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빼앗긴 나라 구할 인재 양성 위해 개교
일제치하 속 학교 건립 의지 확산
당시 지역주민들 쌈짓돈 모아
1920년 7월 서당서 학교 열어
100년 역사 속 다수 인재 배출
마을주민과 함께 성장 정책 전환
골프·승마 등 체험 교육 제공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강진성전초등학교가 넓은 운동장 사이로 아름다운 학교 교정을 뽑내고 있다./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성전초등학교 건물 앞 화단에 조성된 여러 나무들이 반듯하게 정돈돼 보는이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성전초등학교는 운동장 옆 한켠에 다보탑 등 국내 대표 유적물 모형을 설치해 학생들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월출산의 줄기인 와우등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성전천이 흐르는 정기 어린터에 자리잡고 있는 ‘강진 성전초등학교’. 현재 성전면은 작은 시골동네에 불과하지만 과거엔 크게 달랐다.

조선시대만 해도 관리와 군사들이 한양을 왕래할 때 쉼터(제석원)가 있을 만큼 교통의 중심지였다. 영암, 장흥, 해남, 완도 등 전남 서부권 전역을 통과하는 지리적 이점 탓이다.

이러한 덕분인지 성전면은 다른 지역들보다 훨씬 빠르게 신문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는 사상적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고, 총칼로 위협받던 일제시대에 이르러서는 암울한 현실에서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겠단 의지로 발현됐다.

이러한 시대적·환경적 요인들은 강진 성전초등학교가 탄생된 밑거름이 됐다.
 

성전초등학교 100년 기념실에 마련된 연도별 연역표.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성전초등학교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모두 볼수 있는 사진 모음집.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설립과정

3·1만세 운동의 여운으로 민족적 울분이 가득했던 1920년 무렵.

고을 유림 인사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나서 악독한 일제치하의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농촌근대화란 미명아래 수탈과 약탈을 반복해오던 일제의 만행에 대한 민족적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한 일종의 혁명이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교육’을 선택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신학문을 배우도록 해 추후 국가를 일으켜 세울 인재를 양성하자는 의미에서다.

당시 윤상호 성전면장을 중심으로 한 20여명의 지역 인사들은 성전면에 초등학교를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윤 면장이 학교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아 1920년 4월 1일 설립인가를 받고 ,같은해 7월 9일 현재의 도림리 연포마을 서당에서 성전공립보통학교를 개교하게 된다.

윤 면장은 여러 마을을 돌며 지역 유지들에게 학교 설립에 따른 자신의 뜻을 밝혔고, 협조를 요청했다. 또 서당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신학문을 배울 것을 거듭 설득했다. 그 결과 각 마을에서 50여명의 학생들이 성전초에 입학하게 됐고, 이는 성전초등학교의 시작점이 됐다.

학교 설립이 입소문을 타고 마을 전체에 퍼졌고, 넉넉치 않은 형편에서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쌈짓돈을 모아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가을에 수확한 곡식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마음이 더해져 연포마을 서당에 초등학교를 개교한지 1년여만인 1921년 4월 현재의 학교자리에 목조건물 7칸을 마련해 이사하게 됐다. 이후 1923년 첫 47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100여년 역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역사적 발자취

지난 1920년 4월 1일 성전공립보통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아 1920년 7월 9일 개교한 성전초등학교는 일제시대의 풍파속에 여느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차례 학교명이 바뀌며 시대적 아픔을 오롯이 안았다.

지난 1938년 4월 1일 성전공립심상소학교, 1941년 3월 1일 성전공립국민학교, 1953년 4월 1일 성전국민학교로 개칭했다.

심상소학교는 식민지통치에 유용한 하급기술 인력육성을 위한 실업교육에 치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학교란 명칭도 일제치하 황국신민(皇國臣民)교육 강화정책에 따른 조치였다. 모두 일제가 한반도 문화찬탈 및 민족 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들이었다.

이후 성전국민학교는 지난 1963년 3월 1일 학교도서관 연구학교로 지정됐고, 1981년 3월 5일 병설유치원을 개원했다.

1994년 3월 1일 수양분교, 1995년 3월 1일 금당분교, 1996년 3월 1일 성전북국민학교 분교를 각각 통폐합했고, 성전초등학교로 교명 개칭도 함께 이뤄졌다.
 

성전초등학교 100년 역사속에 탄생한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 모습.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역사적 소명 인재 양성 요람

“금수강산 이한땅에 월출산 솟고

성전천은 스쳐흘러 남해를 이루니

서기잠긴 와우등에 울려온 종소리

우리들의 배움터 성전학교일세

쌓아라 높게 닦아라 맑게

누리에 빛내보리 성전초등학교”

성전초등학교 교가 가사 1절 내용이다. 좁게는 지역을 위해 더 크게는 국가를 위한 인재를 양성해 온 성전초등학교는 그래서인지 유독 청렴이 강조되는 법조인들이 많이 배출됐다.

1회 졸업생인 이희철 전 광주지법 장흥지원장을 비롯해, 김제형(1932년 10회 졸업생)전 서울지방법원장, 곽준흠(1958년 31회 졸업) 전 광주지법 장흥지원장, 김현채(수양초 2회 졸업)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역임 등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구한말, 근 현대사의 애환을 모두 간직하며 성장해온 성전초등학교는 호남의 신교육의 맥을 이어온 결과물이다.

현재도 성전초등학교는 ‘더불어 배우며 꿈을 키워가는 성전교육’이란 기치아래 지역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뿌리를 내려주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성전초등학교 학생이 특성화교육 일환으로 승마교육을 받고 있다. /성전초등학교 제공
성전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운동회에서 학생들과 인근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전초등학교 제공

◇특성화 교육 미래 희망 키워

지난 과거 100년이란 역사를 써 내려오면서 총 8천71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성전초등학교는 다음 새로운 100년 역사를 그려 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학생수가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현실에 맞게 학교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마을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는 이념 아래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 ‘체(體)인(仁)지(智)’ 행복만들기를 학교 역점과제로 추진 중이다.

학교 특성에 맞춘 주제 중심의 창의 교육 프로젝트인 마을학교는 작은학교 특성을 살린 특화 프로그램이다.

‘체’는 말 그대로 신체와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교육이다. ‘사계절 생태교실 몸짱클럽’, ‘다도교육’, ‘사계절 생태교실’ 등 교육을 통해 아이들 신체를 단련하고 그 자신감을 남을 사랑하고 돕는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데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인’은 체험을 통해 배우는 마을학교 연계 교육 프로그램이다. ‘김장 및 전통음식 만들기’, ‘간식 만들기’, ‘백운동 정원, 무위사 산책’ 등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사람간 정을 키우고 그 가운데 창출되는 창의력 향상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따숨예술제’ ,‘운동회’ 등 행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만의 것이 아닌 지역민과 함께 참여함으로서 지역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지’는 4차산업 혁명시대에 맞게 소프트웨어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코딩교구를 통한 메이커 교육, 학생이 주인공이 돼 직접 운영하는 ‘SW자율동아리’는 미래 아이들이 주도적 성장을 하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학생들이 직접 코딩을 통한 작품을 제작 및 전시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성전초등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승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골프수업을 1년에 총 8회 운영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전교생이 한자 교육에 참여토록 해 인성교육은 물론 어휘력 신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 실시한 한자급수 시험에서 모든 학생이 급수를 따는 등 그 효과도 크다.

전춘식 성전초등학교 교장은 “모든 시골학교들의 고민이겠지만 학생수가 급감하고 학교 규모가 급격히 작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 멈추지 않고 현실에 맞춰 남아있는 학생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하고 있는 것도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라며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시골학교를 살리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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