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이 시대 40~50대에게 묻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참, 졸업한 자녀 취직은요?

요즘 태풍까지 겹쳐 하루하루 버티기가 버겁고 아이들 기르고 가르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안녕하시냐?”고 묻기가 망설여진다. 정년이 낼 모레인데 자식들 취직 걱정하고 있으니 안부 묻기가 미안할 정도로 불안한 삶을 버티고 있는 분들이 이 시대 40~50대가 아닌가 싶다.

열심히 살았다. 암에 걸린 몸으로 40대 두 딸을 끝까지 돌보다 죽음을 선택한 수원의 한 어머니처럼, 부화한 새끼들의 먹잇감으로 자기 몸까지 내주는 어미 거미의 운명과 같이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갑을 관계’의 세상에서 ‘갑’을 목전에 두고도 ‘을’이 돼도 좋다는 각오로 자신을 희생하며 견뎌내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좋은 학교에 입학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헤매고, 그나마 취직을 위해 “졸업을 늦추고 외국 연수라도 다녀와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한 자식들 앞에서 늘어나는 것은 빚이요, 주름살에다 흰머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이 시대 중장년들의 삶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중장년의 부모님, “70·80~90대 여러분은 어떠하신지요!”

밤늦게 찾아가도 밥상을 뚝딱 차려 내놓으신 사람, 힘들다고 짜증 부려도 항상 “괜찮다”라고 다독거리시던 영원한 내 편, 나이 들어 연로하신 그 어머님, 아버님이 “안녕하신지”를 묻습니다. 혹시 세상에 안 계신다면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는지요!

손톱에 봉숭아꽃을 명주실로 감아 예뻐 보이고자 했던 엄마, 단돈 천 원을 아끼려고 장터국밥 한 그릇 먹지 않고 허기진 배를 수돗물로 채우면서 그렇게 모질게 살았던 엄마의 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꿈꾸던 천재 화가도, 야무진 여성 운동가도 아닌, 평범한 주부로서 오로지 자식 잘되기만을 위해 살고자 젊은 청춘을 보내버린 사실을 뒤늦게, 그것도 돌아가신 뒤에 알고서 얼마나 우셨습니까!

그런 엄마의 삶이 바로 ‘나’라는 사실, 나도 그렇게 모질게 살아온 엄마를 닮아간다는 것을 느낀 바로 지금, 자신도 그때 엄마의 나이 40~50대가 돼 버렸는데, 그런데도 태풍이다 코로나다 해서 궁핍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누군가의 딸과 누나 동생으로, 시간이 흘러 다시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 손자의 할머니로, 그리고 할아버지로 살면서 가고 싶은 학교도 포기하고 산업현장으로 나서야 했던,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 마음 깊이 사무쳐 있는 분들이, 이 시대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런 부모들의 앞날, 노후를 생각하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 40대 부모 88%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사교육비로 한 달에 107만원을 쓴다고 한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다. 노후자금 마련은 61만원에 불과하다.

40대에게 인생 과제 중 무엇을 가장 잘해왔는지를 묻는 질문에 “백점 만점에 자녀교육(63점)을 1위”로 꼽았듯, 부모인 자신의 삶보다 아이들의 삶을 더 중요시 하며 산다. 그 증거 하나가 지금의 40대 이상 부모 과반수가 성인 자녀와 한집에 살면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화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비를 쓸 경우, 60대 이후의 삶은 보장이 어렵다. 교육비 지출이 우리나라보다 7배나 적은 미국도 자녀 교육비가 중산층 몰락의 한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고, 믿었던 국민연금도 지금의 50대가 80살이 되는 2053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보이니 그렇다.

이제부터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 땅 부모들이 몰락한 노년을 맞지 않도록 자식에 대한 의무감, 체면 따위는 접어두고 노후자금을 축적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교육제도를 개편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취업이 되는,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하기 위해서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생이다.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라”. 이는 국민의 명령이다. 견뎌내는 어머니의 삶, 국민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눈을 흘기는‘갈라치기 정치’ 그만하라. 국민이 불안하다. 놀부의 혹처럼 불어나는 오기심보를 버리지 못하면 국민의 목소리가 잘 들릴 리 만무(萬無)하기 때문에, 아니 갈등이 더 깊어지면 국민의 인내심이 끊어진 고무줄처럼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갈등 좀 그만 키우고 지혜를 모으라”는 이야기다.

이제 “응답하라”. 희망이 보이는 비전을 내놓는 것, 그게 정치인 모두가 내놔야 할 ‘답’이다.

답을 하는 데는 ‘임계점’이란 게 있다. 그 점을 무시하면 민심은 떠난다. 불과 6년 전에 역사가 증명했다. ‘국민행복’. 이 글자를 리더(Leader) 스스로가 각자의 이마에 각인시켜 역지사지(易地思之) 차원에서 ‘답’을 내놔야 훗날 국민을 향해 “안녕하시냐!”고 묻는 질문이 보다 더 떳떳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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