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제발, 그만 싸워라. 불쾌하다!

새벽 시간까지 게임에 빠진 아이! 뜬눈으로 학교에 가는 아이를 봐야 하는 몽환적 사회, 이런 모습이 내 가정의 일상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식에게 ‘그만하라’는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인터넷 환경을 원망하면 끝날까!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 애간장이 타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 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살사건만 해도 그렇다. “구박받고 사느니 죽는 게 낫다. 이제는 골칫거리가 없어졌으니 오래오래 사세요”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꾸중을 들은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이 아이의 유서를 대하는 부모를 우리는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가!

이뿐인가!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하던 중학생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은 충격을 넘어 복구 불능한 게임중독의 말로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이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비극적 현실에 절망이란 단어 외에 마땅히 떠오른 단어가 없으니 게임에 빠진 청소년을 둔 부모는 지금, 다리 난간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오래전에 경고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 상당수가 “메타버스(가상세계)에서 아바타가 되는 게임에 빠져, 가상과 현실을 착각하는 ‘자기 통제 불능상태’, 결국 충동과 공격성이 행동으로 나타나 생명을 빼앗고 가정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며 엘로우 카드를 꺼낸 지 오래다.

게임중독은 뇌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과 불안, 충동, 공격성의 수치가 정상군(正常群)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 질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도 우리나라 청소년 100명 중 2명이 ‘게임중독’으로 불리는 ‘게임 과몰입’ 상태로 나와 있다. 이 청소년의 39.1%는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이 ‘4시간 이상’으로 일반 이용자보다 8배나 많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의 게임 시간이 가장 길다. 게임중독이나 게임탐닉(addiction)은 스스로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런 탓에 정부가 2011년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2021년 국회가 이를 폐지해 버렸다. 그 남아 있던 밤 시간대 청소년 대상 게임중독방지 장치가 풀어져 버린 것이다.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과 게임 산업위축을 폐지이유로 들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 역할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게임시간 선택제가 있지 않냐?”고 하면 이는 현실을 잘 모르는 주장이다. 이 제도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부모의 동의 아래 원하는 시간에 ‘셧다운제’를 하라는 것”인데, 그런데 ‘게임 그만하라’고 하면 바로 반항하는 것이 지금의 사춘기 청소년들이다. 틈만 나면 컴퓨터를 보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으니 부모들이 따라다니며 말릴 수도 없고 또 말린다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규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주민등록증 도용사례는 제도강화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한 아이는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게임 사용료를 전화요금에 청구되도록 했다. 사이버 공간을 오가며 다섯 달에 무려 170만 원을 썼다. 부모의 꾸지람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아이는 꾸지람을 듣고 자신에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게임은 문화적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이 무너지고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변화에서 오는 희생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이고, 오산(誤算)이다.

이제라도 게임 이용에 대한 현실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누가 할 것인가? “응답하라” 수능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것, 과외를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답은 지도자가 하라. “소를 잃고 난 뒤에야 외양간 고치겠다”고 밀어붙이는 설레발은 답이 아니다.

킬러문항을 카르텔로 몰아 출제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압수수색은 변별력을 테스트해야 하는 수능의 가치에서 멀뿐더러, 힘 있다고 뚝딱 해결될 일이 아니다.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교육문제에 발휘하는 저돌은 혼란의 자초일 뿐이다. 서둘러야 할 일은 게임에 빠진 청소년이 보편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로 돌리는 조치다. 이는 아이들과 부모를 벼랑에서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급하다. 초등생의 유서가 내 아이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밀어붙이는 저돌성 발휘는 이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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