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베이비부머의 팬덤과 임영웅의 인기!

친구야! 날씨가 차갑구나. 벌써 12월, 마음이 스산해지는 걸 보니 세월 탓인가 보다. 임영웅이 부른 ‘엄마의 노래’ “그 세월이 너무 미워요”라는 노랫말이 와 닿는 요즘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세월은 세대(世代)를 넘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 놨어.

친구야! 형제자매가 4~5명이 대부분이던 우리 또래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라고 하잖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이 ‘불행한 세대’라는 말과 동의어가 아닌가 싶다. 너와 난 정부의 출산장려(出産奬勵)정책으로 태어나 성인이 될 때는 둘만 낳자는 산아제한(産兒制限)정책을 따르며 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와 맞서고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친 모진(耗盡) 환경에서도 부모 모시고 살았는데 지금은 ‘자식 부양받기 어려운 첫 세대’라는 점에서 불행하다는 이야기다.

날마다 전쟁터 같은 삶에서 은퇴하고 좀 쉬고 싶은데 이제는 노인인구가 많다고 난리니 이 또한 민망한 삶이 아닐 수 없구나. 2년 뒤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는다고 하니 이 역시 우리 세대 탓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거울 속 주름진 얼굴을 보게 돼.

참! 노인인구 비중이 늘어난 것은 젊은 세대가 출산을 꺼리기 때문이잖아? 올해 6월까지 가임기 여성(15~49세)의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인 0.7명까지 떨어진 것만 봐도 그래. 혼인율도 10년 연속 줄더니 지금은 ‘혼인을 하겠다’는 여성이 10명 중 3명밖에 되지 않아. 미혼들의 언어 “이번 생(生)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말이 예사(例事)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결혼을 하더라도 2명 중 1명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니 인구절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국가가 작년에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2조1천억 원의 예산을 썼는데도 이 모양이다. 이는 어딘가 숨어 있는 모순된 출산 정책 탓이 아닐까?

문제는 저출산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육아 비용이 줄면 출산은 늘 것이라는 산술적(算術的) 관점과 “자기 복(福)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미신적(迷信的) 접근이 혼재된 상태에서 출산 대책에 대한 목표와 수단이 밀접하지도 않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案)을 정책으로 이끌고자 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쏟은 예산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은 거고…

친구야! “정책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잖아.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 구부러진 곳이 있으면 펴주는 것이 정책 아니겠니?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의료비를 감면해주는 정책도 좋지만, 젖먹이 유아(幼兒)의 입원이나 치료비를 국가가 책임져 주는 제도 같은 것 말이야.

OECD 중 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친구야!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EBS에서 저출산 문제를 얘기하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Korea is so screwed) 하면서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겠니.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은 사람이 없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놀라움의 표시 아니겠어!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국민연금도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30년 뒤에는 고갈된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부족한 ‘연금’으로 남은 생(生)을 살아야 하는 가당치 않은 현실에 초라한 노년의 몰골이 떠오르고, 자존심으로 버티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는데 이골이 난 너와 내가 늘그막에 아스팔트 길 위에 놓인 돌덩이 신세, ‘서울의 봄’ 영화에서 황정민에게 제압되는 정우성처럼 밀리는 삶을 또다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친구야! 임영웅의 인기 비결이 뭔지 아니? 물론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지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같은 노래 속에 숨어 있는 인기 비결이 있다. 중년 세대의 인구수(人口數)다. 현재 50대는 1천만 명으로 10대 460만 명의 2배나 많아. 50대(50~59세)의 모바일 음원 이용 시간 역시 10대(13~18세)의 2배 수준이다. 이러한 쏠림은 10대 시절 경험한 나훈아, 남진, 조용필, HOT의 팬덤(fandom)이 장년(長年)인 지금에 다시 나타나 임영웅의 신드롬(syndrome)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서울대 이철희 교수는 “미혼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했어. 여기서 정책 입안자(立案者)들에게 듣고 싶어. 결혼에 대한 인식변화정책이 뭔지를?

친구야! 중장년들이 임영웅 노래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힘든 삶 속에서 위로받고 싶은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중심에 있는 베이비부머가 수(數)로써 임영웅을 스타로 만들었고, 그 결과 인구가 적은 10대의 아이돌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되는, 뭐 그런 거! 아무튼 지금은 인구절벽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해.

이제는 지도자들이 응답할 차례야. 젊은이들이 길 위에서 한꺼번에 세상을 뜬 환경, 그런데도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는 사회가 아기 낳기 좋은 환경인지? 아이를 창문으로 던지는 못된 젊은이가 있는 환경을 개선할 의지는 있는지? 그리고 현실이 된 ‘인구소멸 위기 대책’이 뭔지에 대해 “응답하라”고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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