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이대로 가다간 인간은 멸종한다!

가을이다.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가 눈앞이니 가을이 맞다. 그런데 여름처럼 덥다. 4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이 이젠 여름과 겨울밖에 없는 듯하다. 기상청은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 여름이 20일이나 길어졌고 연평균 기온도 0.8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겨울인데도 여름인 나라가 있다. 칠레다. 지난 8월 칠레 북부에서는 겨울인데도 38.7도를 보였다. 안데스산맥 근처 베네수엘라, 페루 같은 7개 나라가 한겨울에 37도까지 올라가 느닷없는 불볕더위를 겪어야 했다. 중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투르크메니스탄은 42도를 기록해 해당 위도에서 세계 최고온도를 보였다. 이 정도면 겨울이 아니라 그냥 여름이다.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와 투발루라는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몰디브는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긴다. 육지 면적의 85%가 빙하로 덮여 눈만 내리던 그린란드는 2021년에 역사상 최초로 비가 내렸다. 바다 수온이 1도가 올라가면 수증기는 7%가 증가해 기록적인 폭우로 이어진다는 과학자들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21세기 들어 매년 270억 톤의 탄소가 뿜어져 지구를 달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방치하면 베네치아, 시드니, 마이애미는 2050에 침수(浸水)되고 2100년이면 뉴욕, 상하이, 런던에 바닷물이 침투한다고 한다.

지구는 지금 빙하가 녹고 바닷물은 데워지고 태풍은 거세(巨勢)고, 산불은 잦아 인간을 비롯해 생명체가 죽어가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예고된 재앙이다. 오죽하면 유엔사무총장이 “인류가 얇은 얼음 위에 서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고 말했겠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살 수 있는 한계 온도는 몇 도일까? 학자들은 1년 내내 0도 이하이거나 40도 이상이면 생존이 어렵다고 한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한 이후 70%의 종(種)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억5천만 년 전에는 화산이 폭발해 지구 온도가 6도나 올라가 생명체 대부분이 멸종했다.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부딪혀 먼지가 지구를 덮으면서 온도상승을 이끌어 공룡이 멸종했던 것도 불과 6천600만 년 전이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바닷물로 뛰어들어도 11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하와이 산불은 물론, 캐나다 역시 ‘종말적 재앙’이라 할 정도로 산불 1천여 건이 동시에 타올랐다.

그렇다면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지금부터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을 때까지 지구를 달구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현재로서는 인간이 지구에서 좀 더 버티는, 인간이란 종(種)의 멸종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쓰레기양을 줄이고 세제(洗劑)나 가전제품 사용을 멀리하자. 후쿠시마 오염수고 뭐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무조건 막는 게 답이다. 선진국은 204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0'을 기록하라"는 유엔의 말을 들어야 한다.

‘6도의 멸종’을 쓴 마크 라이너스는 지금과 같이 탄소를 배출하면 2030년에는 지구 온도가 2도까지 오르고 ‘티핑 포인트’(임계점) 3도를 지나 6도에 이르면 결국 생명체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는 6도가 되면 전 세계의 모든 숲이 동시에 불타고 바닷물은 뜨거워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가설(假說)은 작가의 주장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한 인간이 인간들에게 보낸 경고가 분명하다.

지구 온난화 요인을 인간의 활동에서 찾은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티핑 포인트’로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티핑 포인트’ 도달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지구온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체인효과(Feedback Effect)로 인해 탄소배출을 하지 않아도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석탄 수입 세계 4위, 화력발전소 60개가 있는 대한민국 지도자들에게 묻는다. 지구가 보낸 경고음을 듣고 있는가! “응답하라” 인간의 활동이 지구 온난화를 가져온다는 IPCC의 경고가 들리는지, 세계 14번째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대한민국은 괜찮은지를 묻는 것이다.

지구환경을 위해 지도자들이 먼저 우물 밖으로 나와 ‘미래를 보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라고 핵 오염수가 방류되던 날 대학생들이 일본 대사관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최재천 교수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인간이고 정화의 대상도 인간이므로 우리만 사라지면 지구는 평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충고를 듣지 않기 위해 지도자라면 걱정과 괴담(怪談)을 분별하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정치적 선동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다음 세대의 건강이다. 우물쭈물하다간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를 무시하면 훗날 인간이 지구에서 버틴다는 것, 그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것이다. 이것은 괴담이 아니라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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