. 이 같은 시책이 성공하려면 공무원들과 그 가족부터 전통시장을 찾아야 한다. 경찰청도 추석 명절을 앞둔 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219개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대해 한시적으로 주ㆍ정차를 확대 허용키로 했다. 모두가 힘을 합하면 전통시장을 살리고 이웃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추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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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1939년 창간 이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올해로 23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이 조사는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 등 총 17개 분야에 걸쳐 전문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연아 피켜스케이팅 선수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영향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조사들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떠나도 떠나지 않은 큰 인물 큰 그늘’이라는 타이틀에 한국을 움직이는 종교인에 우리의 곁은 떠나 고인이 되었어도 그 자취가 아직도 남아 한국을 움직이는 종교인 10인 중 다섯 분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의 기사를 잠시 인용하자면, “이해인 수녀는 지난 2월,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앞두고 ‘그분이 이 세상에 안 계신 것이 확실한데도 우리 한가운데에 현존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라며 간절한 그리움을 전했다. 세상에 안 계신 것은 분명한데도 선종 이후 김수환 전 추기경의 영향력을 주목하는 시선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 전 추기경이 선종한 2009년 이후 2010년과 올해 조사에서 지난해(29.4%)에 이어 올해에도 34.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인물’로 선정됐다. 2위는 정진석 추기경이 차지했다. 이 외에도 4위에는 불교계 인물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으며 지난해에 이어 입적하신 법정 스님이 올랐다. 6위에는 고 성철 스님, 7위에는 유품으로 옷가지 몇 벌만 남긴 채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던 고 한경직 목사, 8위에는 서초동 ‘사랑의 교회’를 개척한 고 옥한흠 목사가 차지했다. 올해 한국을 움직이는 종교인에 고인이 되신 분들이 꾸준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0위 권 밖에도 고 문익환 목사(12위)와 고 이태석 신부(공동14위)가 올라 있어 이분들의 숭고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이 기사에서는 고인들이 꾸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김 전 추기경을 비롯해 돌아가신 분들의 경우 추모사업이 꾸려져 그분들의 이름으로 관련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고, 고인의 이름을 걸고 벌이는 조직의 활동이나 사업이 영향력으로 투영된 결과라고 여겨진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고인들에 생전에 많은 사회적 활동과 사회를 올바르게 잡고자 하는 활동 등이 왕성했기 때문에 꾸준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종교학회 회장인 류성민 교수(한신대)는 이를 ‘사회적 활동에 대한 평가’로 설명했다. 류 교수는 “정 추기경의 사회적 활동은 미미한 반면 김 전 추기경은 생전에 사회적 활동력이 왕성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올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설문을 진행하면서 마지막 문항으로 ‘현존하는 인물 중 우리 사회의 진정한 원로’라는 항목에서는 진정한 원로가 없음이 32.7%를 차지했다. 조사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사회에 진정한 원로로 존경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32.7%를 차지하고 있는 결과에 대해서는 사회원 모두가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경험과 공로가 많아 존경받는 사람이 많아야 바르고 맑은 희망 있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 성철 스님이 남긴 말씀을 되새겨 본다. “수행이란 안으로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며, 어려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며, 용맹한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또한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교훈적 가르침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 분들이지만, 아직도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떠나지 않고 큰 어른으로 자리잡고 있음이 속세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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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 입장에서 보면 가도 가도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모양이다. F1 경주장을 인수하려는 도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전남개발공사가 경주 장을 인수할 경우 재정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도 측에 재정지원을 약속하는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지방공기업의 건전한 재정운용을 감안한 당연한 요구이다. 현재 도는 전남개발공사를 앞세워 F1 경주장 인수에 나서고 있다. 공사채를 발행해 경기장을 일단 인수한 다음 도가 공사 측에 PF 1천980억 원의 빚과 600억에 달하는 채무이자, 그리고 운영비까지 지원해준다는 구상이다. 행안부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공사 측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경우 과연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이다. 이런 행안부의 입장을 도가 비협조적인 처사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지방공기업이 500억 원 이상의 공사채를 발행하려면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조항을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행안부는 지방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막고, 최종적으로 혈세의 효율적 운용에 대해 감독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보다는 지역민의 세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쏟아 넣고 있는 현재의 F1사업을 어떻게 정리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남개발공사가 1천980억원에 달하는 공사채를 발행해 경주장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 문제다. 도가 전남개발공사를 주체로 한 ‘F1 경주장 인수에 관한 타당성 검토’ 용역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음에도 인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수익성이 없다며 빠져나가고 없는 상황에서 F1사업을 계속 해나가려면 전남개발공사를 앞장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밑 빠진 독이 계속 존재하는 이유다. F1사업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정부의 무관심과 지원외면이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사업초기 당시 보여주었던 도의 안일한 자세와 방만한 경영감독, 그리고 어리석음이다.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어진 일인데도 지금 도는 그 잘못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해결해보겠다고 바둥대는 형국이다. 도는 F1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도의 재정을 압박하고 행정력을 소모시키는 수렁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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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등산은 가을이 들고 있다. 햇볕은 아직 여름이지만 피하여 그늘에 들면 서늘함이 이미 가을기운이다. 구름 사이로 하늘은 더욱 높고 더욱 푸르다. 만나는 사람들도 반갑다. 산길의 잠자리는 자기들의 필요 이상의 까닭으로 날고 있다. 사람을 따라 다닌다. 사람을 따라 날면서 무엇인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억새가 피고 있다. 억새는 필 때가 아름답다. 발수(發穗)하는 목이 자색이기 때문이다. 만일 억새가 피어나면서 목이 희다면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자색인 적이 있었다. 자색은 나의 꿈이고 나의 젊음이고 나의 이상이었다. 지금 나는 그 자색을 잃어버렸다. 그 자색이 있는 동안 나는 고독하지 않았다. 고독의 빛깔은 자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 나처럼 하얗다. 최근 나의 무등산 산행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서석대 100회 등정을 마치고 뒤로 15회를 더했지만은 그러나 꼭 서석대만 올라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어졌다. 그래서 주말에 서석대 대신 새인봉을 택하는 일도 있고 새인봉 삼거리에서 바로 약사암으로 내려오거나 스스로 흥이 나면 중머리재를 돌아오거나 해도 자기 산행의 자의식에 시달리는 일이 없다. 오랜만에 새인봉에서 쉬면서 역시 새인봉이면 나에게 알맞은 산행이라는 생각을 회복하였다. 거기 쉬면 만년산을 중심으로 화순 쪽으로 연이은 사줄기가 눈앞에 깔린다. 그리고 눈에 드는 산 말고 바다도 보이고 하늘도 보이고 나름대로 역사도 보이고 철학도 보이고 인생도 보인다. 자기도 보이고 이렇게 각박하게 사는 자기가 정말 시인인가 스스로 묻게도 된다. 새인봉에 서면 나는 내가 깊은 밤에 자기를 만나는 것보다 더 가깝고 더 진실하게 자기를 만난다. 자기가 살아온 생애도 더 가깝게 보이고 자기가 오늘에 이른 그 까닭도 잘 정리되어 돌아온다. 자기 시의 한계도 잘 보이고 더 잘 쓸 수도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일도 생생하게 생각나고, 왜 시를 쓰게 되었으며 시 쓰는 일에만 몰두 할 수 없었던 어정쩡한 생애가 순서대로 잘 정리된다. 나는 나의 소망을 다하지 못했다.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나의 십대인 해방공간에 시는 젊은이들에게 이상적인 창이 아니었다. 더 크고 더 맑고 더 높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혼자 고민하는 시나 고독, 그리고 사랑 이상의 자색이었는데 불행하게 그것은 좌절과 연결되었다. 라이나 마리아 릴케 생각이 났다. 그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지금 읽으면 너무 평면적이고 구상적이란 느낌에 이른다. 가령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젊은이에게 릴케는 “밤의 깊은 시각에 ‘나는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심각하게 자기 자신에게 물어 보고 ‘나는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만 강력하게 되돌아온다면 그 필연에 복종하며 평생 동안 그 일에 일관하시오”라고 답한다. 또 고독을 참을 수 없다고 말한 젊은이에게 “고독을 사랑하시오. 고독을 인내하시오. 그렇게 하면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이 멀게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증거입니다.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당신이 고독에서 탈출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이나 마리아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사랑이었다. “젊은이여, 인간이 인간에 대한 사랑, 그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다른 모든 일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일 릴케가 오늘을 산다면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아직도 사랑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물론 위대한 관념이다. 그러나 오늘 사랑이 100년 전의 그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100년 동안 인간은 사랑사이에 너무 큰 모순을 일으켰다. 그 무수한 전쟁이 그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랑은 오히려 모순이 되어 버렸다. 오늘 원리적 사랑은 이미 인간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적을 사랑하듯 모순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젊은이여, 모순을 사랑하시오”. 나는 그렇게 말하는 릴케를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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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상반기 수산물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남지역 수산물 생산량은 68만7천t으로 전국 생산량 135만3천t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김, 미역 등 해조류와 전복, 뱀장어 생산이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남지역 수산물 생산량이 급증한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중국의 경제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국제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남지역 수산양식 생산량이 급증했다. 맛좋은 고급수산물을 선호하는 중국 부유층들도 생산량 증가의 원인이다. 전남 수산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내실을 기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무엇보다 생산량의 89%를 차지하는 양식어업의 안정화와 친환경 양식체제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부가가치가 높은 양식어종을 늘리고 유통을 효율화하는 구조개선도 요청되고 있다. 수출물류비를 대폭 줄여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은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전남수산물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신선한 수산물 생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안어장의 청정도를 지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육지에서 유입된 생활하수나 산업폐수로 인해 전남 연안어장의 오염도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 어장 내부원인에 의한 오염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전남지역 연안하수 처리장이 11개소에 불과하고 하수도 보급률이 33.7%에 그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청정어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어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염산 등 독극성 화학물질은 연안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 전남지역 양식장 부근 연안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연안어장을 깨끗하게 지키려는 수산당국과 어민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도는 전남수산 발전을 위해 양식 가능한 어·패류의 종류를 늘리고 양식면적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어가보호대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태풍 ‘무이파’로 인해 79억여원의 수산물 피해가 발생했지만 정부의 보상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가들이 수산 재해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고 보험대상 품목도 확대해야 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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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통 큰 기부다. 돈이 없어 고통받는 모습이 딱해 2억원을 건넸다니 참으로 대단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이야기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였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善意)’로 2억원을 전달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면서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도 말했다. 또한 통 큰 배짱이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 보더라도 누구나 쉽게 헤아릴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후보사퇴와 관련된 뒷거래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오리발이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기야 어떤 정당 대변인은 곽 교육감을 두둔하며 ‘정치 검찰의 작품’이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으니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민주당도 며칠사이에 태도를 확 바꿨다. 당초는 주민투표 패배 국면을 전환하기위한 보수진영의 의도적인 공세라 치부했다. 그러다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단죄에 들어갔다. 돌아가는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것 같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민주당의 ‘곽노현 버리기’는 더 나아가 ‘곽노현 때리기’로 바뀔 공산이 크다. 이른바 거리두기다. 대다수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명과 우격다짐은 코미디의 한 장면 같다. 오세훈 시장의 오기에서 비롯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한나라당의 참패였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사실상의 승리였다’고 강변했다. 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보며 혀를 찼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 정치판에는 우김질만 남아있다. 깨끗한 승복이나 인정이 없다. 현란한 말장난만 난무한다. 명색이 법학자라는 사람이 “돈을 건넸지만 범죄는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술은 마셨으되 음주운전은 아니다” 와 마찬가지다. 이게 무슨 봉창 뚫는 소리인가? 법을 우롱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다. 우리 사회에는 소위 식자층이라는 사람들이 궤변과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전문지식과 용어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경우가 많다. 오는 9월 2일 개막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홍보 플래카드와 홍보문안이 그 경우에 해당된다. 수학공식을 이용한 부정(不定)의 등식과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라는 주제어가 몹시 거슬린다. 조롱당하는 느낌이다. 도대체 뭘 말하자는 것인지? 수학공식을 차용한 표현이든 한자어이든 의미는 ‘디자인이라고 해서 다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배운 자들, 그리고 예술 한다는 사람들은 다 그런가? 시니컬한 생각뿐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비엔날레에서 디자이너들은 한껏 폼을 재고 있다. 너희들이 이 디자인 세계의 오묘하고 속 깊은 세상을 어찌 알리? 그렇게 조롱하는 듯싶다. 문화란 대중의 숨결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렵지 않아야 한다. 슬플 때나 기쁠 때 무심코 터져 나오는 탄식과 노래가 진정한 대중문화이다. 대중문화를 어렵게 만들고 거리를 두는 것은 전문가들의 오만 때문이다. 어려운 용어로 덧칠을 하고 그럴듯한 의미부여를 통해 대중과의 차별을 두려고 한다. 그런 역겨움이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에 담겨져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관계자들은 이런 생각에 대해 무식의 소치라 말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무식해서 그렇다 치자. 그러나 학술세미나와 대중문화 행사의 차이는 분명히 알고 치러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술세미나에서 그들이 그 어떤 전문용어나 외국어를 사용해도 그것은 무방하다.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을 상대로 그들이 건방진 용어를 꼼지락 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것은 교만이고 오만이다. 광주가 어디 돌조각 몇 개가 없어서 문화도시가 되지 않았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 십여 점을 도심 곳곳에 세워두면 광주가 저절로 문화도시가 될 것이라는 천박한 사고에 말문이 막힌다. 돈으로 국적불명의 급조된 문화를 사서 광주의 문화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궤변을 늘어놓는, 그런 일들이 제발 좀 그만 벌어졌으면 좋겠다.
칼럼
최혁
201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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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와 전남도가 관광분야에서 ‘상생의 물꼬’를 텄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홍보ㆍ마케팅 사업을 함께 하는 한편 공동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키로 한 것이다. 행사 입장권 할인 혜택도 서로 주고받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위해 다양한 방법이 제시돼 시ㆍ도관계자들이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를 ‘광주ㆍ전남 방문주간’으로 정하고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와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등 이 지역에서 열리는 대형국제행사를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키로 했다. 양 시ㆍ도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인 광주ㆍ전남광역행정협의회를 통해 세부적인 협조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를 통해 여러 가지 방안들이 강구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수도권 및 영남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체류형 관광유도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방문객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광주ㆍ전남 방문주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에 따르면 광주ㆍ전남을 찾는 관광객들 중 14%~37%만 입장료를 내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당일 관광을 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관광수입은 극히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협의회가 고민해야할 점은 어떻게 체류형 관광객들의 수를 늘리느냐에 모아져야 한다. 협의회는 광주ㆍ전남의 각종 행사와 축제를 코스별로 연계하고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패키지로 한 관광 상품을 내놓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지역의 관광회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저렴하면서도 편안한 1박2일 형 관광 상품을 개발해 축제효과를 극대화시켜야만 한다. 관광객의 숫자에 의미를 두던 축제에서 수익창출 형 생산적인 축제로 전환해야한다는 의미다. 또 구입하면 광주ㆍ전남지역의 축제와 문화행사를 연중 관람할 수 있는 ‘남도관광카드’ 발매와 운영도 고려할만 하다. 수익금 배분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겠지만 우선 당장은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또한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운용의 묘를 살리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광주ㆍ전남 지역의 축제와 행사가 한데 모여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기를 기대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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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디지털이다. 어느덧 아날로그 시대를 닫고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연 지금은 여성이 주도하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시대’라 일컬을 수 있다. 이유인즉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 수 있다. 흔히 디지털(digital)은 원래 ‘손가락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의 뜻을 담고 있다. 팔힘(완력)이 아니라 손으로, 손가락으로 하는 일은 오랫동안 여성의 일이었다. 실제로 여성이 ‘역사의 기록자’로 되면서 이제까지 남성이 기록자가 되었던 ‘역사(history)’에서 여성이 기록자로 화한 ’역사(herstory)’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적 판짜기의 남성중심 시대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의 중심 선상에는 고정관념에서 보다 자유롭고 유연성과 창의성을 갖춘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른바 아날로그 시대가 1 더하기 1은 2라는 ‘축적’의 시대이자 한정생산의 시대라면 디지털은 1과 0을 통한 무한대의 생산을 약속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같은 여성 바람은 최근 농촌지역 이장 자리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바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일처리는 물론 농번기에 혹시 생길 수 있는 행정협조 부진의 문제소지를 해소하는 등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된 때문이란다. 더욱이 여성들은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어 주민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주민복지 수준을 높이고 화합을 도모하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21세기는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이 많이 요구되는 사회다. 우리나라 사회 전 분야에도 여성의 파워진출이 늘어 그 같은 시대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에도 여성외교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다. 여성외교관이 1993년에 1명이었던데 비해 2010년에는 1천546명 중 297명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2020년에는 외교통상부가 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이러한 일이 어디 외교통상부만의 일이겠는가. 법조계, 행정계, 언론계, 군, 경찰, 재계 등 지금 한국 사회는 변화하는 중심이 여성이고 느린 여성 혁명이 진행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 남성의 영역은 이제 여성의 힘에 의해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면서 21세기는 여성들에게 강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여성들의 자질과 리더십을 어떻게 연계시켜야 할 것인가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참여가 여성의 권익신장뿐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필자는 ‘여성시대를 이끌 여성지도자는 어떤 리더십을 지녀야 하는가?’ 등의 주제로 광주여성지도자 대회, 한국여성중소기업연수회 등에서 오래전부터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바 있다. 여성은 그동안 가슴으로 움직였다. 이는 여성들이 실수를 남발하고 지배당하고 좌절하도록 만든 근본 원인이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가족과 여성의 문제는 과감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전략이란 무엇인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행동지침을 이성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과감하게 나아가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이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것이냐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과감한 가지치기와 밀고나가는 추진력이 바로 21세기의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다가왔지만 누구에게나 고르게 감지되지는 않는다’라는 말 역시도 우리 모두에게 사회의 방향을 잡아주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능동적인 사회참여로 여성들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가는 시점에서 그 누구보다 여성들에게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칼럼
남도일보
201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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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의 광주광역시와의 통합문제가 지역 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담양군의 광주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단체인 ‘광주광역시담양군추진위원회’는 최근 통합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행정구역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담양군 의회는 지난해 5월 ‘광주광역시 담양군으로의 행정구역 변경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적이 있다. 민간단체와 일부 지역정치인들의 적극적인 통합요구 움직임이 일자 통합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담양군 이장단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추진위가 편입운동을 중단하고 소모적인 논쟁도 중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통합 찬성 측과 통합 반대 측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담양 군민들 간의 대립과 반목이 가시화될 우려가 크다. 이장단은 “광주시로의 통합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정부가 광역행정개편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담양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고창과 정읍 등 전북의 시·군과 강제 통합될지 모르는다는 우려가 제기돼 그럴 바에야 생활권이 같은 광주로 통합되는 것이 낫다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없으니 통합논의는 자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양군의 광주시로의 통합은 현 군수를 비롯, 군 의회와 유력인사들 상당수가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와의 통합을 공약으로 걸었던 최형식 군수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고 정부와 전남도가 반대하는 편입을 무조건 추진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추진위가 내세운 명분은 ‘담양의 백년대계’이다. 지역개발을 위해서는 같은 생활권인 광주시로의 통합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광주시의 입장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선 경쟁력 있는 도농복합형 광역시 기반이 마련된다. 무등산 일대 가사문화권이 편입되면 문화도시 위상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광역화 통합작업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거나 추진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담양군의 광주시통합 요구는 자칫 소모적인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담양 군민들 간의 대립은 물론이고 광주시와 전남도의 관계를 헝클어뜨릴 우려가 높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계층 간 갈등은 물론이고 엄청난 행정·예산낭비가 초래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회갈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각종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돼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중시하는 의견수렴과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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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하얼빈에서 정율성음악제와 광주의 밤이 감명깊게 열렸다. 하얼빈의 한자 표기는 합이빈(哈爾濱)이지만, 발음하기 곤란하여 옛날부터 ‘하얼빈’으로 발음하고, 중국동포들은 ‘할빈’, 서양인들은 ‘하르빈’으로 말한다. 원래 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란 뜻이다. 하얼빈은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으로 랜드마크인 소피아성당, 중앙대가를 비롯한 거리 곳곳에 러시아식 건물이 즐비하며, 러시아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등박문(伊藤博文)을 향해 권총을 쏘아 살해한 곳으로 현장엔 타일로 5m 정도 거리를 두고 세모와 네모 모양 표시를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은 없으나, 세모 모양이 있는 곳은 안 의사가 그를 저격한 지점이고, 네모 모양은 그가 쓰러진 지점이다. 하얼빈시 조선민족예술관에 2006년 7월 문을 연 안중근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 안 의사의 동상 등 관련 사진 모두 300여 점의 자료이 전시되고 있다. 원래 안중근 동상은 개인이 사비를 들여 하얼빈 시내에 세워졌으나, 외국인 동상은 실외에 세울 수 없다는 중국정부 방침에 의해 철거됐다. 철거된 동상은 2009년 9월 인천항을 거쳐 안중근 의사 100주년 기념일인 이날 부천시에 세워졌다. 하얼빈에 또 하나 기념관인 정율성기념관이 있다. 1914년 광주 불로동에서 태어난 그는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인민음악가로 중국인들에게 널리 존경받고 있으며, 중국창건 100대 영웅으로 뽑힌 인물이다. 2007년 북경(北京), 2008년 남창(南昌), 2010년 상해(上海)에서 정율성음악제가 개최되었으며, 이번 하얼빈에서 개최되었다. 기념관은 하얼빈 동포들의 노력에 의해 세웠다는 것을 보면 동포들이 정율성선생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처음 화면에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우리의 대오는 태양을 향하여!’ 중국 건국 60주년 열병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행진할 때 울려 퍼진 장엄한 행진곡의 작곡가가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이다. 음악가이자 항일 독립투사, 혁명가로 치열하게 살다간 그의 62년 생애와 음악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기념관에 진열되었다. 전시관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은 그의 삶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그가 한중 두 나라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기대하는 글들을 방명록에 남겼다. 기념관에 진열된 200여점의 자료 중 첫 부분은 정율성이 1933년 의열단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였던, 셋째형을 따라 중국에 와서 항일투쟁을 계속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모습들이다. 2층 전시관에는 그가 본격적으로 혁명에 뛰어들게 되는 중국 공산혁명의 근거지 연안(延安)의 험준한 산악지대와 그 속에서 정설송(丁雪松)과 사랑을 키워가며 창작과 연주에 몰두하던 낭만적인 모습들을 재현해 놓았다. 당시 정율성이 작곡한 연안송(延安頌)은 백성들의 입을 통해 전국으로 널리 퍼져나갔고, 군인들의 사기를 드높인 ‘팔로군행진곡’은 1988년 등소평(鄧小平)에 의해 ‘중국인민해방군가’로 확정됐다. 건국 이후 중국 발전에 공헌한 혁명열사 100대 영웅에는 곡성군 출신인 김철 선생이 있다. 그는 시인이며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짓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작고했지만 전남 출신으로 정판용 전 연변대학 총장, 지질학자인 안태성 전 북경대학 교수는 흑룡강성 대경유전을 발견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율성 기념관이 들어선 것은 서학동 하얼빈시 문화국 부국장을 비롯한 동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율성의 딸 정소제의 집을 방문해 유물을 살펴본 그는 ‘정율성의 유물이 창고에 잠자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한중문화교류를 위해 정율성음악제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 유치라던가, 산업박람회 등에 적극 참여하여 광주를 알리는 일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의 조직으로는 미약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정율성음악제만 전담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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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농수산물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시장과 슈퍼를 찾은 주부들은 올라도 너무 오른 과일·채소·생선 값 앞에 몇 번이고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몇 개의 물건만을 골랐을 뿐인데 계산대 가격이 금방 5만원을 넘어서자 절로 가슴이 쿵쾅 뛴다고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사람 잡는 물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계속되고 있는 태풍과 장마로 인해 상추와 배추 등 야채 값이 크게 뛰어 주부들뿐만 아니라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추와 깻잎, 배추 등 거의 모든 야채 채소류가격이 10~40%까지 올라 식당운영이 어려울 정도다. 음식 가격을 올릴 수가 없어 상에 놓은 채소량을 줄이고 있다. 쌈밥집 같은 경우 추가비용을 받는 등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다. 예년보다 추석이 보름정도 빠른데다가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각종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과일 값도 크게 올랐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배 가격은 10개당 4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뛰었다. 곶감도 2배로 올랐고 사과 값은 25% 상승했다. 시금치도 1단(250g)에 5천원에 이르고 있다. 추석 차례 상에 오르는 모든 과일과 나물 값이 폭등세이다. 수산물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추석선물로 과일을 찾던 이들이 굴비 등 수산물로 선물을 구입하고 있어서이다. 영광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굴비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0%정도 오른 상태다. 가격은 그리 많이 뛰질 않았지만 지난해 가격대비 굴비크기가 대폭 줄었다. 고등어도 웬만한 것은 마리당 1만원을 줘야하고 갈치도 3만원은 줘야 할 정도로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고추의 경우 작황이 좋질 않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바람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고추농가들이 출하를 꺼리는 바람에 물량이 부족해 600g에 1만6천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가격보다 2배정도 올랐다. 추석상을 준비하면서 허리가 휘어지는 주부들은 다가오는 김장 부담에 또 한번 한숨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 등 물가당국은 구호에 불과한 물가안정대책을 내놓고 있다. 광주광역시 등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주요 소비자 품목 가격을 인하토록 유도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선적이고 지엽적인 행정조치다. 농수산물 유통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차원의 강력한 물가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지갑에 돈이 넘쳐나는 고위공무원들이 물가안정책을 강구하고 있기에 실효없는 물가대책이 되풀이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설
남도일보
2011.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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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이 주역으로 나오는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공장 노동자인 주인공은 중앙통제실에서 지시하는 사장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공장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사장은 속속들이 안다. 사장의 눈에 공장 노동자는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 투명인간이다. 본래 투명인간(透明人間, The Invisible Man)은 영국의 소설가 H.G.웰스가 1897년에 발표한 소설의 제목이다. 이 소설에서 투명인간은 자신의 육체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반면에 이글에서 말하는 투명인간은 지나칠 정도로 타인의 눈에 잘 비치는 인간이다.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하는 광경을 옆에서 볼 때면, 의사는 위장 속을 샅샅이 내다본다. 내시경으로 큰 창자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필요하면, 의사가 각종 내시경으로 오장육부를 상당히 투명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각종 장기는 그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장기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정부 당국자가 보면, 국민 개개인은 투명인간이다. 마치 병원에서 각종 내시경을 들이대서 환자를 진찰하듯이, 인사담당자가 각종 전산망을 동원하여 어느 인간의 삶을 검증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정부는 1968년 이후에 상품의 바코드처럼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식별번호로써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였기에,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그 사람의 이력을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 사람이 어느 병원에서 태어났고, 무슨 병으로 치료를 받았고, 어떤 병원에서 어느 병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세상을 떠났는지를 알려면, 건강보험전산망을 두들기면 된다. 그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소득세와 재산세는 어느 정도 냈는지, 부동산 거래는 몇 번이나 했는지 등은 국세청 전산망이나 행정전산망을, 몇 번 직장을 잃고 다시 취업했는지는 고용보험전산망을, 금융거래 현황은 금융전산망을 각각 이용하면 파악이 가능하다. 학창시절에 얼마큼의 공부를 했고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교육 행정 종합정보 전산시스템’(NEIS)에서 확인된다. 가족관계를 보려면, 법원의 가족관계전산망에 접속하면 된다. 지난 6월 기초생활수급자의 대량 탈락 사태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작동으로 초래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1차적으로 가족관계전산망에서 부양의무자의 존부가 가려지고, 수급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은 국세청 전산망, 법원의 등기전산망, 행정전산망, 금융전산망을 통해서 조사가 이뤄졌으리라 생각한다. 공공부문 정보통신망인 각종 국가기간전산망(國家基幹電算網)이 통합되는 단계에 이르렀기에,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운영 사례에서 보듯이, 개별 국민의 소득, 재산, 건강, 취업과 실업, 학창시절, 출생과 사망 등에 대해서 한국정부는 들여다보기가 쉬워졌다. 그런 의미에서 개별 국민은 심하게 말해서 창자 속에 든 똥의 색깔까지도 정부 당국자에게 내보이는 투명인간이 됐다. 정보통신기기의 사용에 밝은 어느 분은 편리한 줄 뻔히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가 추적될 때에, 일반 이동전화기는 사용자가 위치한 근방을 알려주지만,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위치를 특정한 점으로까지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도로에서는 방범용 카메라에, 주차장에서는 주차관리 카메라에, 아파트 승강기에서는 관리용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날이 없을 지경이다. 이처럼 일상생활과정에서 자신을 숨기기가 점점 어렵다. 이렇게 누구든지 정부 당국자에게는 투명인간인데도, 지도층에서 똥내를 풍기는 적잖은 사람들은 H.G. 웰스가 말하는 투명인간인지 모르겠다. 그들을 용인하는 당국자도 권력을 잃으면 어차피 국가기간전산망의 통합망에서는 투명인간일 따름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일생동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우리는 문자 그대로 투명인간이 됐다. 투명인간사회에서 생존하려면 투명하게 삶을 관리하라고 국민에게 정부는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에 상응하여 정부도 국민에게 투명정부임을 보여줘야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1.08.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