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2023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내 생애에 이런 즐거운 해가 있었던가!” 할 정도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배려와 사랑이 넘치고 넘쳐 다시는 민망한 언어들을 쏟아내는 일이 없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너무나 많은 슬픔과 아픔이 있었기에 올해는 평온(平穩)했으면 좋겠고 달라진 것이 많다고 상처는 아물었다고 위선으로 분장한 눈물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그것들이 태평성대(太平聖代)로 나타나는 새로운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기만(欺瞞)이 진실(眞實)속에 숨어 있다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그 진실의 기만을 위해 양심을 져버린 모든 이에게도 올해는 용서하고 용서받아 더 큰 생채기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의 뿌리가 부실하고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지고 방향감각을 잊어버린 혐의로 국민의 공적 분노를 자아냈더라도, 새해에는 밝고 맑은 공존의 세상을 만드는데 모든 것이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갈등과 이념대립도 과거시제로 박제됐으면 좋겠고 숨 막혔던 지난 시간도 또 다른 세상의 따뜻한 빛과 포근한 정(情)으로 승화돼 늘 우리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

모순(矛盾)을 해결하는 시작과 끝은 새해를 맞아 어쩌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올해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쓰인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본인 삶을 다잡아보는, 생각이 변(變)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가족이 변했을 것이고,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나라를 더 좋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이며, 그리고 세상까지 변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성직자의 깨달음 같이 새해는 나부터 시작하는 ‘변화의 모습’, 그 성스러움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자라났으면 좋겠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그 어떤 고난도, 그 어떤 미움도, 그 어떤 유혹도 버리기 위한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이며 삶을 변화시키는 발전적 해체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모두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본인 생의 확실한 방책(防柵)의 하나이기에 생명이 다하는 날 “실천하지 못한 삶이었다” 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사랑의 모든 행위는 동사(Love is verb)” 라고 했다. 올해는 나와 이웃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배려하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불편한 모든 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행동들이 자동(自動)으로 나타나야 하기에 ‘못다 한 사랑, 더 많은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

생(生)이 얼마나 남았고 가는 순서 또한 알 길이 없는 나약(懦弱)한 인생길이지만 삶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그것은 대체로 공평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변화의 몸부림을 마다하고 그저 개인의 출세를 향한 본능(本能)만을 쫓는다면,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이 어찌 여느 해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두꺼비는 독사에게 잡혀 죽지만 독사의 배속에 알을 낳아 종족 번식을 이어간다고 한다. 독사에게 물려 죽어야 하는 두꺼비의 숙명(宿命)은 어쩌면 자신의 알을 독사의 몸속에 낳고자 하는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두꺼비는 죽어도 알은 독사의 배 안에서 깨어나 죽은 뱀을 자양분(滋養分) 삼아 자라난다는 사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어쩌면 독사처럼 먹고 먹히는 삶을 살았지만, 올해는 이것들이 우리 삶의 자양분으로 남아서 공평한 삶을 누리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생에 마지막에서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원문보다 과한 시적 표현)라고 묘비에 새긴 아일랜드 출신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삶처럼 2023년 끝에서는 ‘너도 그럴 줄 알았다’ 라는 체념(諦念)의 말보다 ‘당신은 해낼 줄 알았다’ 라는 성취와 희망의 메시지를 듣는 보람찬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하기 위해 우선 잘하고 있다는 착각, 우월감의 교만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런 것들이 허구(虛構)의 시발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자신이 차지한 권력과 지위가 누군가의 배려(配慮)와 운(運)으로 연결됐다는 겸손의 미덕, 이 같은 겸손이 국민이 원하는 덕목이라는 것을 깨닫는 새해 벽두(劈頭)여야 하고 ‘능력이 많은 지도자가 공정사회를 만들 것’ 이라는 편견(偏見)이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한 착각이고, 교만을 기초로 한 탐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기원한다. 토끼는 목표를 보지 않고 상대(거북이)를 보고 달렸기 때문에 경주에서 졌다. 계묘년인 올해는 여야 모두 경쟁자만 보는 어리석음을 그만두고 ‘국민행복’ 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으면 좋겠다. 특히 삶의 질(質)과 부(富)의 양극화를 공고히 하는 갈라치기, 승자의 오만함과 패자의 굴욕감 사이에 남겨진 국민의 실망을 치유하는 방법이 뭔지? 미사일과 경제난 땜에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 어둡고 불길(不吉)한 징조’에서 벗어날 방안, 또한 뭔지? 국민이 “응답하라” 고 묻기 전에 답을 듣는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 제발! 간절하면 이뤄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나타나는 새해가 됐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